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들 수 없다면서 '배그' 즐긴 병역거부자, 유죄 확정

입력
2020.09.21 11:04
수정
2020.09.21 11:13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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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소 가기 전날 돌연 9년만에 종교활동 재개

대법원. 한국일보 자료사진

대법원. 한국일보 자료사진

입영하기 전날 9년만에 종교 활동을 재개하기로 하며 입영을 거부한 것은 종교적 신념에 따른 정당한 병역거부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1일 밝혔다.

여호와의 증인 신도인 A씨는 입영 전날인 2018년 8월 12일, 종교적 신념에 따라 입영을 거부하기로 마음 먹고 입대하지 않았다. 그리고 한 달 뒤 종교 활동을 중단한지 9년만에 다시 성서 연구를 시작했다. 그는 부모님을 따라 2006년 침례를 받았지만 2009년부터는 사실상 종교활동을 중단한 상태였다.

1심은 “(A씨의 삶 전반을 살펴봤을 때) 병역 거부가 깊고 확고하고 진실한 양심에 따른 것인지 의문이 든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A씨가 공동공갈 사건으로 소년보호처분을 받는 등 총 7차례 입건된 전력을 볼 때, 그의 삶이 전반적으로 종교적 신념에 의해 좌우되지 않았다고 볼 여지가 많다는 것이다.

2018년 병역거부와 동시에 배틀그라운드나 오버워치 같이 총기를 사용하는 게임을 한 사실도 고려됐다. 1심 재판부는 “총기를 들 수 없다는 이유로 병역거부를 하면서도 ‘게임을 할 때는 양심이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았다’는 진술을 해 진실된 병역거부인지 의심이 든다”고 했다. 또한 그해 6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대체복무를 규정하지 않은 것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몰랐다는 A씨의 진술에도 신빙성이 없다며 배척했다. 여호와의 증인 신도를 부모로 두고 있는 이상 몰랐을리 없다는 판단이다.

A씨는 판결에 불복했지만 2심의 항소 기각에 이어 이번에 대법원이 상고를 기각하면서 유죄가 확정됐다.

윤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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