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증 없는데요” 수배자 거짓 신원 진술 믿고 풀어준 경찰

입력
2020.09.22 16:20
수정
2020.09.22 16:34

폭행ㆍ차량손상, 가해 음주 운전자 잠적
피해자 “피의자 행적 감춰 보상 못 받아” 국민청원

폭행 피해자가 올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청원. 청와대 홈페이지

폭행 피해자가 올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청원. 청와대 홈페이지


경찰이 폭행과 음주운전 혐의로 붙잡힌 수배범이 거짓으로 알려준 엉뚱한 사람의 인적 사항만 믿고 풀어주는 사건이 발생했다.

22일 충남 서산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12일 오전 3시께 서산 호수공원 인근 한 골목에서 운전하던 A(25)씨는 마주 오던 B(26)씨와 서로 길을 막았다며 시비가 붙었다.

시비도중 술에 취한 A씨는 B씨를 폭행하고 차량 일부가 파손됐다.

B씨 신고로 현장에 출동한 지구대 소속 경찰은 A씨에 대해 음주측정을 했지만 A씨는 “신분증이 없다”며 지인의 인적 사항을 적어냈다. 경찰은 A씨의 말만 믿고 타인의 주민등록번호 신원 조회를 마친 뒤 풀어줬다.

하지만 A씨는 이미 다른 교통 관련 법규 위반으로 수배된 상태였으며 경찰이 풀어 준 이후 잠적했다.

이에 피해자들은 “A씨가 경찰을 속였다는 사실을 수소문 끝에 확인, 사건 담당자에게 알려줬다”며 “경찰은 우리가 말해줄 때까지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경찰의 어이없는 실수에 대해 B씨는 ‘수배자를 풀어준 서산경찰서 답변을 받고 싶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청원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뒤늦게 사태를 파악한 경찰은 A씨를 폭행 등 피의자로 뒤쫓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신원 조회 과정에서 실수한 부분이 있었다”며 “A씨를 붙잡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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