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아들 '하루 지난' 휴가명령서, 보좌관 통화 직후 뚝딱 발급?

입력
2020.09.16 04:30
보좌관  "서씨 부탁으로 부대에 전화" 검찰 진술
민주당 "보좌관과 서씨는 친한 형 동생 사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4일 경기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문제의 6월 25일 휴가명령서’ 발부 시점은 오후 9시 이전인가, 이후인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서모(27)씨의 군 복무 중 ‘유별난 휴가’가 단순 특혜였는지, 명백한 위법이었는지 가를 핵심 열쇠 중 하나는 ‘2017년 6월 25일 개인휴가 명령서’가 언제, 어떤 경위로 나왔느냐다. 두 차례 병가(1차 6월 5~14일ㆍ2차 15~23일)를 쓴 서씨는 곧바로 개인연가(24~27일)를 썼다. 그러나 이를 입증하는 명령서가 발부된 시점은 연가 시작일로부터 하루가 지난 6월 25일이다. 당직사병 A씨가 서씨에게 전화해 부대 복귀를 요구한 날이자, 추 장관 보좌관이 부대에 전화를 건 날이기도 하다.

당직사병이 서씨에게 연락한 시점은 오후 9시 전후로 추정된다. 보좌관이 오후 9시 이후에 서씨 부탁을 받고 부대에 연락한 직후 명령서가 나왔다면, 외압 행사가 될 가능성이 커진다.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추 장관의 직권남용 논란으로 비화할 것이다. 부모가 아닌 보좌관은 부대와 접촉하면서 "추미애 대표 보좌관"이라고 소개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에 대해 추 장관은 “보좌관에게 지시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고, 여권은 “서씨와 보좌관은 잘 아는 형과 동생 사이여서 추 장관 이름을 앞세우지 않았을 것”이라고 엄호하고 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15일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한 뒤 인사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보좌관이 전화 한 통으로 '없는 휴가' 만들었나

15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일요일이었던 2017년 6월 25일 점호 당시(오후 9시 전후) 군 내부시스템에는 서씨가 ‘휴가자’가 아닌 ‘미복귀자’로 기록됐을 가능성이 크다. 서씨와 같은 부대에서 근무한 복수의 카투사 출신에 따르면, 점호병사가 서씨가 복귀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하고 당직사병 A씨에게 전화해 보고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한다. A씨가 서씨에게 전화를 걸어 복귀를 지시한 걸 보면, 당시 당직사병 지휘계통에 서씨의 추가 휴가 여부가 파악되지 않았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휴가명령서가 휴가 다음날인 25일 발부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몇 시에 발부 됐는가'가 또 다른 쟁점으로 떠올랐다. 보좌관은 검찰 조사에서 ‘서씨 부탁을 받고 25일을 포함해 3차례 이상 부대에 전화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휴가명령서가 25일 오후 9시 이후에 나왔다면, 보좌관이 서씨 부탁을 받고 부대에 연락해 애초에 ‘없던 휴가’ 명령서가 발급됐을 가능성이 크다. A씨가 복귀를 요구할 당시 서씨가 “휴가를 추가로 받았다”고 반박하지 않고 수긍하는 듯했다는 A씨의 증언도 이를 뒷받침한다. A씨에 따르면, 서씨와의 통화가 끝나고 20분 뒤 육군본부 소속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A씨를 찾아와 “서씨를 휴가자로 처리하라”고 지시했다.

물론 서씨 측에서 부대에 휴가를 사전에 보고했으나, 실무진 처리 과정에서 누락됐을 수도 있다. 국방부는 14일 “서씨 개인휴가가 사전 승인된 것으로 볼 수 있는 기록이 있다”며 “인사명령이 지연된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그렇다 해도, 추 장관 측에서 ‘집권 여당 대표’를 지위를 내세워 아들 휴가 연장을 위해 수 차례 손을 쓴 사실 자체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아들 '군 휴가 의혹'을 수사중인 검찰이 국방부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한 15일 국방부 청사 별관 앞으로 군인들이 지나고 있다. 뉴시스


지역대장이 일요일에 나와 휴가명령서 발급?

25일 오후 9시 이전에 휴가명령서가 나왔다 해도 의문은 남는다. 휴일인 일요일에 발부된 까닭이 석연치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명령서가 발부되려면 지역대장(중령)의 승인이 필요하다. 일병 1명의 휴가 처리를 위해 중령이 휴일에 출근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군 당국은 그간 ‘휴가 사후 승인’과 관련해 “병사들이 휴가 보고를 휴일에 하면, 먼저 구두로 승인하고 평일에 출근해 서류로 처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설명해왔다.

‘25일의 진실’은 향후 검찰 수사에서 드러날 전망이다. 검찰은 당직사병 A씨가 서씨에게 복귀를 지시할 당시의 통화기록도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이와 별도로 추 장관 부부의 국방부 민원의 사실관계를 규명할 2017년 6월 14일 당시 통화 기록이 파기되지 않은 사실도 확인했다. 국방부 예규상 민원 내용에 대한 녹취파일 보관 기한은 3년으로, 올해 6월 삭제됐지만 군 중앙서버에는 남아 있다고 한다.

정승임 기자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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