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망하다"만 3번... 사과할 건 사과한 정세균

입력
2020.09.17 01:0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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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총리, 실수요자 LTV 완화 요청에는 "불부터 꺼야"

정세균 국무총리가 1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정세균 국무총리가 1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정세균 국무총리가 16일 국민을 향해 여러 번 사과했다.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해서다. “민망하다”는 발언만 세 번 했다. 인천국제공항(인국공) 정규직 전환 논란, 최저임금 1만원 공약 이행 실패,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환매 중단 사태 등 국민 눈높이를 벗어난 정부 정책에 '사과할 건 사과하는' 유연한 모습을 보였다. 의원들과 입씨름하며 '정부 결정의 무결함'을 강조했던 일부 옛 총리들과 달랐다.

정 총리는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인국공 논란에 대해 “그 정책(비정규직 정규직화)이 완벽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미흡함을 인정했다. ‘민망한가’라는 야당 의원 질의에 “그럴 수 있다”고 했다. 정 총리는 “고용의 질을 개선하려는 노력은 끊임없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정책을 집행하는 사람들이 조금 더 유능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정 총리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임기 내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을 두고도 “약속을 지키지 못해 국민께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지난해와 올해 두번에 걸쳐 최저임금을 한 자릿수로 인상하다보니 공약을 지키기 어렵게 됐다”며 “이유는 있으나 그럼에도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민망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정 총리는 5,000억원에 달하는 옵티머스 환매중단 사태에 대해서도 “펀드가 자금의 선순환을 도와야 하는데, 문제를 야기하고 국민께 걱정을 끼쳐드려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정 총리는 총리이자 차기 대선주자로서 '시원하게 인정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장관 아들의 군복무 특혜 의혹에 대해 정 총리는 지난 10일 “국민께 심려를 끼쳐 민망한 생각을 갖고 있다”고 했다. 정 총리는 16일에도 “그런 일(자녀 문제) 없이 일에 충실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이 '버티기'로 일관하는 것과 다른 대응이다. 내각를 통할하는 총리의 잦은 사과가 청와대에 부담이 될 수 있지만, 정 총리는 자기 스타일대로 가기로 한 듯하다.

그러면서도 정 총리는 16일 야당 공세에 마냥 자세를 낮추진 않았다. 정 총리는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이 '2년째 해외 도피중인 이혁진 옵티머스 전 대표를 일부러 안잡는 게 아니냐'고 묻자 “확실한 불법행위가 확정되면 검찰에서 당연히 신병을 확보할 것”이라고 했다. ‘검찰에 아무 지시도 하지 않았느냐’는 질의에는 “모든 일을 만기친람으로 총리나 대통령이 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맞섰다. 유 의원이 “그러면 내가 잡으러 다녀야 하는가”라고 따지자, 정 총리는 “총리는 특정사안에 검찰에 일언반구 할 수 없다”고 응수했다.

정 총리는 또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완화 요구에 대해서는 "지금은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면서 "중장기적으로 보면 일단 불을 끄는 것이 선의의 피해자에게도 곧 유리한 시기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실수요자 대출 규제 완화 주장이 나오지만 "아직 이르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정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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