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지지율 미스터리... 호재 풍년에도 안 오른다

입력
2020.09.22 11:28
수정
2020.09.22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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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1일 국회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오대근 기자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1일 국회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오대근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 김홍걸ㆍ윤미향ㆍ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의 비위 의혹과 전국민 통신비 지급을 둘러싼 논란 같은 여권의 악재가 연일 돌출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지율은 어쩐지 요지부동이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실시한 9월 3주차(14일~18일)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오히려 전주보다 3.4%포인가 떨어진 29.3%를 기록했다. 30%대였던 지지율이 20%대로 주저앉은 것은 10주 만이다.

한국갤럽 조사도 추세는 비슷했다. 한국갤럽이 이달 15일부터 사흘간 실시한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전주보다 3%포인트 떨어졌으나, 국민의힘 상승률은 1%포인트에 그쳤다. 오히려 지지 정당이 없는 무당층의 비중(33%)이 전주보다 4%포인트 늘어 4ㆍ15 총선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민주당에 실망했지만 국민의힘도 못미더운 민심이 중간 지대를 떠돌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추이는 여당발 악재가 잇따를 때 야당 지지율이 오름세를 보이는 통상의 흐름을 거스른다. 국민의힘은 왜 ‘반사이익’도 챙기지 못하는 걸까.

시효 다다른 '김종인 효과'... “대선주자 등판해라”

민주당에 등 돌린 민심을 국민의힘이 흡수하지 못하는 요인으로 우선 ‘인물 부재’가 꼽힌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가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1위를 두고 초접전을 벌이고 있는 사이, 국민의힘의 '자칭' 대선주자들은 여전히 '제로(0)'에 수렴하는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힘 있는 대선주자는 정당의 간판이자 대권을 창출할 미래인데, 국민의힘은 간판도, 미래도 없는 정당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국민이 ‘바라볼 사람’이 없으니 국민의힘에 관심이 모이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도 “지금은 여권 대선주자들이 야권과 싸우는 게 아니라 서로 경쟁하는 형국”이라며 “일부 국민의힘 초선들이 잘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당 전체가 주목을 받으려면 이제는 대선주자가 나와 줘야 한다”고 했다.

‘김종인 효과’가 그간 국민의힘 지지율을 떠받치고 있었지만, 그 효과가 반감되고 있다는 것도 지지율 정체의 이유다. 당명과 정강정책 개정, 호남 구애 등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기획한 외연 확장 노력의 충격파는 취임 100일을 지나면서 한계를 만났다. 국민의힘의 다른 관계자는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을 장악하고 있을 때는 그들의 한 마디를 따라 당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며 "김 위원장은 본인의 중도개혁 노선과 당의 노선이 일치하지 않는 모습이 자꾸 노출되면서 메시지 영향력이 축소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공정거래 3법을 둘러싼 갈등은 김 위원장의 위기다. 입법을 저지하려는 당 주류에 떠밀린다면, 김 위원장의 영향력은 급락할 것이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이 1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이 1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는 與와 다르다’ 보여주기 실패

전문가들은 더 근본적인 데서 원인을 찾는다. 국민의힘이 전략 부재로 화력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추 장관 아들의 군 복무 특혜 의혹 사건은 '조국 사태’보다 파급력이 크지 않은 사안인데도 잔뜩 힘을 쏟고 있다. 이재묵 한국외대 교수는 “추 장관 이슈는 ‘공정’에 관한 이슈란 점에서 조 전 장관 사태와 본질적으로 같아 기시감이 일기 때문에 그다지 충격으로 다가오지 않는다”라며 “여권의 불공정에 분노하는 이들은 이미 조 전 장관 사태 때 이탈했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의혹 제기와 공세에 집중하는 야당의 전통적 전략이 한계에 이른 측면도 있다. 야당이 ‘스스로 잘해서’가 아니라, ‘상대의 실책에 기대서’ 오르는 지지율의 최대치가 현재 국민의힘 지지율이라는 뜻이다. 이 교수는 “’여당이 잘못하는 건 맞지만, 너희도 똑같지 않느냐’고 회의하는 민심을 국민의힘이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며 “여전히 대안 세력으로서 국민들의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자세한 여론조사 결과는 한국갤럽ㆍ리얼미터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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