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교도소`서 신상공개 된 고대생 사망… "괴로워해"

입력
2020.09.05 19:11
수정
2020.09.05 19:13
구독

경찰, 사망원인 수사

성범죄 등 사회적 논란이 되는 사건 피의자들의 얼굴과 실명을 공개하는 인터넷 사이트. 디지털 교도소 캡처

성범죄 등 사회적 논란이 되는 사건 피의자들의 얼굴과 실명을 공개하는 인터넷 사이트. 디지털 교도소 캡처

성범죄자 등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웹사이트 '디지털 교도소'에 임의대로 이름과 얼굴 등이 공개된 고려대 학생 A(20)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A씨가 신상 공개로 괴로워하다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에 나섰다.

5일 경찰 등에 따르면 A씨는 이달 3일 오전 집에서 숨진 채 가족에게 발견됐다.

A씨는 숨지기 전인 올해 7월 디지털 교도소에 신상이 공개됐다. 디지털 교도소는 당시 A씨가 누군가에게 지인의 사진을 음란물에 합성하는 '지인능욕'을 요청했다며 A씨의 얼굴 사진과 학교, 전공, 학번, 전화번호 등의 신상정보를 올렸다. A씨가 누군가와 주고받은 텔레그램 메신저 내용ㆍ음성 녹음 파일 등도 공개했다.

디지털교도소의 이런 조치에 A씨는 고려대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글을 올려 “나의 이름과 사진과 전화번호는 맞다"면서도 "그 외의 모든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핸드폰 번호는 해킹당한 것 같다“고 글도 덧붙였다.

A씨의 해명에도 불구, 디지털 교도소는 그의 신상을 공개 상태로 유지했다.

A씨 지인들에 따르면 그는 디지털 교도소에 자신의 신상이 공개된 이후 악플과 협박 전화, 문자 등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A씨가 숨지가 그가 재학했던 학과 학생회는 "진실을 밝히겠다"고 밝혔고, 고려대 재학생과 동문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고파스와 디지털 교도소 홈페이지에서는 디지털 교도소를 비난하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경찰은 부검 등을 통해 A씨의 정확한 사망 원인을 파악할 예정이다.

이종구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