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소에서만 3년 8개월... 터줏대감 된 비글의 기구한 사연

입력
2020.09.2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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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되어주세요] 256. 6세 추정 수컷 우람이

우람이.는 3년 8개월째 보호소에서 지내고 있다. 비글구조네트워크 제공

우람이.는 3년 8개월째 보호소에서 지내고 있다. 비글구조네트워크 제공


동물보호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는 2017년 1월 부산의 한 보호소에서 안락사 위기에 놓인 비글 한 마리를 구조했습니다. 외모도 워낙 예쁜데다 사람을 잘 따랐기 때문에 활동가는 혹시 누군가 잃어버린 개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고, 포털 사이트의 관련 카페들에서 정보를 찾기 시작했는데요.

활동가는 당시 구조한 개와 생김새가 꼭 닮은 개의 사진이 담긴 게시글을 발견했습니다. 하지만 개를 잃어버려 애타게 찾는다는 내용이 아닌 더 이상 키울 수 없으니 분양해 가라는 글이었습니다. 글의 제목은 ‘비글 남아 3살 분양 받으실 분’이었죠. 게시자는 "강아지 때부터 키웠지만 자신이 키울 수 있는 형편이 못 된다"며 분양한다는 간단한 내용을 올렸습니다.

구조 당시 우람이. 비글구조네트워크 제공

구조 당시 우람이. 비글구조네트워크 제공


활동가는 개가 보호소에 들어가게 된 시점과 게시자가 글을 올린 시점이 비슷했고, 얼굴과 털 무늬 등 외모가 너무 닮은 점을 고려해 게시자에게 연락을 취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분양 보냈다"는 단답형의 대답뿐이었다고 하는데요. 최주희 비글구조네트워크 입양 팀장은 "3년이나 키우고 다른 집에 분양을 보낸 것도 이해가 가질 않지만 최소한 잘 지내는지 궁금해할 줄 알았다"며 "자기 할 일은 다 했다는 입장이어서 단체에서도 더 이상 연락을 취하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활동가들은 원래 가족이 새로운 입양처를 찾아줬고 길을 잃었든 버려졌든 그 이후 보호소로 오게 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측했을 뿐이죠. 하지만 우람이가 길을 잃었다면 포털 사이트 게시판이든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공고가 올라온 동안 연락이 왔을 가능성이 높았을 겁니다.

최 팀장은 유기동물 구조 과정에서 안타까운 사실도 전했는데요. 그는 "유기동물 구조 이후 원래 기르던 가족과 연락이 닿는 경우가 있는데 대부분 인수를 포기한다"며 "심지어 연락처를 바꾼 경우도 있었다"고 말합니다.

구조 당시부터 우람이는 "앉아"라고 말하면 잘 알아들을 정도로 사람을 잘 따랐다. 비글구조네트워크 제공

구조 당시부터 우람이는 "앉아"라고 말하면 잘 알아들을 정도로 사람을 잘 따랐다. 비글구조네트워크 제공


안락사 위기에서 벗어난 개는 힘도 좋고 목소리도 우렁찼기 때문에 우람이(6세 추정?수컷)라는 이름을 얻었지요. 다행히 구조가 됐지만 활동가들에게 우람이는 아픈 손가락입니다. 구조된 이후 3년 8개월이 지나도록 아직 새 가족을 찾아주지 못했기 때문인데요.

우람이는 자신을 아껴주는 사람을 구분해 내고 한번 마음을 열면 무한신뢰를 보낸다고 합니다. 워낙 사람을 좋아하다 보니 사람과 떨어져 있으면 불안해 하는 분리불안이 있다는 건데요. 쉼터에는 워낙 많은 개들이 있다 보니 활동가들이 우람이만 챙겨줄 수 없는 상황이라 안타까움이 크다고 합니다. 또 다른 개 친구들과는 잘 지내지 못하는 편도 보호소에서 지내는 데 어려운 원인입니다.

최주희 팀장은 "다른 동물을 기르지 않고 우람이만 아껴 줄 수 있는 가정이 적합하다"며 "워낙 활동성이 좋기 때문에 산책도 운동도 함께 자주 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합니다. 또 "사람이 없을 때 짖음이 있기 때문에 분리불안 훈련도 필요하다"며 "보호소에 워낙 오래 있었기 때문에 입양 가정이 아니더라도 임시 보호가정도 절실한 상황"이라고 설명합니다.

사람을 좋아하는 우람이. 비글구조네트워크 제공

사람을 좋아하는 우람이. 비글구조네트워크 제공


우람이는 이제 보호소 터줏대감이 됐습니다. 3년 8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많은 개들이 보호소로 들어오고 또 새 가족을 찾는 것을 지켜만 봐야 했습니다. 분리불안도 있고, 다른 개들과 잘 지내지 못하기 때문에 오히려 보호소가 아닌 우람이를 보듬어줄 가정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이번에는 우람이에게도 평생 가족을 만날 기회가 오길 바랍니다.

▶세계 첫 처방식 사료개발 업체 힐스펫 뉴트리션이 유기동물의 가족 찾기를 응원합니다. ‘가족이 되어주세요’ 코너를 통해 소개된 반려동물을 입양하는 가족에게는 미국 수의사 추천 사료 브랜드 ‘힐스 사이언스 다이어트’ 1년치(12포)를 지원합니다.

▶입양문의: 비글구조네트워크 https://cafe.naver.com/thebeagle/5966

고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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