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차별은 반대, 동성혼 인정은 곤란" 천주교, 차별금지법 첫 입장 내놔

입력
2020.09.07 19:04
수정
2020.09.07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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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숙(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다문화위원회가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 및 평등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양경숙(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다문화위원회가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 및 평등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천주교 주교회의가 최근 발의된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관해 동성애 옹호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명했다. 이 법을 둘러싸고 찬성하는 불교계와 다수 개신교 신자들의 반대 목소리가 팽팽한 기류 속에서 처음 천주교의 공식 입장이 나왔다.

7일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는 위원장인 이용훈 주교 이름으로 성명을 내고 지난 6월 29일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대표 발의한 '차별금지법안'에 대해 "약자의 인권을 보호하고, 부당한 차별에 따른 인권 침해를 예방하며, 실효성 있는 구제 법안이 되기를 기대한다"면서도 "법안의 일부 조항에 대하여 우려한다"고 밝혔다.

천주교의 우려 지점은 결국 동성애 문제였다. 가톨릭 교회가 인권 차원에서 성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는 반대하지만, 그렇다고 동성혼 합법화를 인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했다. 위원회는 "차별금지법안이 명시적으로 동성혼을 언급하고 있지는 않지만, 동성애자들의 결합을 어떤 식으로든 혼인과 가정에 대한 하느님의 계획과 유사하거나 조금이라도 비슷하다고 여기는 다양한 움직임에 대해서는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유전적 결함 등 이유로 남자와 여자의 성을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운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한다면 "인간의 성별이 남자와 여자로 되어 있다는 본질적이고 엄연한 사실을 부정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고 했다.

위원회는 차별금지법안이 통과됐을 때 예상되는 역차별 문제도 지적했다. "사회적 약자와 소수 계층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생명의 시작부터 차별과 배척 그리고 혐오의 대상이 되지 않을 때 법의 정신이 온전히 실현된다"는 이유에서다. 즉 법 시행으로 인공 출산의 확산, 유전자 조작을 통한 생명의 선별적 선택과 폐기, 성 소수자들의 입양 허용 등이 문제가 될수 있다고 우려했다.

학교 교육의 중요성 역시 강조됐다. 위원회는 "인간을 성적 쾌락의 대상으로 도구화하는 사건들이 끊임없이 발생하는 한국 사회에서, (학교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성에 대한 건강한 의미를 배우고, 다른 사람에 대한 존중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돼야 한다"면서 "동성애 행위를 정당하고 합법적인 것으로 가르치지 않는 것을 차별이라고 인식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회적 파장이 적지 않은 문제에서 그간 말을 아꼈던 천주교마저 공식 입장을 내면서 국회에 계류돼 있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어떤 국면을 맞게될지 주목된다.

장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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