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국=종이호랑이'로 얕잡아보는 3가지 이유

입력
2020.09.21 19:3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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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정부, 퇴로 차단해 틱톡 협상 적극 개입
실리 챙기며 생존 도모... "최악 모면" 만족
미국 내부 갈등 유발... 여론전에다 소송도

중국 동영상 공유 앱 '틱톡' 로고를 둘러싼 중국 오성홍기와 미국 성조기. 로이터 연합뉴스

중국 동영상 공유 앱 '틱톡' 로고를 둘러싼 중국 오성홍기와 미국 성조기. 로이터 연합뉴스

중국이 미국과의 정보기술(IT) 전쟁에서 승리한 것마냥 고무돼 있다. 관영매체들은 동영상 공유 애플리케이션(앱) '틱톡' 매각 협상과 관련해선 미국을 '종이호랑이라고 깎아내렸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위챗 사용 금지명령이 미 법원에서 뒤집힌 데 대해선 "역사적 승리"라고 치켜세웠다. 정부는 앞장서 개입하고, 기업은 적절히 타협하고, 여론전과 소송을 불사하는 '3박자' 공략법으로 미국의 공세에 맞서는 모습이다.

中정부의 '대못' 박는 배수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P 연합뉴스

중국 정부는 완전매각 위기에 처한 틱톡을 구하기 위해 일찌감치 퇴로를 막는 강수를 뒀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21일 "정부는 틱톡 협상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한 순간도 아웃사이더가 아니었다"면서 "기술 수출 제한 목록을 개정해 인공지능(AI) 알고리즘 등 핵심기술을 외국에 넘길 수 없도록 조치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실제 중국 정부는 틱톡 모기업인 바이트댄스와 미국 기업 오라클 간 틱톡 미국사업 거래 과정에서 핵심기술은 협상 대상이 아니라고 대못을 박았다. 또 '블랙리스트' 기준을 공개하며 미국 정부와 기업을 압박했다. 방패와 칼을 동시에 꺼낸 것이다. 중국 정부가 강경대응을 고집하자 서구 언론들조차 "틱톡 거래는 중국 공산당의 승인이 필요하다"며 되레 중국의 협상력을 높여줬다.

기업은 생존 우선... "명분보다 실리"

틱톡 모기업 바이트댄스의 중국 베이징 본사 앞에서 경비요원이 촬영을 제지하고 있다. 베이징=EPA 연합뉴스

틱톡 모기업 바이트댄스의 중국 베이징 본사 앞에서 경비요원이 촬영을 제지하고 있다. 베이징=EPA 연합뉴스

당초 틱톡 미국사업 매각 협상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완전중단과 완전매각이란 두 개의 선택지로 으름장을 놓으면서 바이트댄스가 일방적으로 밀리는 듯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뒤를 받치자 운신의 폭이 넓어진 바이트댄스는 파국 대신 파트너십으로 실리를 챙기는 현실적인 해법을 택했다.

바이트댄스는 미국사업 간판을 '틱톡 글로벌'로 바꿨고, 합작법인에 참여하는 오라클을 "신뢰할 수 있는 기술제공자"라고 규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틱톡 글로벌은 중국과 무관하다"고 호언장담했지만, 틱톡 입장에선 오라클과 월마트에 각각 12.5%와 7.5%의 지분을 내주는 대신 미국 정부의 까다로운 데이터 보안규정에 맞춰 보증인을 확보한 셈이 됐다. 중국 매체들은 "최악의 상황을 피했다"며 "고압적인 미국을 상대로도 절대지배력을 유지하면서 기업의 손실을 줄일 여지가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지분 관련 셈법이 달라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 바이트댄스는 "상장 전 투자유치(프리 IPO)를 통해 틱톡 글로벌 지분의 80%를 확보할 것"이라며 "이사회에 바이트댄스 창업자 등이 참여한다"고 밝혔다. 반면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서구 매체들은 "미국 투자자들이 이미 바이트댄스 지분 40%를 보유하고 있어 오라클과 월마트를 합하면 틱톡 글로벌 지분의 53%를 미국이 갖게 됐다"고 분석했다.

여론전에 소송까지... "끝장 게임"

중국 상하이의 한 상점 앞 유리창에 위챗(오른쪽)과 알리페이 결제용 QR코드가 붙어 있다. 상하이=EPA 연합뉴스

중국 상하이의 한 상점 앞 유리창에 위챗(오른쪽)과 알리페이 결제용 QR코드가 붙어 있다. 상하이=EPA 연합뉴스

미국 내 위챗 사용자는 330만명에 달한다. 페이스북(2억2,300만명)과 비교하면 1.5%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들은 모국어가 중국어이거나 중국계 미국인이어서 위챗이 없으면 일상생활에서 상당한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그만큼 충성도가 높다. 2014년 이후 애플스토어와 구글플레이를 통한 다운로드는 2,200만건으로, 1인당 평균 6회 이상 위챗을 휴대폰에 새로 설치했다.

위챗 사용금지 행정명령에 대한 취소소송을 주도한 단체는 '미국 위챗 사용자 연합'이다. 회원들은 모금과 봉사활동, 전문가 섭외, 변호인단 채용 등을 자발적으로 진행했다. 17~18일 두 차례 공청회와 19일 미 법무부 면담을 통해 정부 조치의 부당성을 적극 알렸고, 결국 20일 미 법원으로부터 위챗 다운로드를 금지한 정부 조치의 중단 결정을 이끌어냈다.

250년에 못 미치는 미국 역사에서 정부가 단행한 1만5,000여건의 행정명령 가운데 법원 판결을 통해 뒤집힌 건 극소수라고 중국 관찰자망은 전했다. 단체 측은 "우리 일생에 다시 보기 어려운 값진 승리를 거뒀다"며 "미 정부의 항소에 맞서 헌법에 보장된 권익을 반드시 수호할 것"이라고 결의를 다졌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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