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임상위 회견 돌연 취소… "의료 확충 주장하려 했다"

입력
2020.09.17 01:00
"방역만 말고 중환자 대비 시스템 확충을" 발표 앞둬
"정부의 방역 대응 비판으로 읽힐까 우려해"
전날  위원들 오명돈 위원장에 회견 취소 건의해

15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체 채취를 위해 내원한 시민들을 안내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립중앙의료원의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가 16일 오후로 예정됐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관련 기자회견을 돌연 취소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앙임상위는 겨울에 코로나19가 다시 유행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정부가 방역에만 힘을 쏟기 보다 중증환자를 위한 의료 시스템 확충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을 하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방역에 방점을 찍어온 정부와 여론을 우려해 회견을 취소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중앙임상위는 앞선 기자회견(8월 25일)에선 수도권 확진자 증가세에 대해 "꺾이지 않았나 추정한다"고 밝혀 질병관리본부의 "상승세 꺾였다는 판단은 상당히 성급하다"는 반응을 부르는 등 논란이 일기도 했다.


"발표 내용 잘못 해석될까봐"

중앙임상위는 이날 오후 ‘코로나19 겨울, 의료 시스템 준비’를 주제로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었다. 발표 내용은 △항체 양성률 조사와 그 함의 △새 치료제 개발과 백신의 활용 △해외 코로나19 재확산과 대응 동향 △코로나19 치명률과 위험도 측정, 의료대응 체계 변화 등 4가지였다. 오명돈 중앙임상위원장이 해외 공개 학술 자료 등을 바탕으로 연구한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국립중앙의료원 측은 기자회견(오후 3시 예정)을 몇 시간 앞둔 이날 오전 갑자기 기자들에게 “기자회견을 취소한다”고 공지했다. 국립중앙의료원 측은 “발표 내용에 대해 중앙임상위 일부 위원이 우려를 표명했고, 오 위원장이 그 의견을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국립중앙의료원 관계자에 따르면 오 위원장은 지난 11일 중앙임상위 위원들에게 연구 결과를 미리 발표했고, 대부분 위원이 이 내용을 기자회견에서 공식 발표하는 것에 동의했다. 하지만 회견 전날 일부 위원이 오 위원장에게 우려를 전해 취소를 결정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발표 내용이 자칫 정부 방역 대응을 비판하는 것으로 잘못 해석되면 국민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고, 그것은 중앙임상위의 역할을 벗어난다고 판단해 이렇게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5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연구동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공동대응 상황실 및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 기자회견에서 오명돈 중앙임상위원회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방역과 치료 사이 균형을... 국민적 합의 필요"

이날 중앙임상위는 기자회견 주제인 ‘코로나19 겨울, 의료 시스템 준비’에 함축돼 있듯 겨울을 앞두고 중증환자 치료 시스템을 서둘러 확충해야 한다는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모든 호흡기 바이러스가 여름보다는 겨울에 유행하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코로나19도 올 겨울에 크게 유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하고 있다. 여름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도 매일 100명 대 확진자가 발생한 만큼 겨울에는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달 수도권을 중심으로 2차 유행이 시작되자 전국 대부분 지역의 중환자 병상이 부족해지는 등 현 의료 시스템으로는 겨울 대유행을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은 상황이다.

중앙임상위 연구 결과에 대해 알고 있는 한 의료계 관계자는 “팬데믹에는 아무리 방역을 해도 어느 정도의 환자는 생길 수밖에 없는 단계”라며 “이 시기에는 중증환자 치료 역량을 키우는데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치료보다 방역에 무게중심을 둔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한정된 예산과 자원이 이렇게 사용되다보니 감염병 치료 역량을 키우는데 상대적으로 예산이 덜 들어갈 수밖에 없다”며 “감염병에 대해 너무 느슨한 것도 문제지만 과도한 공포로 사회적 자원을 불합리하게 쓰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당장 확진자 수를 줄이는 것도 필요하지만 팬데믹 상황에서는 감염병으로 사망하는 사람을 줄이는 게 중요하고, 그러려면 중환자 치료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방역과 의료 사이에서 균형이 잘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많은 국민이 코로나19 감염에 큰 두려움을 가진 상황에서 정부 방역 대응에 대해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관계자는 “중앙임상위는 독립 기구이기 때문에 정부와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에 대한 부담은 크지 않다”며 “하지만 국민 정서상 이런 의견을 제시하는 게 쉽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는 “방역과 의료 사이의 균형을 잡으려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남보라 기자
한국일보 뉴스 네이버 채널 구독하기 뉴스스탠드에서 구독하기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1,324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