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이 세치 혀에서 나오나"... 끝내 폭발한 추미애

입력
2020.09.17 20:30
수정
2020.09.17 23:25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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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7일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서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의원의 대정부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7일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서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의원의 대정부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대정부질문 마지막 날인 17일에도 여야는 민생 현안은 외면하고 추미애 법무장관 아들 군복무 특혜 공방에 매달렸다. 국민의힘은 그간 나온 의혹을 재탕삼탕 반복했고, 추 장관은 따박따박 반박하다 결국 감정적 모습을 보였다.

교육ㆍ사회ㆍ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일인 이날 추 장관을 국무위원 답변석으로 불러낸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추 장관 보좌관이 군에 민원 전화를 걸었는가'를 비롯한 기초 팩트 체크부터 다시 했다. 14일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에 이어 비슷한 질문에 거듭 시달린 추 장관은 “무엇을 묻는지 모르겠다. 대정부질문과 상관 없는 내용 아니냐”며 한숨을 쉬었다.

최 의원이 비슷한 질문을 이어가자 “(국무위원 인사청문회) 청문위원처럼 질문을 하시려면, 많은 준비를 해오시면 좋겠다”며 면박을 줬다. “아픈 기억을 소환해주신 의원님 질의에 감사 드린다”고도 했다. 군 복무 중 무릎 수술을 한 아들, 식당 창업에 실패한 장녀를 소재로 한 야당 공세를 비꼰 것이다.

추 장관은 14일엔 자세를 낮추려 애썼다. 과거 자신의 "소설 쓰시네" 발언에 “죄송하다”고 사과하기도 했다. 공격적 스타일이 여론을 등돌리게 한다는 지적을 의식한 듯, 태도를 누그러뜨렸다.

그러나 추 장관은 야당의 녹음기를 틀어 놓은 듯한 의혹 제기에 결국 폭발했다. 답변 중간에 야당 의석을 쏘아 보거나, 허탈한 듯 웃기도 했다.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이 “군 민원실에 전화한 적 없다는 말에 책임질 수 있나”고 또 다시 묻자 추 장관은 “어떻게 책임 질까요. 의원님의 억지는 나중에 책임 지겠나”라고 받아쳤다. 이어 “저는 무한 인내로 의혹들을 참고 있다. 몇 달 동안 부풀려온 억지와 궤변에 (야당은) 어떤 책임을 지시겠나”고 역공했다. 야당 의석에서 고성이 터져 나왔다.

추 장관은 답변석에서 내려가면서 "공정은 근거 없는 세 치 혀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국민은 잘 알고 계실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추 장관은 가족을 향해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추 장관은 "아들이 참으로 고맙다. 평범하게 잘 자라주고 엄마 신분에 내색하지않고 자기 길 헤쳐나가고 있어 미안했고 지금도 미안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21대 국회의 첫 번째 정기국회에 이 문제가 온통 다른 주제를 덮어버린 것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대단히 송구하다"고도 했다.

추 장관 공방으로 얼룩진 대정부질문에 대한 자성의 발언도 나왔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야당이 추 장관 가족 문제에만 매달리고 있어 국민에 송구하다”고 했다.

정지용 기자
이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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