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섬마을 외나무다리는 사라졌지만...고즈넉한 정취는 그대로

입력
2020.09.18 10:00

무섬마을·부석사 ·희방사 ·소수서원...기차타고 버스타고 영주 한 바퀴

영주 무섬마을을 상징하는 외나무다리가 최근 연이은 태풍과 폭우로 쓸려내려가고 말았다. 안타깝게도 외나무다리는 사진으로 만족할 수 밖에 없었지만, 전통을 간직한 강변마을의 정취는 그대로 남아 있다. ⓒ박준규


익숙한 듯하지만 의외로 널리 알려지지 않은 곳이 영주다. 이름난 관광지라도 그만큼 한적하다는 얘기다. 선비의 고장이니 유교문화가 뿌리 깊고, 소백산 자락에 이름난 사찰도 많다. 천혜의 자연과 의외의 별미까지 있으니 영주 여행은 소탈하면서도 풍성하다.

서울에서 영주까지 가려면 청량리역에서 기차를 타거나 동서울터미널에서 고속버스를 이용한다. 시간으로 보면 버스가 유리하다. 약 2시간30분이 걸려 기차보다 30분가량 빠르다. 운행횟수도 고속버스가 2배 많고, 현지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에도 역보다 종합터미널이 편리하다. 동서울~영주 우등고속은 1만9,500원, 일반 고속버스는 1만5,000원.

여유로운 산책, 희방계곡과 희방폭포

오전 9시30분, 25번 시내버스를 타고 희방사 아래 희방 정류소에 내렸다. 승용차를 이용하면 계곡 상류의 희방주차장까지 갈 수 있지만, 산행의 과정은 생략하고 결론만 취하는 셈이라 재미가 없다. 희방 정류소에서 희방사까지 1.4km의 오솔길은 기승전결 스토리가 뚜렷한 길이다. 소백산국립공원 희방탐방지원센터에서 탐방체험키트를 얻고 희방계곡 자연관찰로를 오르내리는 동안 물과 바람, 숲과 새가 어우러진 자연의 오케스트라가 잔잔히 울려 퍼진다. 발걸음도 한결 가뿐해진다.

영주 시내에서 출발하는 희방 입구행 25번 시내버스가 소백산 죽령 길을 오르고 있다. ⓒ박준규


희방계곡 자연관찰로는 계곡과 숲이 어우러져 편안한 휴식을 주는 길이다. ⓒ박준규

매표소에서 조금만 가면 희방폭포. 소백산 연화봉에서 발원해 몇 천 구비를 돌아 흐르다가 한바탕 천지를 진동시킨다. 조선시대의 석학 서거정 선생이 천혜몽유처(天惠夢遊處), 즉 하늘이 내려준 꿈속에서 노니는 곳라 극찬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거대한 암벽 사이로 힘차게 쏟아내는 물줄기 소리가 우렁차고 상쾌하다.

소백산국립공원 희방탐방지원센터에서 나워주는 지도와 탐방체험키트. ⓒ박준규


희방계곡의 희방폭포. 물소리는 웅장하고 주변은 상쾌하다. ⓒ박준규


외나무다리는 어디로 갔을까...내륙의 섬 무섬마을

25번 버스로 영주여객 차고지로 돌아와 20번 버스로 갈아타고 무섬마을에 도착했다. 1666년 반남박씨 박수와 100년 뒤인 1757년 선성김씨 김대가 자리 잡아 형성된 집성촌이다. 태백산의 내성천과 소백산의 서천이 만나 산과 물이 태극 모양으로 돌아가는 곳이다. 풍수지리학적으로는 완벽한 배산임수의 지형이다. 입향조인 박수가 건립한 만죽재 고택, 의금부도사를 지낸 김락풍이 중수한 해우당 고택 등 양반집과 초가집이 섞여 한적한 시골에 온 듯 정겹다. 무섬마을의 상징은 마을과 세상을 잇는 외나무다리지만 최근 연이은 태풍과 폭우로 강물에 쓸려가고 말았다. 기념엽서로 아쉬움을 달랠 수밖에 없었지만, 고즈넉한 강변마을의 정취는 그대로 남아 있다.

