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타격 컸던 건 9월인데..." 긴급고용안정지원금 기준 논란

입력
2020.09.21 16:52
2.5단계 거리두기 시행은 9월인데 
정부는 '8월 소득 감소분'을 산정
"지급 속도보다 진짜 필요한 곳에 지급해야"
정부 "소득 왜곡 발생할 수 있다" 조건 유지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 중이던 지난 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로의 한 술집에 저녁 9시 이후 매장 이용이 불가능하다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뉴스1

수도권에서 대리운전 기사로 일하는 이정국(가명ㆍ52)씨는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시행으로 소득이 반토막 났지만, 정부의 2차 긴급고용안정지원금 대상에서는 제외된다. 정부가 대상자 선정 소득 기준을 '9월'이 아닌 '8월'로 반영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씨는 "8월에도 힘들었지만 와이프를 데리고 2인 1조(대리운전 중인 차량 뒤에 개인 차량이 따라 움직이는 방식)로 뛰면서 수입을 간신히 유지했다"며 "하지만 9월엔 9시 반만 되면 콜이 뚝 끊겨 수입이 거의 없는데 왜 8월 소득을 반영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고용노동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제적 타격을 입은 특수고용직(특고) 종사자 1인당 150만원을 지급하기로 한 2차 긴급고용안정지원금 기준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21일 고용부의 2차 긴급고용안정지원금 신규 신청자(20만명) 요건에 따르면 해당 특고 종사자는 2020년 8월 소득이 비교 기간 대상 소득 보다 25% 감소해야 한다. 비교 대상 기간은 △2019년 월 평균 소득 △2020년 6, 7월 중 특정 월 소득 △2019년 8월 소득 3개 중 본인에게 유리한 기준이다. 그러나 이씨를 포함한 특고 종사자 대다수는 실제 2.5단계 시행 기간이 8월 30일~9월 13일로 9월에 집중된 만큼 9월 소득을 반영해야 한다고 반발한다.

수도권 소재 유치원, 학교가 약 3주간의 전면 원격수업을 마무리하고 등교를 재개한 21일 서울 화랑초에서 대면, 비대면(원격) 수업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뉴시스

회비를 선납하는 구조인 학습지 업계에서도 비슷한 토로가 쏟아졌다. 인천의 학습지 교사 김혜원(가명ㆍ45)씨는 "8월까지만 해도 전달과 비슷한 수준으로 40과목을 맡고 있었는데, 9월 등록을 앞두고 13과목이 줄었다"며 "늦게 주더라도 꼭 필요한 사람이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오수영 전국학습지산업노조 위원장은 "2.5단계가 도입된 8월 말이 9월 회원 등록이 마감되는 시기라 9월 소득이 감소되는 부분이 더 컸다"며 "대면 수업을 기피하니 올해 그만둔 학습지 교사들도 많은데, 정작 이들에 대한 대책은 없다는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현장에서는 정부가 속전속결에 방점을 찍다 보니, 오히려 사각지대를 낳고 있다고 꼬집는다. 전국대리운전노조 관계자는 "9월 2주간은 거리가 텅 비어 대리기사들이 하루에 1건 하고 들어가고 그랬는데, 이 기간이 빠졌다"며 "아무래도 추석 전에 빨리 발표해서 민심을 달래려는 정치 논리가 많이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고용부는 신속한 지급을 위해 8월 소득 반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9월에 노무 제공한 게 10월에 들어오는 경우가 있고, 그러면 지금 당장 어려운 분들에게 빠른 지급이 어렵다"며 "9월 중에 사업이 공개되다 보니 9월 소득을 기준으로 하면 현장에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고 해명했다. 소득 지급 시기를 일부러 늦춘다거나 현금으로 임금을 받아 소득을 축소하는 등의 부작용을 고려했다는 것이다.

앞서 정부는 4차 추경을 확보해, 특고 종사자 70만명에게 11월 내로 2차 긴급고용안정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상반기 심사를 거쳐 지급이 확정된 1차 긴급고용안정지원금 대상자 50만명에게 추가로 50만원을, 나머지 20만명은 신규 신청을 받아 150만원을 지급한다.


송옥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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