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이분법

입력
2020.09.13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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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김종민ㆍ설훈ㆍ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1일 당 유튜브 채널 ‘씀’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복무 중 특혜 휴가 의혹을 두고 ‘추 장관 아들 특혜??? 팩트나 알고 말해!!!’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연합뉴스

김종민ㆍ설훈ㆍ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1일 당 유튜브 채널 ‘씀’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복무 중 특혜 휴가 의혹을 두고 ‘추 장관 아들 특혜??? 팩트나 알고 말해!!!’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연합뉴스

병역의 의무는 정치인에겐 종종 아킬레스건이 된다. 돈과 권력이 있으면 다양한 방법으로 피할 수도 있음을 증명한 선례들이 남긴 민심의 상처다. 본인은 물론, 자녀의 병역의무 이행 여부는 공직자의 자격을 판단하는 기본 잣대가 된 게 그래서다. 가장 굵직한 사건은 2002년 대선 때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의 두 아들 불법 병역 면제 의혹이었다. ‘병풍(兵風)’은 대선판을 흔들었고 이 후보는 낙마했다.

□ 병풍의 진앙은 의정(醫政) 부사관 출신 김대업씨였지만,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전면전 양상이 된 건 당연했다. 정권을 사수해야 하는 처지였던 민주당은 ‘병역 비리 근절 운동본부’를 만들어 여론전을 펴고 국정조사와 특검을 요구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당시 전면에 나서 김씨를 “용감한 시민”으로 추어올렸고, 박양수 전 의원은 “의인”이라고 했다. 그러나 김씨의 주장은 법정에서 허위로 판결 났고 실형이 선고됐다.

□ 추 장관 아들 서모씨의 군 복무 중 특혜 휴가 의혹을 놓고도 정치권의 공방이 치열하다. “상식적으로 납득되는 수준” “오죽하면 민원을 했겠나” “이 정도면 미담” 같은 여권의 옹호론은 그렇다 치자.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의혹을 최초 제기한 당직사병을 두고 “단독범으로 볼 수 없다”고 몰아붙이더니, “국가를 혼란에 빠트리는 국정 농간 세력은 뿌리뽑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에 의구심을 갖거나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국민까지 ‘공범’이요, 국정 농간 세력으로 폄훼한 말이다.

□ 여러 주장이 오가지만, 추 장관 보좌관이 서씨의 부대로 전화를 한 건 사실로 드러났다. 당시 추 장관은 집권 여당의 대표였다. 가족도 아닌 사람이 부대로 연락을 했으니, 신분을 그렇게 소개했을 것이다. 이런 특수 관계자의 전화 한 통에 국민이 갖는 문제 의식을, 여당은 아예 성립이 불가능하다는 듯 원천 차단한다. 내 편이면 절대 선이고, 그에 반하면 절대 악으로 모는 건 정치에선 어리석은 이분법이다. 하물며 의혹을 제기했다고 국민을 범죄자로 모는 건 공직자로서 마지막 도리를 저버린 행위다. 황 의원 가슴의 배지는 반쪽짜리인가.

김지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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