무섬마을은 반남박씨와 선성김씨 집성촌이다. 기와집과 초가가 적절히 섞여 있어 시골마을의 정취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박준규


최근 잇따른 태풍으로 무섬마을의 상징, 외나무다리가 떠내려가고 말았다. 그래도 고요한 강변의 정취는 그대로다. ⓒ박준규

등산로 주변에서 주로 막걸리 안주로 먹는 묵무침은 텁텁한 입맛을 잡아주는 별미다. 영주 시내 한가운데에 위치한 전통묵집식당은 지역에서 꽤 소문난 맛집이다. 메밀묵ㆍ신김치ㆍ김ㆍ야채를 고명으로 얹은 묵과 조밥, 모두부를 세트로 판매한다. 조밥과 어우러진 구수한 맛이 일품이다. 가격은 1만1,000원, 테이크아웃하면 2,000원을 할인한다.

영주 전통묵집식당의 묵밥. 조밥과 두부 한 모까지 푸짐한 밥상이다. ⓒ박준규


무량수전 배흘림기둥 외에도...부석사

55번 버스를 타고 부석사로 향한다. 신라 문무왕 16년(676)에 의상대사가 창건한 고찰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한국의 산지승원)이자 보물창고다. 일주문~천왕문~안양루~무량수전까지 천천히 걸으면 마음이 절로 정갈해진다. 여러 전각 중에서도 부석사의 정수는 무량수전(국보 제18호)이다. 몸통이 볼록하고 위아래로 가늘어지는 배흘림기둥에 처마의 무게를 떠받치는 공포를 배열한 주심포 양식이라 간결하면서도 웅장하다.

이외에도 협시보살 없이 동향으로 모신 아미타여래좌상(국보 제45호), 의상대사의 지팡이에서 피어났다는 선비화를 보유한 조사당(국보 제19호), 연꽃봉우리를 쥔 보살상 조각이 4면에 정교하게 새겨진 석등(국보 제17호)까지 국보가 여럿이다. 석등 사이 구멍을 통해 무량수전 현판이 정면으로 보이는데, 이 모습이 신기해 관람객마다 한번씩 눈을 맞춰본다. 무량수전 마당에 서면 소백산에서 흘러내린 산 능선이 겹겹이 포개진다. 부석사를 찾는 진짜 이유다.

배흘림기둥으로 유명한 부석사 무량수전. ⓒ박준규


석등 구멍으로 정사각형 모양의 '무량수전' 현판이 보인다. ⓒ박준규


부석사의 진짜 매력은 이 풍경이 아닐까. 무량수전 앞마당에서 보면 소백산 능선이 겹겹이 포개진다. ⓒ박준규


국내 최초의 사립대학 소수서원과 선비촌

부석사에서 27번 버스를 타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한국의 서원) 소수서원에 내렸다. 소수서원의 전신은 백운동서원이다. 조선 중종 37년(1542) 풍기군수 주세붕이 우리나라 성리학의 선구자 안향이 공부하던 곳에 사묘를 세운 뒤 설립한 서원이다. 이후 명종 5년(1550) 풍기군수로 재임하던 퇴계가 상소를 올려 소수서원이라는 현판과 서적, 노비, 토지를 하사받아 사액서원의 시초가 됐다. 미국의 하버드대학보다 93년이나 앞선 우리나라 최초의 사립대학이자 조선시대 유교교육의 산실이었다.

영주 소수서원 입구의 적송군락. ⓒ박준규


소수서원의 강학당. 유생들이 강의를 듣던 장소다. ⓒ박준규


소수서원 뒤편에 선비의 삶과 정신을 체험할 수 있는 선비촌이 조성돼 있다. ⓒ박준규


300~1,000년 된 적송군락을 지나면 안향·안보·안축·주세붕을 모신 문성공묘, 유생이 강의를 듣던 강학당, 원장의 집무실 겸 숙소인 직방재와 일신재, 유생의 숙소인 학구재와 지락재, 도서관인 장서각 등을 차례로 돌아본다. 이 정도면 현재의 유명 대학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캠퍼스다. 서원 뒤편에 선비의 정신과 생활상을 체험할 수 있는 선비촌이 있다.

풍기 '정도너츠'의 도넛(12개 1만5,000원). 영주에서 나는 특산물을 재료로 다양한 찹쌀도넛을 만든다. ⓒ박준규

다시 27번 버스를 타고 풍기인삼시장에 내렸다. 상가마다 쌉쌀한 인삼 향기가 은은하게 퍼진다. 인삼의 고장 풍기에서 의외로 소문난 간식거리는 도넛이다. 풍기 읍내와 소수서원 가는 길목에 '정도너츠' 매장이 있다. 생강 인삼 사과 고구마 등 영주에서 나는 재료로 다양하고 특색있는 찹쌀도넛을 만든다.

박준규 대중교통여행 전문가 http://traintrip.kr
박준규의 기차여행, 버스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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