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차 감염 일어났다면"... 상상하고 싶지 않은 일

입력
2020.08.29 11:00
11면

코로나 습격에 셧다운 된 국회



27일 국회 본청에서 방역업체 직원이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국회는 전날 더불어민주당 회의를 취재한 기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으면서 이날 폐쇄됐다. 뉴스1

27일 국회 본청에서 방역업체 직원이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국회는 전날 더불어민주당 회의를 취재한 기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으면서 이날 폐쇄됐다. 뉴스1


국회가 출입기자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으로 멈춰 섰다. 코로나19 확산 초기였던 지난 2월 본청을 폐쇄하는 등 한 차례 홍역을 치른 데 이어 6개월만에 또 다시 습격을 당했다. 확진판정을 받은 출입기자가 26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를 취재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민주당에도 비상이 걸렸다. 이해찬 대표를 비롯해 회의에 참석했던 지도부를 비롯한 당 관계자들은 즉각 자가격리 등 대응 조치에 들어갔다. 민주당 뿐 아니라 미래통합당 등 야당들도 내부 회의를 취소했고, 국회 상임위 회의도 모두 취소됐다. 하지만 이번 사태 이전에도 구조와 업무 특성 상 국회가 코로나19에 근본적으로 취약하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이를 개선할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진 상황이다. 하지만 여야 합의와 법 개정 등이 뒤따라야 하는 일이라 필요성 만큼 신속하게 개선 사안이 마련될지 불투명하다. 코로나19 사태에 직면한 국회와 이에 따르는 대응 방안 등이 어떻게 추진되고 있는지 한국일보 국회팀 기자들이 카톡방에 모였다.

나를 돌아봐(돌아봐)= 국회 출입기자가 코로나19 확진 판결을 받아 정치권도 난리가 났죠. 출입기자한테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연두 담쟁이(담쟁이)= 해당 기자는 26일 오전 민주당 최고위원회에 취재 차 참석했어요. 그리고 직후에 당국으로부터 자신이 3일 전 식사를 함께 한 지인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연락을 받게 된 것이죠. 즉시 국회와 민주당 등에 이를 알리고 선별검사를 받고 자가격리에 돌입했어요.

돌아봐= 국회도 비상이 걸렸죠. 확진 소식 이후 어떤 조치들이 이어졌나요.

정릉 막걸리(막걸리)= 확진 소식이 국회에 전해진 시점이 26일 오후 8시쯤입니다. 이 때를 기점으로 국회가 아주 긴박하게 돌아갔는데요. 국회 사무처는 이로부터 30분 후 즉각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여는 한편, 당시 본관과 의원회관, 소통관에서 근무 중이던 의원, 보좌관, 기자들에게 즉시 귀가 조치를 취했습니다. 이어 “27일 본청과 의원회관, 소통관을 폐쇄한다”고 발표했죠.

돌아봐= 코로나19에 2월에도 국회가 한번 본청이 폐쇄되는 등 어려움을 겪었는데 그 때와 이번 상황은 어떻게 다른가요.

담쟁이= 이번엔 당시보다 확진자가 국회에 머무른 시간도 길고 접촉한 인사들도 많았어요. 2월에는 확진자가 국회 의원회관 세미나에 잠시 다녀간 정도였죠. 물론 이 분과 접촉한 심재철 당시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즉시 검사에 임하기도 했어요. 음성 판정을 받고 국회는 빠르게 원상태로 돌아왔죠. 하지만 이번엔 국회 본청에 상주하는 취재 기자가 확진을 받았어요. 비좁은 회의실에서 민주당 지도부와 함께 있었던 것이고, 이들 지도부는 역시 많은 분들과 대면 접촉을 하는 상황이잖아요. 당장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최고위 직후 박병석 국회의장,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 등과도 만나 대화했고요. 만약에 이 상황에서 n차 감염이 계속 일어났다면, 상상하고 싶지 않은 일이 벌어질 수도 있는 것이죠.

막걸리= 다행인 건 이번에는 코로나19에 무(無)방비 상태는 아니었다는 점이에요. 지난 2월에는 심재철 당시 통합당 원내대표와 전희경 통합당 대변인 등이 토론회에서 확진자와 지근거리에 무방비 상태로 앉아 있었죠. 하지만 이번에는 민주당 최고위원들이 앉는 좌석에 양 옆과 앞쪽 모두 비말 차단용 투명 칸막이가 설치돼 있었어요. 최고위원들 모두 마스크를 끼고 있었고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오후 서울 영등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감염 검사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오후 서울 영등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감염 검사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돌아봐= 그래도 민주당의 긴장감이 컸을 것 같은데 어떻게 대응했나요.

