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앞둔 트럼프 잇단 '외교 낭보'... 이스라엘-바레인 전격 수교 합의

입력
2020.09.13 15:0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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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 이어 한달 만에 평화협약 성사
AP "트럼프 외교 승리"... 득표 호재

베냐민 네타냐후(왼쪽 사진) 이스라엘 총리와 하마드 이븐 이사 알할리파 바레인 국왕. AFP 연합뉴스

베냐민 네타냐후(왼쪽 사진) 이스라엘 총리와 하마드 이븐 이사 알할리파 바레인 국왕.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동 외교’에서 잇따라 승전보를 올리고 있다. 바레인이 11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외교관계 정상화에 합의하면서 지난달 아랍에미리트(UAE)에 이어 한 달 사이 두 차례나 중동 평화 중재자로서 존재감을 과시한 것이다. 고립주의와 동맹 경시 행보로 재임 기간 이렇다 할 외교 치적이 없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11월 대선을 앞두고 적지 않은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됐다.

12일 외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과 바레인은 전날 관계 정상화에 전격 합의했다. 두 나라는 공동성명을 통해 “양국의 완전한 외교관계 수립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성명 직후 트위터에 글을 올려 “오늘 또 다른 역사적 돌파구가 마련됐다!”면서 “우리의 위대한 친구 이스라엘과 바레인이 평화협약에 합의했다”고 기뻐했다.

바레인과 이스라엘의 수교는 일찌감치 예견돼 왔다. 지난달 13일 이스라엘과 UAE가 수교하면서 다음 타자는 바레인이 될 것이란 분석이 많았다. 바레인은 인구 160만명으로 중동의 소국이지만 대표적 친미국가로 분류된다. 미 해군 5함대도 바레인 수도 마나마에 주둔하고 있다. 양측은 15일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 중재로 외교 정상화 공식 문서에 서명할 예정이다.

이번 합의는 두 달도 안 남은 대선 국면에서 지지율 하락으로 고심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상당한 호재가 될 전망이다. 지금까지 이스라엘과 수교한 아랍권 국가는 이집트(1979)와 요르단(1994) 두 곳에 불과하다. 이후 30년 가까이 불안한 동거를 이어오던 중동지역에서 한 달 만에 연이어 평화의 메시지를 내놓은 것이다. 언론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AP통신은 “트럼프의 외교적 승리”라고 단언하면서 “이스라엘과 가까운 복음주의 기독교 유권자들의 지지를 강화하게 됐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도 “자신을 ‘피스메이커(평화중재자)’로 포장하고 싶은 트럼프의 열망을 충족시켰다”고 평가했다.

잇단 평화합의는 미국의 이란 옥죄기 전략을 가속화하는 등 향후 중동정세에도 변화를 몰고 올 조짐이다. 이슬람 수니파 국가인 UAE와 바레인이 이스라엘 편에 서면서 시아파 맹주 이란과의 대치 전선이 한층 뚜렷해졌다는 분석이다. 이란은 예상대로 격렬하게 반발했다. 이란 외무부는 전날 성명에서 “바레인 왕실은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이 저지른 범죄의 공모자가 될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팔레스타인해방기구도 이날 “팔레스타인 대의에 대한 배신”이라고 바레인 정부를 비판했다.

김이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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