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틱톡도 사실 절반은 미국 회사"… 정치와 사뭇 다른 '미중 자본 밀월관계'

입력
2020.09.2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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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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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중국산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의 미국법인을 둘러싼 거래에도 모기업 '바이트댄스'에 투자한 미국 사모펀드들이 적극 관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무역갈등에서 올해 기술갈등으로까지 커진 양국의 정치 다툼과는 무관하게, 돈의 흐름을 좇는 기업과 자본의 세계에서는 양국 간에 쉽게 끊을 수 없는 끈끈한 공생관계가 형성돼 있는 셈이다.

"바이트댄스 지분 40%는 미국 자본 소유"

22일에도 미국과 중국 정부는 미국 내 틱톡의 통제권을 어디에 둘 지를 두고 엇갈린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폭스뉴스에 출연해 "틱톡의 통제권을 완전히 미국이 가져와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거래를 승인하지 않겠다"고 주장했다. 오라클ㆍ월마트 등이 일부 지분만 갖고, 모회사 바이트댄스가 여전히 틱톡의 운영권을 갖고 있다는 지적에 반박한 것이다.

하지만 애초 바이트댄스의 구조를 들여다보면 사실상 미국 월가의 사모펀드 자본이 이미 기업 운영에 적극 관여하고 있다. 창업주이자 대표는 중국인 장이밍(張一鳴)이지만, 이사진에는 제너럴애틀랜틱, 세쿼이아캐피탈, 코아츄매니지먼트, 서스쿼해나 인터내셔널 등 미국 사모펀드들이 즐비하다. 로이터는 이들 미국 자본의 바이트댄스 지분율을 40% 가량으로 추정했다.

특히 제너럴애틀랜틱과 세쿼이아는 이번 '틱톡 글로벌' 인수 거래 설계에까지 깊이 관여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두 펀드사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원한 '미국 틱톡의 완전한 인수' 대신 오라클을 끌어들여 일부 지분을 내주면서 바이트댄스가 여전히 틱톡의 미국 법인을 운영하는 안을 적극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쿼이아는 트럼프 정부 내 친(親) 월가 성향 인사인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고문 등을 대상으로 틱톡이 미국에서 계속 영업할 수 있게 해달라며 로비를 벌이기도 했다.

중국 기업, 월가 IB 업고 미국 증시 러시

틱톡의 사례는 미국의 벤처캐피탈(VC)들이 진작부터 중국의 스타트업에 적극 투자해 왔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미중 사이의 해외직접투자(FDI)를 추적하는 싱크탱크 로디움그룹에 따르면, 미중 무역분쟁이 불거지기 전인 2017~2018년 2년간 미국 VC는 중국에 308억달러를 투자했다. 이들은 주로 중국의 빅데이터나 인공지능 분야에 적극 돈을 쏟아붓고 있다.

월가의 국제 투자은행(IB)도 중국 기업에 관심이 많다. 금융정보업체 리피니티브의 데이터에 따르면,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 등 미국 IB들이 중국 기업의 기업공개(IPO)와 회사채 발행 등으로 벌어들인 수수료는 올해 24% 증가했다. 올해 월가에서 IPO를 실행한 중국 기업 가운데 온라인 부동산 서비스 기업 KE홀딩스(베이커자오팡)는 약 20억달러, ‘중국판 테슬라’로 불리는 전기차 업체 샤오펑모터스는 약 15억달러 공모에 성공했다.

“미국 증시 진출 막아도 실효성 없을 것”

최근 미국 국무부 등은 ‘중국 투자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가 중국 기업들의 불투명한 회계를 문제 삼고 이들을 뉴욕 증시에서 퇴출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중국판 스타벅스’로 불리던 루이싱커피가 공매도 전문 투자자들에 의해 매출 조작이 드러나면서 나스닥에서 퇴출되는 사건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불확실성에도 여전히 늘어나는 IPO는 중국 기업과 미국 자본이 서로를 원한다는 신호다. 중국 기업은 세계 최대 금융시장에 상장함으로써 더 많은 투자자금을 끌어들일 수 있고, 미국 자본은 거대 소비시장인 중국 내 기업의 성장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기 때문이다.

미국 싱크탱크 피터슨경제연구소(PIIE)는 최근 "중국 기업이 뉴욕 증시에 상장하지 못한다 해도 그것이 중국으로 돈이 흘러드는 것을 막지는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제 주가지수(인덱스)를 제공하는 MSCI나 FTSE 등이 더 많은 중국 기업을 지수에 편입하고 있고, 사모펀드들은 상장과 무관하게 개별적으로 기업에 투자하고 있으며 홍콩이나 런던 등 다른 금융 거점에서도 충분히 자본을 끌어 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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