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학생인권조례 제정 놓고 찬반 갈등 최고조

입력
2020.09.22 17:02
수정
2020.09.22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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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발의 이후 논란 이어져?
반대단체, 교권 침해 등 반발
23일 도의회 교육위 심사 예정

학생과 교사, 학부모, 정당,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학생인권조례제정연대가 지난 15일 제주도의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학생과 교사, 학부모, 정당,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학생인권조례제정연대가 지난 15일 제주도의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주학생인권조례에 대한 제주도의회 심의를 앞두고 수개월째 이어져 오고 있는 찬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제주학생인권조례는 지난 3월 도내 고교생 531명을 포함해 1,002명이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해 달라며 도의회에 청원 서명부를 제출하면서 본격적으로 논의가 시작됐다. 이어 지난 7월 고은실 도의원(정의당)이 해당 조례를 대표발의했고, 22명의 도의원이 이에 동참했다.

제주학생인권조례안에는 유엔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을 근거로 학생의 인권이 교육과정과 학교생활에서 실현될 수 있도록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 및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조례안이 제정되면 학교는 학생에게 야간자율학습이나 보충수업 등 종례 후 정규교과 외의 교육활동을 강요할 수 없게 되고, 학생 동의 없이 학생의 복장이나 두발을 규제하거나 학생의 소지품을 검사·압수할 수도 없게 된다.

반면 학생은 집회의 자유, 학교 규정 제ㆍ개정 또는 교육정책 결정과정에 참여할 권리, 학생인권옹호관에게 상담과 조사 등을 청구할 권리 등을 보장받게 된다. 해당 조례 핵심 내용들은 이미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해 시행하고 있는 경기, 광주, 서울, 전북, 충남 등의 조례와 비슷하다.

하지만 제주도교원단체총연합회 등 반대 단체들은 해당 조례안이 인권 보장이라는 이유로 학생에게 과도한 권리를 부여하고 있어, 이는 결국 교권 추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조례 제정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해당 조례안에는 일부 지역에서 시행되고 있는 학생인권조례와 달리 ‘성적(性的) 지향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가진다’는 조항이 갈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발의 과정에서 빠졌다. 그러나 반대단체들은 제주학생인권조례안이 해당 조항을 반영한 국가인권위원회법을 준용하고 있는 만큼 학생들에게 동성애를 옹호하거나 조장하는 분위기를 조성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최근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자체를 반대하는 5,424명의 청원 서명부도 도의회에 제출된 상태다.

전교조 제주지부 등 찬성단체들은 “제주학생인권조례는 학생들이 한 인간으로서, 성숙한 민주시민으로 성장하기 위한 발판”이라며 “이 조례는 학교에서 학생이 인간으로서의 존재만으로 당연히 누려야 하는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할 수 있도록 만든 것으로, 어떤 정치적 쟁점도 논쟁도 거둬 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조속한 조례 제정을 촉구했다.

이처럼 찬반 갈등이 커지면서 소관 상임위원회인 도의회 교육위원회는 지난 7월 부공남 위원장 직권으로 조례안 상정을 보류하고 약 두 달간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23일 심의를 벌일 예정이다.

김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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