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자랑'도 않는 유일한 국가

입력
2020.09.22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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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 사건 (9.22)

1957년 미국 네바다 사막에서 이뤄진 37킬로톤급 '프리실라' 핵실험 장면. 2019년 과학자들은 핵실험에서 방출된 방사능탄소를 태평양 심해와 해양 생물의 체내에서 검출해 냈다. 미국 에너지부 사진.

1957년 미국 네바다 사막에서 이뤄진 37킬로톤급 '프리실라' 핵실험 장면. 2019년 과학자들은 핵실험에서 방출된 방사능탄소를 태평양 심해와 해양 생물의 체내에서 검출해 냈다. 미국 에너지부 사진.


1945년 이래 약 2,000회 핵실험이 감행됐다.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기구(CTBTO)가 파악한 무기 실험만 따진 숫자다. 미국이 1,054회, 러시아가 715회, 프랑스 210회, 영국과 중국이 각 45회다. 실험은 지상과 공해상 바지선에서, 600m 해저에서, 200m 지하에서, 최고도 320km 대기권에서도 이뤄졌다. 이들 5개국이 핵무기 보유를 '국제적으로' 용인받은 국가다. "우리만 가지자"고 합의하고, 그들 핵우산에 끼워 준다는 약속에 다수가 동의했다는 의미다.

핵실험은 1980년 미소 핵군축 논의가 시작되기 전까지 집중됐다. 국제환경단체인 자연자원보호위원회(NRDC)에 따르면 그 양이 에너지(폭발력) 기준 510메가톤. 대기중 (지상, 해상, 공중) 실험만 428메가톤으로, 1945년 일본 히로시마 원폭 '리틀보이(15킬로톤)'의 약 2만9,000배였다.

핵무기의 장기 피해는 주로 핵물질(방사능물질)에서 비롯된다. 1950년대 모유와 신생아 치아에서 핵물질 스트론튬-90이 검출되면서 1963년 미 영 소 3개국이 '부분핵실험금지조약(PTBT)'을 체결했다. 땅속에서만 하자는 거였다. 지하 실험도 금지한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은 1996년 체결됐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은 의회 비준을 받지 못했다. 핵실험으로 인한 포괄적 피해조사는 단 한 번도 이뤄진 바 없다.

미국 인공위성 벨라(Vela)가 1979년 9월 22일 남대서양 한 무인도 인근 해상에서 거대한 이중 폭발 섬광을 포착했다. 전형적 핵실험이었다. 유독 그것만 '벨라 사건(Vela Incident)'이란 고유명사를 지니게 된 까닭은, 아무도 '내 짓'이라고 자백도, 자랑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이 남아공과 함께 벌인 일이라고 대체로 판단한다. 이스라엘은 인도(1974) 파키스탄(1998) 북한(2006)과 달리 '자랑'조차 안 하지만,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 세계 유일의 핵무기 보유국이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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