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의 남북 협력 호소, 北 더는 외면 말아야

입력
2020.09.23 04:30
27면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영상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영상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제75차 유엔 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포용성을 강화한 국제 협력' 아래 코로나 확산과 경제 위기, 기후변화에 대처하고 동북아 평화를 정착해 가자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방역과 보건 협력"이 남북 대화의 단초라면서 북한을 포함해 중국, 일본, 몽골이 참여하는 동북아 방역보건협력체를 제안했다. 유엔 연설로는 2년 만에 '종전선언'을 거론해 "한반도에서 비핵화와 함께 항구적 평화체제의 길을 여는 문"이 될 것이라고 했다.

포용적 국제 협력 기조 아래 남북 대화 기회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제안은 틀리지 않지만 지금으로서는 공허하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매년 유엔 총회는 물론이고 기회 있을 때마다 여러 남북 관계 개선안을 내놨지만 북한이 묵묵부답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11월 미국 대선이 끝나고 빨라도 내년 1월 당대회 이후에나 움직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남북 관계가 그런 틀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문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해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하고 남북 군사긴장 완화 등을 담은 공동선언을 발표한 게 불과 2년 전 일이다. 하지만 북미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비핵화 협상은 물론이요 남북 사이 진전이 없는데다 개성남북연락사무소 폭파라는 북한의 도발까지 벌어져 아득히 먼 일처럼 느껴진다. 남북, 북미회담이 헛일이었다고 폄훼하는 사람까지 나온다.

대화의 계기가 마련되지 못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관계 개선에 손 놓아서도 안 된다. 북미 대화와 무관하게 남북 관계를 개선할 수 있다는 문재인 정부의 의지는 명확해졌다. 성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지만 통일ㆍ안보라인 교체 이후 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대북 협력 메시지를 내는 것도 사실이다. 돌이켜 보면 남북미 대화가 시작된 지난 2년여 동안 전쟁 위기가 진정된 것만으로도 다행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언제까지 그런 위안에만 머무를 수는 없다. 문재인 정부의 제안에 응해 북한이 남북 관계 진전을 향해 성큼 내딛는 결단을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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