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별 지원 원칙 훼손으로 짜깁기된 4차 추경

입력
2020.09.23 04:30
27면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2일 국회에서 2020년도 제4차 추가경정예산안 합의사항 발표에서 합의문에 서명하고 있다. 2020.9.22 오대근 기자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2일 국회에서 2020년도 제4차 추가경정예산안 합의사항 발표에서 합의문에 서명하고 있다. 2020.9.22 오대근 기자

여야가 22일 4차 추가경정예산에서 통신비를 나이에 따라 선별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여야 합의로 어려움을 겪는 계층에 2차 재난지원금이 추석 전에 지급될 수 있게 된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피해가 집중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 대한 집중 지원이라는 당초의 원칙이 크게 훼손된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여당 주장으로 급히 편성된 ‘13세 이상 전 국민 통신비 지원’이 ‘16∼34세 및 65세 이상’으로 축소되면서, 1조원에 육박하던 관련 예산은 5,200억원 삭감된다. 삭감분은 돌봄 대상을 중학생으로 확대하고, 야당이 주장한 ‘독감 백신 무료 접종’ 예산 확대에 배당하기로 했다. 결국 추경 규모는 정부안보다 300억원가량 감액된 7조8,000억원이 됐다. 여야 주고받기로 짜깁기 예산이 됐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무엇보다 ‘보편 지원’을 주장하는 일부 여론을 의식해 절실한 취약 계층에 대한 지원이 그만큼 줄어든 것은 아쉬움이 남는다. 특히 여당이 스스로 제시한 ‘선별 지원’이라는 원칙을 허물고 사실상 전 국민에게 ‘통신비 푼돈 지원’을 제시하자 야당이 ‘전 국민 독감 무료 백신 접종’이라는 비현실적 대안으로 맞불을 놓는 등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했다. 양대 정당의 무책임한 포퓰리즘이라 비판받아 마땅하다.

영세 상인 대부분은 매출이 예년보다 90%까지 줄어들면서 상가 임대료조차 못 내는 처지에 놓여 있다. 이번 지원으로 이들에 대한 지원금은 최대 200만원에 불과하다. 여기에 실직이 길어지는 휴직자와 미취업 청년 등에게는 50만원을 일회성으로 지급하는 게 고작이다. 생계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안타까움이 클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국민들의 고통도 점점 커지고 있다. 위기를 벗어날 때까지 정부는 취약 계층에 대한 도움을 계속 이어가야 한다. 정치권은 4차 추경 편성 과정에서의 잘못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유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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