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영부인이 팟캐스트를? 미셸 오바마가 방송인이 된 까닭은

입력
2020.09.1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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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스트리밍 회사와 손잡고 7월 방송 시작
버락 오바마 포함 유명인들과 마주 앉아
"정치권이 대변 못하는 목소리 대신 전달하려고"

미셸 오바마 전 영부인이 2일 인스타그램에 방송인 코난 오브라이언과의 팟캐스트 방송 일부를 공개했다. 인스타그램 캡처

미셸 오바마 전 영부인이 2일 인스타그램에 방송인 코난 오브라이언과의 팟캐스트 방송 일부를 공개했다. 인스타그램 캡처


"실패, 역경, 관계…학교에서는 가르쳐주지 않는 것들을 말해주고 싶었어요."

3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는 자신이 진행하는 팟캐스트 '미셸 오바마 팟캐스트'에서 유명 방송인 코난 오브라이언을 초대해 이 같이 털어놨습니다.

8년의 백악관 생활 기간 동안 격의 없고 솔직한 태도로 대중적 인기를 얻었던 오바마 여사. 미래 세대에게 친근하게 다가가서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고 합니다.

아니 그런데 유명 방송인인 코난 오브라이언이 진행을 했으면 했지, 미셸 오바마가 진행을 했다고요? 뭔가 이상한 것 같지 않나요?

남편 오바마 전 대통령 시작으로 유명인 초대해 인터뷰

미셸 오바마 여사의 인스타그램. 인스타그램 캡처

미셸 오바마 여사의 인스타그램. 인스타그램 캡처


사실 오바마 여사는 7월 29일부터 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인 스포티파이에서 팟캐스트를 시작했습니다. 오바마 부부가 2018년 세운 콘텐츠 제작사 '하이어 그라운드'는 지난해 6월 스포티파이와 독점적 팟캐스트 시리즈 제작에 합의했죠.

당시 오바마 부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우리는 항상 즐겁고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대화의 가치를 믿어왔다"며 "팟캐스트는 생산적 대화를 촉진하고 사람들을 웃고 생각하게 한다. 또 우리를 가깝게 만드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에 매우 흥분된다"고 밝혔죠. 부부는 "정치권이 잘 대변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을 수 있는 방송을 만들겠다"는 다짐도 내놨습니다.

진행자로 나선 오바마 여사는 이 팟캐스트에서 사람 관계, 인생 등을 주제로 얘기를 풀어갑니다. 현재까지 남편 버락 오바마, 유명 저널리스트인 미셸 노리스, 에릭 홀더 전 법무장관의 아내인 유명 산부인과 의사 섀런 멀론, 오바마 여사의 가족 등이 초대를 받았어요.

유명 코미디언 코난 오브라이언과 입담 대결도


코난 오브라이언. 한국일보 자료사진

코난 오브라이언. 한국일보 자료사진

비록 이 팟캐스트는 오바마 여사가 진행하는 방송이지만 3일에는 '명MC' 오브라이언이 출연하면서 오히려 오바마 여사가 초대 손님처럼 돼버렸는데요.

3일 방송은 코난 오브라이언이 오바마 여사와 만남을 위해 밀워키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소감을 말했습니다. 오브라이언은 유명 코미디언답게 "항공기 내에서 촬영할 수 있게 해줘서 미 연방항공청(FAA)에 고맙다"며 재치있게 방송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그러면서 다소 들떠보이는 목소리로 자신의 스태프에게 "미셸 오바마를 본 적이 있냐"고 물었죠. 스태프가 "예전에 멀리서 쳐다만 봤다"고 하니까 오브라이언은 "징그러우니까 다신 그러지 말라"며 우스갯소리로 답했습니다.

오브라이언은 오바마 여사와 대화 중 갑자기 "당신의 자서전에 따르면 나는 '세상에서 가장 하얀 사람(whitest man)'이라고 소개돼 있다"며 '공격'을 시작했습니다. 이에 오바마 여사는 "당신이 매번 그렇게 스스로를 소개하잖나"라며 맞받아쳤습니다. 그러면서 "사실 나는 더 하얀(whiter) 사람도 만나봤다"며 오브라이언 못지 않은 입담을 자랑했죠. 오브라이언도 질세라 "나는 아파보일 정도로 하얀데…"라고 얼버무리면서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이날의 게스트인 오브라이언은 수년전 오바마 부부와 관련된 우스운 에피소드를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오바마 전 대통령 재임 당시 크리스마스 관련 행사장에서 오바마 부부를 기다리던 오브라이언과 가족들. 당시 5살이었던 오브라이언의 아들은 격식 차린 행사장이 답답했나봅니다. 아빠에게 "행사장을 나가고 싶다"고 칭얼거린 겁니다.

이에 오브라이언은 "안 돼, 곧 있으면 대통령이 올거야"라고 다그쳤습니다. 그러자 오브라이언의 아들은 "나는 그들을 만나고 싶지 않아!(I don't want to meet them, Obamas!)"라고 대답했다죠. 서양 문화에서 성만 부르는 건 다소 무례할 수도 있는 상황이죠. 하지만 이 짖궂은 농담을 듣고도 오바마 여사는 웃어 넘겼습니다. 격식을 차리지 않는 오바마 여사의 시원한 성격을 알 수 있는 대목이죠.

