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부족' 강조한 배터리데이... 국내 2차전지주는 결국 웃게될까

입력
2020.09.23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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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배터리데이 후 관련주 전망
LG화학 등 배터리 3사 및 소재주 "수혜"
23일 주가는 일제히 하락 마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연합뉴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연합뉴스

수개월간 전세계가 주목했던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의 '배터리데이' 이벤트가 일단락되면서 국내 관련 기업들의 주가 향방에 전체 주식투자자들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테슬라가 발을 걸치고 있는 자동차(전기차)와 2차전지(배터리) 관련 기업들이 어느새 국내 증시를 이끄는 주도주 역할을 꿰찼기 때문이다.

2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이번 행사가 국내 배터리 관련주의 상승세를 이끌 계기가 됐다는 데서 일단 의미를 찾는 분위기다. 배터리 셀 단가 절감 등 이날 발표내용을 보면 사실상 테슬라의 기존 전략을 재확인하는 수준이었고, 이마저도 2030년까지의 장기적 계획인 탓에 당장 국내 관련 업체들의 주변 환경을 뒤흔들 만한 요인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갈길 먼 테슬라... 국내 배터리주엔 "긍정적"

증권사들은 이날 테슬라의 발표 내용이 국내 완성 배터리업체(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는 물론, 관련 소재기업에도 앞으로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테슬라는 배터리데이에서 공정 혁신에 따른 배터리 원가 절감을 비롯, 2022년까지 100GWh(기가와트시), 2030년 TWh(테라와트시) 규모의 배터리 생산 계획 등을 주로 언급했다.

이는 다른 의미로 배터리 공급 부족이 현재 그만큼 심하다는 의미로, 기존 배터리 업체로부터 더 많은 양을 공급받겠다는 의지로 해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자체 배터리 용량 조기 확대나 중국 CATL과의 협력 강화 등 그 동안 (국내 시장이) 우려한 부분은 언급이 없었고 향후 배터리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임을 확인한 수준"이었다며 "이는 국내 배터리 업체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목"이라고 평가했다.

테슬라의 배터리 내재화(자체 생산) 계획도 국내 업체들에는 별 영향을 주진 못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광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테슬라가 제시한 100GWh 배터리 내재화는 현재 글로벌 시장점유율 1위인 LG화학의 생산능력과 맞먹는 수준"이라며 "약 2년 사이 자체 능력으로 이 정도 생산라인을 만든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김정현 교보증권 연구원도 "대규모 배터리 셀 생산 경험이 없는 테슬라가 100GWh 규모 생산 과정을 얼마나 빠르게 구축할 수 있을지 보수적인 관점에서 지켜봐야 한다"며 "원가절감 계획 역시 다른 완성차업체의 기존 계획과 차별성이 없어 LG화학 기업가치에 미칠 영향도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소재주 수혜" 전망 불구, 주가는 '갸웃'

배터리 소재주의 전망도 여전히 밝다는 게 증권업계 분위기다. 국내 2차전지 밸류체인의 경쟁력은 배터리 4대 핵심소재(양극재, 음극재, 전해액, 분리막)를 모두 내재화했다는 점이다.

양극소재 부분에서 LG화학 매출비중이 60~100%를 차지하는 포스코케미칼과 앨앤에프를 비롯해, 전해액 첨가제 분야에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천보 등이 향후 배터리 수요 증가세와 맞물려 수혜를 입을 것이란 예상이다.

최보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테슬라가 발표한)배터리 용량 확대에 따라 소재 사용량 확대도 가팔라질 것"이라며 "기술 변화에 따라 하이니켈과 알루미늄이 추가되는 양극소재 업체들이 수혜를 입을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당장 이날 국내 증시에서 배터리 관련주들은 일제히 약세였다. LG화학(-1.41%), 삼성SDI(-2.24%), SK이노베이션(-1.99%) 등 업체는 물론 포스코케미칼(-2.82%), 천보(-5.35%) 등도 일제히 하락했다.

업계에선 최근 2차전지 관련주의 약세가 이어지던 상황에서, 장기적으로는 테슬라가 결국 배터리를 자체 생산할 거란 투자자들의 우려가 이날 주가를 짓눌렀다는 분석이 나왔다.

조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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