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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이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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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한국일보>
병역의 의무는 정치인에겐 종종 아킬레스건이 된다. 돈과 권력이 있으면 다양한 방법으로 피할 수도 있음을 증명한 선례들이 남긴 민심의 상처다. 본인은 물론, 자녀의 병역의무 이행 여부는 공직자의 자격을 판단하는 기본 잣대가 된 게 그래서다. 가장 굵직한 사건은 2002년 대선 때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의 두 아들 불법 병역 면제 의혹이었다. ‘병풍(兵風)’은 대선판을 흔들었고 이 후보는 낙마했다.
□ 병풍의 진앙은 의정(醫政) 부사관 출신 김대업씨였지만,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전면전 양상이 된 건 당연했다. 정권을 사수해야 하는 처지였던 민주당은 ‘병역 비리 근절 운동본부’를 만들어 여론전을 펴고 국정조사와 특검을 요구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당시 전면에 나서 김씨를 “용감한 시민”으로 추어올렸고, 박양수 전 의원은 “의인”이라고 했다. 그러나 김씨의 주장은 법정에서 허위로 판결 났고 실형이 선고됐다.
□ 추 장관 아들 서모씨의 군 복무 중 특혜 휴가 의혹을 놓고도 정치권의 공방이 치열하다. “상식적으로 납득되는 수준” “오죽하면 민원을 했겠나” “이 정도면 미담” 같은 여권의 옹호론은 그렇다 치자.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의혹을 최초 제기한 당직사병을 두고 “단독범으로 볼 수 없다”고 몰아붙이더니, “국가를 혼란에 빠트리는 국정 농간 세력은 뿌리뽑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에 의구심을 갖거나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국민까지 ‘공범’이요, 국정 농간 세력으로 폄훼한 말이다.
□ 여러 주장이 오가지만, 추 장관 보좌관이 서씨의 부대로 전화를 한 건 사실로 드러났다. 당시 추 장관은 집권 여당의 대표였다. 가족도 아닌 사람이 부대로 연락을 했으니, 신분을 그렇게 소개했을 것이다. 이런 특수 관계자의 전화 한 통에 국민이 갖는 문제 의식을, 여당은 아예 성립이 불가능하다는 듯 원천 차단한다. 내 편이면 절대 선이고, 그에 반하면 절대 악으로 모는 건 정치에선 어리석은 이분법이다. 하물며 의혹을 제기했다고 국민을 범죄자로 모는 건 공직자로서 마지막 도리를 저버린 행위다. 황 의원 가슴의 배지는 반쪽짜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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