또 '관계의 어려움'에 대해 얘기하던 오바마 여사는 "결혼 생활을 하다 보면 아주 긴 시간 동안 서로 참기 어려운 시기가 있을 수 있다"며 "나는 애들을 챙기느라 몸이 두 개여도 모자랐지만, 남편은 자기의 삶을 살면서 여기저기 쏘다니느라 바빴다"며 솔직하게 털어놨습니다. 그러면서 "남편을 창문 밖으로 밀어버리고 싶을 때도 있었다"고 파격적인 발언도 내놨습니다.

"성공하기까지 여정, 학교에서는 가르쳐 주지 않아"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인 미셸 오바마 여사가 지난달 17일 화상으로 진행된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AP 뉴시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인 미셸 오바마 여사가 지난달 17일 화상으로 진행된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AP 뉴시스

이날 방송 초기, 오브라이언은 "당신을 여러번 만났지만 오늘이 가장 행복해 보인다"면서 오바마 여사를 소개했습니다. 오바마 여사는 촬영 전 밀워키의 한 고등학교를 방문해 학생들을 대상으로 대학 진학, 인생 등에 대한 강연을 했습니다. 이에 그는 "이렇게 학생들에게 강연하는 게 나의 열정이자 미션"이라고 대답했습니다.

오바마 여사는 미래 세대 교육에 힘을 쏟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습니다. "아이들은 우리처럼 유명한 사람들은 역경 없이 그저 '짠' 하고 나타나는 줄 안다"며 "이 자리까지 오기까지의 여정을 말해줘야 하는데 학교에서는 이를 알려주지 않는다"고 꼬집었습니다.

오바마 여사와 오브라이언은 솔직하게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오브라이언은 "나도 나에 관해 사실이 아닌 것들이 인터넷에 올라 올 때 심리적으로 아프다"면서 "심장이 아플 정도"라면서 공감했습니다. 오바마 여사도 "'응, 나 아파'라는 말을 할 줄 알아야 한다"고 얘기했죠.

오브라이언이 '왜 이제서야 실패ㆍ어려움 등을 솔직하게 공개하냐'고 묻자 "(하고 싶었으나) 영부인이 해야 할 역할은 아니었다"면서 "영부인으로서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았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오바마 여사는 이어 "(이런 것들을 알려주지 않으니) 사람들은 지위, 타이틀 등 겉으로 보이는 것들만 얘기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에 오브라이언은 "로스앤젤레스(LA)에서는 '너는 무슨 자동차를 모니'로 말한다"며 "'렉서스니? 테슬라니?'"라고 말해 또 한번 청취자들을 웃게 만들었습니다.

"다시 돌아가도 정치 안해"…트럼프 저격도?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부인 미셸이 2017년 10월 31일 개막한 오바마재단의 '글로벌 리더십 서밋' 무대에서 참석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시카고=AP 뉴시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부인 미셸이 2017년 10월 31일 개막한 오바마재단의 '글로벌 리더십 서밋' 무대에서 참석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시카고=AP 뉴시스

전 영부인에게 정치 얘기도 빠질 수 없겠죠. 오브라이언이 오바마 여사에 '과거로 다시 돌아가면 정치를 할 생각이 있느냐'고 질문하자 그는 "나는 정말 평범한 사람이었는데 지난 10년은 전혀 평범하지 않았다"며 선을 그었습니다. 오바마 여사는 "8년이면 충분하다"며 "우리에게는 새롭고 깨끗한 시각(eye)이 필요하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이미 자신들은 대통령을 경험해봤으니 이제는 새로운 인물또는 새로운 시각이 미국 사회에 필요하다는 얘기로 해석됩니다.

그러면서 오바마 여사는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다음 리더를 길러내는데 시간을 보내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오바마 여사는 오바마재단을 통해 젊은 지도자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앞서 2018년에도 오바마 여사의 공직 출마 여부가 미국 내에서 화두로 떠오르자 오바마 여사는 "수 천명의 미래 지도자에 투자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나이 든 지도자는 자신의 리더십을 사용할 때 (자리를) 비켜 (미래 세대를 위한) 공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소신을 밝힌 것이죠.

오브라이언이 "오는 대선에 개입할 생각은 없냐"고 질문하자 오바마 여사는 "나는 정치에 관심이 없다"면서 "나는 최대한 다양한 나라에 접근하고 싶은데 정치에 개입하게 되면 (이에) 한계가 많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 현재는 공화당 지지가 많은데 나는 민주당 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오바마 여사는 "나는 공화당도 존중한다. 편을 나누고 싶지 않다"면서도 "공화당을 앞에 세우면 다양한 나라들에 다가가는 데 한계가 있다. 그게 지금 현실이다"라고 주장했습니다. 현재 미중 무역갈등과 같은 폐쇄적 외교 정책ㆍ각종 인종차별성 발언 등을 일삼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를 저격한 것일까요?

손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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