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주 사임에 니콜라 주가 장전거래서 30% 급락

입력
2020.09.21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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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보유 '서학개미' 단기 충격 예상... 국내 수소 관련주도 하락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위치한 니콜라 본사 모습. 유튜브 캡처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위치한 니콜라 본사 모습. 유튜브 캡처


미국 증시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우리나라의 해외 주식 투자자들도 대거 매수한 바 있는 수소트럭 제조업체 니콜라의 창업자 트레버 밀턴이 회장직에서 즉시 사퇴하고 향후 최소 3년간 회사 운영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한 가운데, 니콜라의 주가가 미국 장전 거래에서 30% 전후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에서 ‘니콜라 관련주’로 묶인 기업들의 주가도 하락했다.

21일 미국 증시 개장전 니콜라의 주가는 전 거래일 종가인 주당 34.19달러 대비 10달러(약 30%) 가량 떨어진 24달러 전후에서 거래됐다. 통상 장전거래에는 시장에서 유통 중인 주식의 일부만 거래되기 때문에 이 가격이 개장 후 가격에 직결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투자자들이 창업자이자 회장인 트레버 밀턴의 사임을 악재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앞서 밀턴은 20일 성명을 통해 “거짓 주장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사임한다”고 밝혔다. 최근 공매도 투자자(숏셀러)인 힌덴버그리서치가 니콜라 기업 운영 전반을 사기로 규정하는 공매도 보고서를 공개한 이후 밀턴은 격렬하게 반박을 이어갔지만 파문이 가라앉지 않았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법무부 등도 조사에 나섰다. 이날 SEC에 제출한 니콜라의 공시에 따르면 밀턴은 자발적으로 니콜라 회장과 이사회 이사직을 모두 사임하겠다고 제안했으며 이사회는 이를 수용했다.

밀턴은 여전히 회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날부터 3년의 ‘정지기간(standstill period)’ 사이에 보유 주식을 일정 이상 늘리지도 않고 주주로서의 권리도 전적으로 이사회의 결정에 따르는 방식으로 행사하기로 약정했다. 후임 회장으로 제너럴모터스(GM) 부회장 출신인 스티븐 거스키가 임명되면서 GM의 입김이 더욱 강해질 것이라는 추측도 제기됐다.


니콜라 창업자 트레버 밀턴은 20일 니콜라와 관련된 모든 공식 지위를 내려놓기로 했다. 니콜라 페이스북 캡처

니콜라 창업자 트레버 밀턴은 20일 니콜라와 관련된 모든 공식 지위를 내려놓기로 했다. 니콜라 페이스북 캡처


니콜라 주가가 단기적으로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국내 투자자들도 비상이 걸렸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의하면 18일 기준 국내 투자자들의 니콜라 주식 보관잔액은 약 1억5,046만달러(1,742억원)에 이른다. ‘제2의 테슬라’로 불린 니콜라는 상장 이후인 6월 초 주당 79.73달러까지 급증하면서 ‘서학개미’로 불리는 해외자산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은 바 있다.

국내에서 ‘니콜라 관련주’로 묶인 기업들의 주가도 21일 하락세를 보였다. 자회사를 통해 니콜라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한화솔루션은 이날 주가가 7.4% 하락했다. 지분 관계는 없지만 GM을 통해 니콜라로 배터리 공급 가능성이 제기된 LG화학의 주가는 5.86% 떨어졌다. 국내 수소업계 관련 종목으로 분류되는 두산퓨얼셀(-9.08%) 상아프론테크(-6.68%) 뉴로스(-5.06%) 등도 매도 흐름에 휘말렸다.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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