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스타 전직 임원 “이상직, KIC그룹 자금창구처럼 활용했다”

입력
2020.09.17 04:30
수정
2020.09.21 11:00
8면

이스타 발판 삼아 정계 진출 계획
사업가 명성 위해 덩치 키우기 주력
계열사 간 거래로 650억 끌어와 350억 손실처리
“배임조사해야”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질의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질의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스타항공 창업 전 운영했던 회사를 자금창구처럼 활용하면서 이스타항공을 지배해 왔다는 전직 고위 임원의 증언이 나왔다. 이스타항공의 전직 임원인 A씨는 “이 의원은 계열사 간 복잡한 거래를 이용해 이스타항공에 지원한 자금을 결국 손실 처리하고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며 배임 혐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국회 ‘이상직ㆍ이스타 비리 의혹 진상규명특위’에서 이 의원을 고발한 내용과 2015년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3년 확정판결을 받은 이 의원의 친형 이경일씨의 범죄혐의와 궤를 같이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수사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16일 서울 모처에서 만난 A씨는 “이 의원은 이스타를 발판 삼아 정계 진출을 계획하고 성공한 지역 사업가로 불리기 위해 회사 덩치만 키우는 데 주력했다”며 “이스타가 어떻게 성장하게 됐는지, 제대로 된 조사를 벌여야 한다”고 말했다.

A씨는 “이 의원이 2012년 19대 의원으로 당선되고 이스타에서 떠났지만, 내부 주요 보직에 측근들을 배치하면서 현재도 지배하고 있다”며 우선 KIC그룹 배임 가능성을 지적했다. KIC그룹은 철강ㆍ플랜트 제조업체로, 이 의원이 2001년 인수했다.

A씨는 “이 의원은 두터운 전북 지역의 인맥을 바탕으로 지역 투자를 받아 이스타항공을 창업했다”며 “항공기 1대로 시작한 이스타를 본 궤도에 올려놓기 해 자신이 운영하던 KIC그룹 자금을 별다른 담보도 없이 직간접적으로 투입했다”고 밝혔다. 이스타항공은 2007년 10월 설립 당시 새만금관광개발이 최대주주(49.4%)로 참여했는데, 이 회사는 KIC 계열사다. 이 의원은 KIC그룹 지주회사인 에이스2020을 소유하며 KIC→새만금관광개발→이스타항공의 출자 방식으로 지배해오다 2008년 친형을 KIC 대표이사로 내세웠다.

그는 특히 KIC그룹 계열사 자금 수백억원이 이스타항공에 투입됐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이 10여개의 KIC그룹 계열사들이 서로 별다른 담보없이 650억원을 빌려준 뒤 이중 350억원 가량을 갚지 않고 손실 처리했는데 이 자금이 여러 단계를 거쳐 이스타항공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A씨는 이 과정에서 이 의원 일가가 어떤 이득을 구체적으로 편취했는지 추후 수사에서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A씨는 “이 의원이 만든 반도산업 등 다른 회사에 투자한다고 지원한 후 이를 회수하지도 않고 KIC그룹에서 손실 처리했다”며 “일반 회사였으면 배임 혐의로 수사를 의뢰했을 사안”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이 의원의 친형은 2007년부터 2012년까지 KIC 등에 700억여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실형을 최종 선고받았지만 이 의원은 기소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이 직접적으로 얻은 이익은 거의 없고 대부분 동생인 이상직이 취득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결문에 적시했다. 국회 특위에서는 “이경일의 횡령ㆍ배임이 이 의원을 위한 것이므로 형제간 공모 여부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있다.

A씨는 2017년 이스타항공 태국 현지 총판과 타이캐피털이 합작ㆍ설립한 타이이스타젯관련 의혹도 제기했다. 타이이스타젯이 항공기 1대를 임차하는 과정에서 이스타항공이 약 378억원의 채무를 지급보증한 것과 관련, "타이이스타젯으로 태국사업을 벌이면서 거둔 수익이 이스타에 들어왔는지 따져 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인수를 추진하면서 이에 대해 “불명확한 계약”이라며 해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 의원 측근인 이스타항공 고위 관계자는 “KIC 관련해서는 아는 바가 없지만 대부분 추측성 주장에 불과하다”며 “타이이스타젯에 투자 철회가 결정되면서 상표 사용료를 받는 관계가 됐고, 현재는 코로나19로 수익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관규 기자
류종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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