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끌벅적 응원에 '트래시 토크'까지… 불문율 깬 당구 재미 쏠쏠하네

입력
2020.09.2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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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래가 23일 겅기 고양 빛마루 방송지원센터에서 열린 2020~21 PBA 팀리그 2라운드 3일째 경기에서 공을 조준하고 있다. PBA 제공

이미래가 23일 겅기 고양 빛마루 방송지원센터에서 열린 2020~21 PBA 팀리그 2라운드 3일째 경기에서 공을 조준하고 있다. PBA 제공


“길어 길어!” 상대가 친 공이 성공하지 않길 바라는 목소리, 동네 당구장에서나 볼 수 있는 '트래시 토크(trash talk)'가 등장한 곳은 PBA(프로당구) 대회다.

지난해 출범한 PBA는 당구의 고정관념을 깬 파격적인 기획으로 화제를 모았다. 올해 첫 선을 보인 단체전(팀리그)은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버전으로 당구팬들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2라운드를 치르고 있는 2020~21 PBA 팀리그는 프로야구나 농구ㆍ배구처럼 벤치 응원전이 볼거리로 떠올랐다. 정숙한 분위기에서 샷 소리만이 적막을 깨뜨렸던 전통적인 당구 대회와는 180도 달라진 풍경이다. 무관중 경기로 치러지고 있지만 선수들은 관중들의 몫까지 더해 우렁찬 함성과 응원 구호를 외친다. 플래카드와 응원봉, 북, 나팔까지 등장했다. 예의와 매너를 중요시하는 불문율마저 깨고 상대 선수가 플레이할 때는 장난 섞인 야유도 서슴지 않는다. ‘벤치 타임아웃‘도 도입해 난구가 배치됐을 땐 팀원 전원이 모여 진지하게 상의하는 모습도 재미있다.

경기 방식도 흥미를 더한다. 6판4선승제로 진행되는 팀리그는 각 세트마다 15점과 11점 단판으로 결판나 사실상 객관적인 전력 차가 의미 없어졌다. 그래서 남녀혼합복식으로 치러지는 4세트에서도 남자 선수가 월등할 것이라는 예상도 빗나갔다.

1라운드 MVP에 선정된 신한알파스 주장 김가영은 "외국 포켓볼 대회는 음악, 조명도 훨씬 화려하다"며 "PBA에서 3쿠션을 접하면서 이런 밝은 분위기를 정말로 원했다. 선수들이나 팬들이 응원하는데 눈치 보지 않았으면 좋겠고 지금보다 더 밝아져도 좋겠다는 생각이다"고 말했다

한편 23일 경기 고양 빛마루 방송지원센터에서 열린 2라운드 3일째 경기에선 TSㆍJDX가 웰뱅피닉스를 세트스코어 4-0으로 완파했다. 1라운드에서 1승 4무를 기록한 TSㆍJDX는 4승 4무의 무패 행진으로 단독 1위를 질주했다. 관심을 모았던 이미래(TSㆍJDX)와 차유람(웰뱅피닉스)의 대결에서도 이미래가 차유람을 11-8로 물리쳤다. 10승 5패를 기록한 이미래는 개인 랭킹에서 김가영(9승 5패)을 제치고 단독 1위로 올라섰다.

성환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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