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정신승리', 관료들은 전문가 경시... 美정부 코로나 대응 '점입가경'

입력
2020.09.16 23:30
美복지부, 'CDC 반란' 비난에 FDA 검사권 박탈
트럼프는 "더 이상 잘할 수 없었다"며 자화자찬
"백신 아닌 '집단정신'으로 코로나19 종식" 구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ABC방송 타운홀 인터뷰장에 입장하고 있다. 필라델피아=AP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세계 최대 발병국인 미국 정부의 대응이 점입가경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초기 부실대응 비판에 이어 최근엔 의도적 상황 축소 논란까지 불거졌는데도 자화자찬만 늘어놓으며 '정신승리'에 여념이 없다. 게다가 정무직 고위인사들이 보건전문가와 과학자를 대놓고 비난ㆍ경시하는 행태를 부쩍 잦아지고 있다.

알렉스 에이자 미국 보건복지부(HHS) 장관이 지난달 20일 스티브 한 식품의약국(FDA) 국장의 반대를 무릅쓰고 코로나19 검사 품질에 대한 FDA의 검증 권한을 폐지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15일(현지시간) 관련 내용을 전하면서 "에이자 장관과 한 국장이 고성을 주고받으며 일촉즉발의 상태로 치달았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정무직 관료들이 보건전문가들을 무시한 최신 사례"라고 지적했다.

보건부의 일방적 결정을 두고 11월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을 위한 '정략적'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고 있음을 수치로 보여주기 위해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얘기다. 최근 고위험 국가발(發) 입국자에 대한 공항 검역을 완화한 것도 같은 이유로 해석될 수 있다. 유럽은 물론 미국에서도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 과정에서 적잖은 문제들이 노출되고 있는데도 여전히 대선 전 승인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는 가을ㆍ겨울철 독감과 코로나19가 중첩될 경우 위기가 증폭될 것이라는 보건전문가들과 과학자들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 측이 얼마나 뿌리깊은 불신을 갖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트위터를 통해 "FDA 내 '딥스테이트'가 재선을 방해하려고 고의로 백신 개발을 지연시키고 있다"는 황당한 음모론을 제기했다. 대선캠프 출신 최측근인 마이클 카푸토 보건부 대변인은 13일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에서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트럼프 대통령 저항세력에 은신처를 제공하며 반란을 꾀한다"면서 실탄 준비까지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뜬금없이 '집단정신'을 강조하고 나섰다. 그는 ABC방송을 통해 진행된 타운홀 인터뷰에서 코로나19 방역 과정에서 무엇을 더 할 수 있었을지를 묻는 질문에 "더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고 단언했다. 그는 "우리가 잘 했다"면서 "국가 봉쇄를 통해 2배, 2.5배 이상의 사람을 구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더 이상의 대책이 없을 정도로 방역을 잘했다는 자화자찬 격 발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코로나19는 백신이 없어도 종식될 것"이라며 "집단정신으로 이 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라는 황당무계한 주장을 펼쳤다. 물론 그는 집단정신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정치 전문매체 더힐은 "트럼프가 '집단면역'을 착각하는 듯했다"며 실언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방역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자화자찬은 사실상 현실과 동떨어진 정신승리에 다름 아니다. 진작부터 세계 최대 발병국의 오명을 뒤집어 쓴 미국의 코로나19 상황은 여전히 심각하다. 국제 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16일 오후 2시(한국시간) 현재 누적 확진자(678만8,147명)와 누적 사망자(20만197명) 모두에서 세계 2위 국가와도 격차가 크다.

김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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