담쟁이= 당 지도부 등은 26일 소식을 듣자마자 즉각 자가격리에 돌입했고요. 27일 오전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가 이뤄졌습니다. 지도부는 모두 밀접접촉자는 아닌 능동감시자로 분류됐어요. 통상 능동감시자는 자가격리하며 상태를 모니터링 하다가, 3일 뒤 진단검사를 받는다고 해요. 접촉 72시간 후 검사가 가장 정확하다는 이유 때문이죠. 하지만 지도부 의원들이 워낙 많은 사람들과 대면을 하는 점을 감안해 27일 즉시 검사에 응했고, 음성 판정을 받았죠. 검사는 31일 한 차례 더 받는다고 합니다.

여의도 딸바봉= 민주당 의원들은 “올 것이 왔다” “큰일이다”라는 반응이 대다수였습니다. 다만 29일 당의 최대 행사인 전당대회가 열린다는 점, 8월 임시국회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 9월 정기국회가 코앞에 다가왔다는 점에서 당혹감도 역력했습니다.

돌아봐= 미래통합당 등 다른 야당들도 긴장하기는 마찬가지였죠.

소통관 펀쿨섹좌= 미래통합당은 확진 소식이 알려지기 전, 해당 기자가 자가격리에 돌입한 직후 이미 비상태세에 돌입했어요.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도 소식을 접한 직후 의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의원실 내에서 최소한의 인력을 유지하고 재택근무나 유연근무를 적극적으로 실시해달라고 당부했죠. 이후 원내부대표단 회의와 원내대책회의를 줌이나 웨벡스 같은 언택트 회의 툴을 이용해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박병석 국회의장이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회의장-교섭단체 원내대표 정례회동에서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뉴스1

박병석 국회의장이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회의장-교섭단체 원내대표 정례회동에서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뉴스1


돌아봐= 애초 코로나19에 국회 보좌진들이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얘기가 나왔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 때문인가요.

둔치 피톤치드= 국회 사무처 차원에서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업무 수행에 지장이 없는 인원에 대해 재택근무제 및 시차 출퇴근제(3부제)를 의무적으로 실시하라’는 지침을 마련했어요. 그런데 국회의원 보좌진들은 이 ‘의무’에서 제외됐습니다. 국회 소속이 아닌 별정직 공무원이기 때문이죠. 국회가 아닌 개별 의원의 결정에 따라 이들의 근무가 정해집니다. 국회는 민원인과 정부, 기업 관계자 등 하루에 오가는 인원만 5,000여명에 달하는데요. 많은 사람을 마주쳐야 하다보니 보좌진들의 걱정도 만만치 않았던 거죠. 국회에서 열린 상임위원회에서 일부 의원들이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모습을 꼬집은 것도 보좌진들이었어요.

담쟁이= 현실적으로 개별 의원들이 코로나19 대응에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는 한, 의원실 소속인 보좌진들은 이런 가이드라인에서 열외가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죠. 그래서 그 고충을 한국일보가 24일 낮 기사화하며 문제 제기를 했어요.

돌아봐= 바로 반응이 나왔죠.

담쟁이= 한국일보 보도가 나온지 1시간여 만에 박병석 국회의장은 전체 국회의원들에게 친전을 보냈습니다.“의원님께 간곡한 협조와 당부를 드린다. 2주간 외부 방문과 상주 인원을 최소화하는 다양한 조치를 시행할 예정이다. 특히 각 의원실 보좌진에 대해서는 필수 인원을 제외하고 재택근무ㆍ유연근무ㆍ시차 출퇴근 등 사무실 내 밀집도 최소화를 위한 조치에 적극 참여해달라”는 내용이었죠. 국회 대소사를 깨알 같이 챙기고 빠르게 반응하는 박병석 리더십이 다시 한번 보좌진들 사이에서 화제가 된 것이죠. 박 의장 사진에 꽃, 빛, 하트 등을 합성한 다양한 패러디 이미지가 SNS나 메신저 등을 타고 여의도에 번졌어요.

광화문 찍고 여의도= '빛병석'의 친전 이후 바로 재택근무나 시차근무제를 도입한 의원실이 있었지만, 정상근무를 한 의원실도 적지 않았다고 해요. 의원실 정원 중 상당수가 지역구 근무자라 평소에도 ‘전원 출근’이 불가능한 구조인 경우가 많고요. 정기국회를 앞두고 있는만큼 대면 업무가 불가피한 측면도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혹시 모를 비판에 대비해 의원실 문을 닫은 채 외부에 ‘재택근무 중’이라 붙여놓고 근무하는 '웃픈' 사례도 있었다고 하네요.

돌아봐= 정기국회 등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요.

소통관 오미자= 국회 차원에서는 일단 정기국회 일정에 차질이 없게 하는 게 지상과제죠. 국가 회의의 경우, 2단계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인 50인 제한 여부와 상관 없이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받아서 당장 개원식은 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본회의 표결같은 경우 의결 정족수가 재적 과반인 151명인 데다 국회법은 본회의장에서만 표결하도록 하고 있어요. 여야가 '원격표결'과 관련한 국회법을 어떻게 고칠지 시급히 논의해봐야하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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