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한달 뒤 완전자율주행 베타 서비스 개시…“자율주행시대 성큼? 성급한 판단?”

입력
2020.09.23 17:24
수정
2020.09.23 17:52
8면

전기차 ‘혁신’, 자율주행 분야에서도 구현 기대?
자율주행 시스템 검증 필요…사고 책임 회피 ‘우려'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배터리데이 행사에서 일론 머스크가 발언하고 있다. 테슬라 배터리데이 생중계 화면 캡처.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배터리데이 행사에서 일론 머스크가 발언하고 있다. 테슬라 배터리데이 생중계 화면 캡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한달 뒤 완전자율주행 시범서비스를 공개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자율주행차 조기 상용화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일단 테슬라가 전기차 분야에서 혁신을 이룬만큼 자율주행분야에서도 선도적인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하지만 테슬라가 지금까지 부분 자율주행인 ‘오토파일럿’ 사고에서 단 한번도 책임을 지지 않았고, 관련법과규정 및 사회적 합의가 미미한 상황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단 지적도 나온다.

머스크 CEO는 22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 프리몬트공장에서 열린 배터리데이에서 “오토파일럿 소스코드를 대폭 개선했고, 한달 뒤 완전자율주행으로 업데이트된 오토파일럿 베타 서비스를 공개할 계획”이라며 “3년 후에는 완전자율주행 기능을 갖춘 전기차를 2만5,000달러(약 3,000만원)에 판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머스크가 지난 7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세계인공지능회의(WAIC)’ 개막식에서 올 연말 완전자율주행 기능을 달성하겠다고 밝힌 것보다 두 달 가량 앞당긴 것이다.

테슬라는 △카메라 8개 △초음파 센서 12개 △160m 중거리 레이더 1개 등으로 완전자율주행 시스템을 구현하고 있다. 각각의 센서가 수집한 데이터를 인공지능(AI)이 조합해 3차원(3D) 입체영상으로 만들어 주변 상황을 파악하고, 안전한 주행을 제공한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자율주행 시스템을 구현하기 위해 자율주행 업체 대부분이 사용하는 ‘라이다(레이저스캐너)’는 적용하지 않았다.

23일 서울 청담동의 테슬라 매장에서 직원이 차량의 배터리 상태를 체크하는 모습. 뉴스1

23일 서울 청담동의 테슬라 매장에서 직원이 차량의 배터리 상태를 체크하는 모습. 뉴스1

머스크 CEO는 테슬라 자율주행 시스템의 안전성이 경쟁업체보다 뛰어나다고 강조했다. 실제 테슬라는 현재 100만대 이상 판매된 차량으로부터 30억마일(약 48억㎞) 가량의 자율주행 누적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이는 구글의 자율주행 자회사인 ‘웨이모’(약 2,000만㎞)보다 240배 가량 많은 거리다. 머스크 CEO는 “현재 우리의 오토파일럿 주행 중 사고율은 0.3%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경쟁사의 10분의 1에 불과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테슬라 완전자율주행 시스템은 미국 자동차공학회(SAE) ‘J3016’ 개정안 기준 ‘레벨4’에 해당한다. 레벨4는 차량제어, 환경인지, 운전반응, 주행능력 등이 모두 시스템에 의해 제어된다. 스티어링휠, 가ㆍ감속 페달 등이 있어 비상시에만 운전자 개입 가능하다. 반면 레벨5는 스티어링휠이나 가ㆍ감속 페달이 없어 운전자 개입이 불가능하고, 오로지 시스템에 의해서 움직인다.

업계에선 테슬라의 완전자율주행 시스템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테슬라가 전기차에서 보여준 ‘혁신’이 자율주행 생태계에서도 작용할 것이란 긍정적인 측면과 안전성에 대한 염려도 제기되고 있다.

테슬라 모델3는 그랜저 버금가는 실내공간을 갖췄다. 테슬라코리아 제공

테슬라 모델3는 그랜저 버금가는 실내공간을 갖췄다. 테슬라코리아 제공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테슬라는 경쟁업체보다 월등하게 많은 자율주행 데이터를 갖고 있고, 자체적인 AI 기술을 활용해 레벨4 이상의 자율주행을 구현할 수 있다”며 “전기차와 자율주행이 결합해 ‘로보택시’ 서비스를 제공해 회사와 차주가 공동의 수익을 만들어내는 ‘테슬라 네트워크’가 완성되면, 2만5,000달러라는 파격적인 가격이 실제가 될 수 있고, 이는 결국 경쟁업체들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안전 사고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최근 경기 시흥시 인근 고속도로에서 오토파일럿 주행 중이던 테슬라 차량이 갑자기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았다. 올해 초에는 대만에서 오토파일럿 주행 중이던 모델3가 고속도로에 넘어진 화물차를 추돌했고, 지난해 미국 플로리다에서도 비슷한 사고가 발생했다. 이처럼 오토파일럿으로 인한 사고는 늘고 있지만, 테슬라는 사고에 대한 책임을 모두 회피했다.

2018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테슬라 모델X 차량의 오토파일럿 주행 중 사고 발생 모습. AP=연합뉴스

2018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테슬라 모델X 차량의 오토파일럿 주행 중 사고 발생 모습. AP=연합뉴스

최영석 선문대 스마트자동차공학부 교수는 “현재 테슬라에 장착된 오토파일럿은 자율주행이 아닌 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이기 때문에 30억마일 데이터가 자율주행에 적합하다고 하기 어렵다”며 “미국, 우리나라 등 전세계적으로 자율주행 관련 법, 규범, 보험체계 등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고가 발생할 경우 테슬라는 ‘베타버전’이라는 이유로 책임을 회피할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류종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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