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구달 "한국의 아름다운 곰, 끔찍한 환경에서 살 이유 없어"

입력
2020.09.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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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연합에 사육곰 종식 바람 담은 영상 메시지 전해?
"곰들은 각자 개성이 있고 두려움과 고통 안다"


곰들은 각자 개성을 가지고 있고, 두려움과 고통을 알 수 있습니다. 그들은 이렇게 끔찍한 환경에서 살 이유가 없습니다

제인 구달 박사

제인구달 박사가 작은 곰 인형을 들고 한국의 사육곰 종식을 바라는 마음을 전하고 있다. 녹색연합 제공

제인구달 박사가 작은 곰 인형을 들고 한국의 사육곰 종식을 바라는 마음을 전하고 있다. 녹색연합 제공


세계적 동물학자이자 환경운동가 제인 구달이 한국의 사육곰 산업 종식을 바라는 마음을 담은 영상 메시지를 녹색연합에 보내왔다.

18일 녹색연합에 따르면 제인 구달은 영상에서 작은 곰인형을 손에 들고 곰들에게 행해지는 학대를 멈추고자 노력하고 있는 모두에게 응원을 보냈다. 또 한국이 동물과의 관계에서 보다 인도적이고 윤리적인 미래로 나아가기를 바라는 메시지도 전했다.

구달은 "이렇게 아름다운 곰들을 웅담용으로 사육하는 끔찍하게 잔혹한 관행을 종식하기 위해 노력해온 모두에게 이 메시지를 전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곰들을 만난 적이 있다. 주로 사육되는 작은 철장 안에서 어떻게 고통 받는지, 끔찍하게 부상을 당하는지 봤다"며 "웅담을 만들기 위해 이를 사는 사람들이 믿을 수 없을 정도의 학대가 이뤄진다는 걸 이해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녹색연합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웅담 채취를 위해 곰을 사육하는 것이 합법인 나라는 중국과 우리나라 단 2곳뿐이다. 시민사회와 정부, 사육곰 농가의 협력으로 실시한 중성화 수술로 2017년 이후 더 이상 웅담채취를 위한 사육곰은 태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일부 사육곰 농가에서는 허술한 법을 이용해 매년 불법으로 곰을 증식해 태어난 곰이 현재까지 36마리에 이른다는 게 녹색연합 측의 설명이다. 이와는 별도로 여전히 국내에는 400여마리의 사육곰이 최소한의 복지도 보장받지 못한 채 열악한 환경에 방치되어 있다.

경기 용인의 한 사육곰 농장에서 불법 증식된 새끼곰들은 다른 곰이 죽임을 당하는 과정을 지켜봐야 했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경기 용인의 한 사육곰 농장에서 불법 증식된 새끼곰들은 다른 곰이 죽임을 당하는 과정을 지켜봐야 했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녹색연합은 "다행히 올해 몰수보호시설 설계비 예산이 통과되면서 36마리의 불법 증식된 곰을 보호할 길이 열렸다"면서도 "추가적인 불법 사례를 막기 위해 법의 처벌 조항 강화와 불법 증식된 곰의 중성화조치 등이 시급히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녹색연합은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상황 속에서 한국의 웅담 채취용 사육곰 문제는 국제 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다"며 "인수공통감염병 시대에 야생 동물을 좁고 열악한 환경에서 사육하고 거래하는 것은 곧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우리나라 사육곰 산업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고, 방치된 400여 마리의 곰을 보호하는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제인 구달 박사는 침팬지 행동 연구의 최고 권위자로 1977년 '제인 구달 연구소(The Jane Goodall Institute)'를 세워 침팬지와 다른 야생 동물들이 처한 실태를 알리고 서식지 보호와 처우 개선 활동 펼쳐 왔다. '침팬지의 대모'로 불리는 그는 침팬지를 연구할 당시 침팬지에 번호를 붙이는 대신에 피피, 데이비드와 같은 같은 이름을 지어주고, 아프리카에서 그들과 함께 생활하고 연구한 일화 등으로 잘 알려져 있다. 1996년 한국에 처음으로 방문한 이후 강연 등을 통해 꾸준히 한국을 찾아 많은 시민을 만나왔다. 현재 2013년 설립한 한국의 생명다양성 재단의 명예이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고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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