'막을 수 없다' vs '막아야 한다'...코로나19 시대 집회 바라보는 두가지 시선

입력
2020.09.23 18:07
수정
2020.09.23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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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부천기독교청연합회 관계자들이 지난 21일 부천시의회 앞 인도에서 '부천시 인권보장 및 증진에 관한 조례안' 폐지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장덕천 부천시장 페이스북 캡처

경기 부천기독교청연합회 관계자들이 지난 21일 부천시의회 앞 인도에서 '부천시 인권보장 및 증진에 관한 조례안' 폐지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장덕천 부천시장 페이스북 캡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다수가 모이는 집회를 금지해야 한다는 지방자치단체와 경찰에 맞서, 기본권을 침해하는 집회 금지를 못하게 해달라는 단체의 손을 들어준 법원 결정을 두고 방역당국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법원은 "코로나19 확산 가능성이 적다면 기본권인 집회의 자유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했지만 방역당국은 "코로나19가 안정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의 건강권과 생명권을 위해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변호사 출신인 장덕천 경기 부천시장은 23일 본보와 통화에서 "법원이 허용한 광복절(8ㆍ15) 서울 광화문 집회 당시 주최 측이 신고한 것보다 수백배 많은 사람이 모였고 방역수칙 준수는커녕 경찰과 충돌이 발생하면서 집회 참가자와 경찰 감염자가 속출했다"며 "헌법은 상황에 따라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는데, 국민의 건강권과 생명권이 걸려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기본권 제한 사유가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앞서 부천기독교총연합회(부천기총)는 이달 21일 부천시의회 앞에서 '부천시 인권보장 및 증진에 관한 조례안' 폐지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겠다고 신고했다. 그러나 부천시와 경찰은 코로나19 확산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옥외 집회 금지 처분을 결정했다. 부천시는 이미 10인 이상이 모이는 옥외 집회 금지를 지난달 21일 고시하기도 했다.

부천기총은 집회 금지 처분이 부당하다며 법원에 집행 정지 신청을 했다. 담당 재판부(인천지법 행정1-2부)는 집회 규모와 시간, 장소를 제한하고 6가지 조건을 지키는 것을 전제로 집회 금지 처분의 집행을 일부 정지시켰다. 6가지 조건은 △집회 참석자는 모두 KF94 또는 80 마스크 착용 △의자를 2m 이상 거리 두어 배치하고 참석자는 집회 시간 동안 착석 △집회 종료 후 곧바로 해산 등이다. 부천기총의 손을 들어준 것인데, 방역당국은 다른 집회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방역당국의 관리감독 범위를 벗어나는 상황에 대해 우려했다.

장 시장은 "지난 21일 집회 때 참석자(99명)의 두배가 넘는 230여명을 동원해 관리감독을 해 무사히 끝이 났는데 앞으로 비슷한 집회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렸을 때 관리가 안될 가능성이 높다"며 "집회 후 곧바로 해산을 하더라도 따로 소모임을 가질 수 있고 최근에는 감염 경로을 알 수 없거나 발열 증상이 없는 확진자도 늘고 있어 발열 검사 등만으로는 충분히 막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법원은 "기본권을 제한하는 조치는 감염병 확산 우려가 있음이 객관적 근거 등에 의해 분명하게 예상될 때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코로나19 확산 상황, 집회 장소 등을 개별적으로 살펴 필요한 최소한 법위 내에서만 집회의 개최를 제한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고 달리 판단했다. 앞서 2건의 광복절 집회를 허용한 서울행정법원도 "감염병 예방을 위해 집회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과도한 제한에 해당된다"며 같은 판단을 내린 바 있다.

방역당국은 이날 개천절인 다음 달 3일 서울 도심 집회는 제한이 불가피하며, 강행 시엔 엄중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개천절 당일 총 18개 단체가 10인 이상 참석하는 집회 총 76건을 열겠다고 신고했다. 이 중 주요 도심권에서 열리는 집회는 14개 단체 39건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광복절 집회로 총 622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며 "개천절 집회는 방역적 목적을 위해 제한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환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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