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은행들, 20년간 2조달러 규모 불법자금 송금 관여”

입력
2020.09.21 22:42
수정
2020.09.22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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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재무부 FinCEN 보고서 유출 파문

영국 런던을 대표하는 금융가 카나리워프의 전경. 런던=EPA 연합뉴스

영국 런던을 대표하는 금융가 카나리워프의 전경. 런던=EPA 연합뉴스

미국 최대은행 JP모건체이스와 영국계 HSBC, 스탠다드차타드, 도이체방크, 뉴욕멜론은행 등 글로벌 대형 은행들이 십수년간 2조달러가 넘는 거액의 불법 의심 자금 송금에 관여해온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미국 온라인매체 버즈피드는 1999~2017년 미 재무부 산하 금융범죄단속반(FinCEN)에서 취합한 세계 170여개국의 의심거래보고서(SAR) 2,100여건을 입수해 보도했다. 파나마페이퍼스 등을 폭로한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 88개국 110개 언론기관도 함께 자료를 분석했다. 각 은행이 작성해 제출한 이들 자료에는 돈세탁이나 범죄와 관련된 2조달러(약 2,327조원) 규모의 수상한 금융거래 1만8,000여건의 흐름이 망라돼 있다.

구체적 내용은 부패 스캔들 백화점을 방불케 한다. 제재 대상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측근과 북한 관련 자금세탁은 물론, 도쿄올림픽 유치를 위해 '검은 돈'이 살포된 정황 등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도널드 트럼프 캠프의 선대본부장이었던 폴 매너포트도 리스트에 포함됐다. 매너포트는 러시아 정부 및 정보기관, 우크라이나 친러 정부와의 유착설이 끊이지 않는 인물이다. 2003~2017년 만들어진 총 33건의 보고서에 44개 은행 620건의 거래가 보고됐고 거래 금액은 1억1,000만달러에 달했다.

거래 건수와 액수로는 독일 최대 은행 도이체방크가 압도적이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에 따르면 전체 2,100건의 의심거래 중 도이체방크 연루 사례가 62%를 차지했다. 금액으로도 전체 2조달러 가운데 1조3,000억달러가 도이체방크와 관련됐고, 많은 사례가 이란 및 러시아 제재를 우회하는 거래와 연관돼 있었다. 이번에 공개된 파일들에 대해 도이체방크는 “다 끝난 거래”라고 했고, 몇몇 은행들은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ICIJ는 “2011~2017년 FinCEN에 제출된 SAR이 총 1,200만건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에 분석한 SAR는 전체의 0.02% 이하”라면서 “2조달러도 세계 전체 은행을 통해 범람하는 더러운 돈의 한 방울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글로벌 은행들은 미 당국이 벌금을 부과했음에도 위험한 권력자들로부터 계속 이득을 얻어왔다”며 “일부 은행은 당국자가 형사 고발될 수 있다고 경고했음에도 불법자금 송금을 계속했다”고 주장했다.

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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