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경은 "문제 없다"는데... 검사수·확진자수 문제 삼는 국민의힘

입력
2020.09.16 13:45
수정
2020.09.16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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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이어 윤희숙 "정부, 확진자수만 공개" 비판
방역당국, 매일 검사건수와 확진자수 공개 중
정부 "확진자 수 증감이 확산 추이 전망에 중요"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청장)이 14일 오후 충북 청주 질병관리본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내 발생 현황과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대한 항체가 조사결과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청장)이 14일 오후 충북 청주 질병관리본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내 발생 현황과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대한 항체가 조사결과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확진자 수만 강조해 언론에 공개하고 있다"(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9월 8일 코로나19 대책특위)

“필요할 때 검사를 늘려 공포를 조장한다는, 정부가 방역을 다른 목적에 이용한다는 의심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윤희숙 국민희임 의원, 9월 15일 페이스북)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15일 방역당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현황 발표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면서 논란이 확산됐습니다. 윤 의원은 "확진자 수가 검사 수에 따라 달라지는 데도 분모에 대한 언급 없이 확진자 수만 발표하고 있는 것은 그간 꾸준히 비판돼왔음에도 마이동풍"이라고 지적했지요. 또 "주말에는 검사인력이 줄어 검사 수가 감소하는데도, 마치 방역 성과가 나타나 확진자 수가 감소했다는 식"이라고도 비판했습니다.

야당이 코로나19 검사에 대한 불신을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닌데요. 앞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8일 코로나19 대책 특별위원회에서 "정부가 확진자 수만 강조해 언론에 공개하고 일일 검사 수, 확진율(양성율)은 같이 강조하고 있지 않다"고 문제 삼았습니다.

방역당국, 매일 검사건수 공개 안한다고?

질병관리청 보도자료 캡처

질병관리청 보도자료 캡처


먼저 윤 의원이 주장한대로 방역 당국이 분모(검사 건수)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을까요. 사실 질병관리청(옛 질병관리본부)은 검사 건수를 공개하고 있어요. 홈페이지나 블로그만 가 봐도 알 수 있는 문제이지요.

질병관리청이 16일 홈페이지를 통해 내놓은 보도자료를 보면 이날 0시 기준 일 격리해제 432명, 일 확진환자 113명(국내발생 105명, 해외유입 8명)을 비롯해 검사 현황 217만8,832명(누적) 중 음성 213만486명, 검사중 2만5,842명, 양성 2만2,504명이라고 나옵니다. 포털 사이트 블로그에는 친절히 표를 통해 일 진단검사 1만4,254명이라고 나와있죠.

물론 확진율은 계산을 해봐야 알 수 있지만 방역 당국이 검사 건수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국민의힘의 문제제기는 사실과 다른 것이죠.

질병관리청 블로그 캡처

질병관리청 블로그 캡처


그렇다면 방역 당국은 왜 검사 건수와 확진율을 강조해서 발표하지 않는 걸까요. 방역당국이 공개하고 있는 검사 건수에는 '진행중'인 사안과 '입력 지연' 건수까지 모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확진율의 정확도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또 확진자 수 증감이 확산 추이 전망에 더 의미 있는 수치라는 점이 반영됐다고도 하는데요.

코로나19 검사건수와 확진율 상관관계는

코로나19 확진율질병관리청 자료 계산(단위: 명, %)

날짜 검사건수 확진자수 확진율
9월11일 (금) 19,620 176 0.89
9월12일(토) 16,246 136 0.84
9월13일(일) 7,813 121 1.55
9월14일(월) 7,732 109 1.41
9월15일(화) 13,576 106 0.78
9월16일(수) 14,254 113 0.79

방역 당국은 또 "검사 건수와 확진율은 상관관계가 없다"고 밝혀 왔습니다. 실제 상관관계가 없는지 최근 확진율을 살펴보겠습니다.

16일 0시 기준 검사건수는 1만4,254건, 확진자 수는 113명으로 확진율은 0.79%입니다. 15일 검사 건수는 1만3,576건, 확진자 수는 106명으로 확진율은 0.78%로 16일과 비슷합니다. 주말에는 검사 건수가 줄어서 14일 7,732건, 13일 7,813건으로 나타난 반면 확진자 수는 각각 109명, 121명으로 나타나 확진율은 1.41%, 1.55%로 오히려 높게 나타납니다. 필요할 때 검사 건수를 늘려 확진자를 많게 보이게 한다는 건 사실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는 앞선 통계에서도 확인된 바 있습니다. 사랑제일교회 측이 "코로나19 방역당국이 검사를 조작했다"고 주장했을 당시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가 분석한 통계에 따르면 5월 이후 일 평균 9,948건의 검사가 진행됐고 일 평균 확진율은 0.55%였으나, 8월 중순부터 일 평균 검사 건수가 1만1,312건으로 늘자 확진율도 2.27%로 늘어났는데요. 반면 광화문 집회 이후 16일 전체 6,491건 중 4.30%가 양성으로 나타났지만, 이튿날은 6,683건으로 검사 건수가 늘었어도 확진율은 2.95%로 감소하는 등 일관된 경향성을 보이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필요할 때 검사를 늘린다' 이런 개념 자체는 저희 질병관리청의 머릿속에, 가슴속에 전혀 있지 않습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이 15일 정례브리핑에서 의혹에 대한 질문에 대답한 발언인데요.

권 부본부장은 그러면서 “방역당국은 과학과 근거, 있는 그대로의 상황을 토대로 항상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며 “또 어떻게 하면 코로나19를 최대한 억제·차단하고 국민의 건강을 지키고 치명률을 낮추고 희생을 최소화하느냐만 생각한다”고 강조했지요. 정은경 초대 질병관리청장(질병관리본부장)도 지금까지 여러 차례 같은 맥락의 말을 했습니다.

물론 방역당국이 보다 자료를 세분화해서 제공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고 합니다. 또 정부가 '이런 부분을 좀 더 강조해서 발표해달라'고 요구할 수는 있을 겁니다. 하지만 검사 수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거나 이를 방역 방식을 정권 입맛대로 이용한다는 등 '팩트'에 어긋나는 주장을 일방적으로 하는 것은 방역에 도움을 주기는 어렵겠죠. 그런 주장을 위해서는 납득할 만한 근거를 대줘야 국민들이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고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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