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베이비부머 1700만... 한국 사회의 힘으로

입력
2020.08.29 04:30
12면

1955~1963년생 베이비부머, '뒷방퇴물' 인식 바꿔야
출산하락 이전 세대 1975년생까지 넓히면 1700만명
생애주기 바꾸면 "60대=중년"...청년ㆍ노년 인구앞서

편집자주

※우리 사회의 출생아 수 감소와 고령자 수 증가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만큼 빠릅니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인구쇼크’가 눈 앞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입니다. 어떤 미래가 예상되고 대응 전략은 무엇인지, 경제학자이자 인구 전문가의 눈으로 살펴보려 합니다. 전영수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교수가 <한국일보> 에 3주 단위로 토요일 연재합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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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인구변화가 몰고 온 새로운 화두, 중년의 재발견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만 아니었다면, 아마도 한국 사회의 지배적인 이슈 중 하나는 인구변화였을 것이다. 그만큼 청년세대의 출산연기 혹은 포기에 따른 저출산은 충격적인 수준에 이르렀다. 다만 한가지 짚어야 할 대목은 있다. 인구분수가 물구나무를 서는 건 분모(현역인구) 감소 때문만은 아니다. 분자(고령인구) 증가도 큰 역할을 한다.

이를 주도하는 인구집단이 요컨대 ‘베이비부머(Babyboomer)’다. 1955~63년생으로 대략 740만명 정도다. 9년에 걸쳐 매년 80만명 넘게 태어났고, 지금도 생존한 상태다. 나이는 2020년 기준 57~65세. 이들은 2021년부터 중년에서 노년에 들어선다. '고령인구'로 분류되는 만 65세에 하나 둘 진입하기 때문이다.

고령인구로 편입되면 생산가능인구에서 빠진다. 내년부터는 초고령사회(고령인구/현역인구=20%↑)가 한층 빨리 다가온다는 계산이 나오는 이유다. 때문에 베이비부머의 고령화는 악재로 거론된다. 예를 들면 이들이 ‘생산인구→잉여인구’로 바뀌면 공적연금 등 복지수요가 폭증할 가능성이 높다. 정년연장론이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하지만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65세가 고령인구 출발연령으로 적절한지부터 따져볼 필요가 있다. 평균수명이 짧던 시절의 잣대를 고집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판단해봐야 한다는 의미다. 또 하나의 논점은 베이비부머를 둘러싼 인식변화다. 기계적인 뒷방 퇴물이 아니라 생산적인 활용자원으로의 재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주목할 진짜 베이비부머는 누구?

사실 한국에서 베이비부머는 작위적인 측면이 있다. 왜 1955~63년생만 돌출된 인구집단으로 보느냐, 실질적 베이비부머는 9년간의 740만명보다 더 많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실제 1970년 이전 자료는 추정ㆍ보정치로 정확성이 낮아 베이비부머의 규정이나 범위를 둘러싼 이견이 적잖다. 연구자에 따라 1980년대 초반까지 매년 80만명이 태어났으니 20~30년을 부머 집단으로 보자는 의견도 있다. 그도 그럴 게 1955~63년생이 이전, 이후 출산아보다 돌출되게 많을 때 '부머'란 명명이 허용된다. 하지만 64년생(84만명)이 63년생(80만명)보다 더 많다는 추정치도 있다.

이후 정부의 실측통계인 1970년까지 출생아수는 비슷하게 유지된다. 특히 1970년은 사상 최초로 출산아수가 100만명(100만6,645명)을 넘겼다. 58년 개띠보다 70년 개띠가 부머로서 더 합치한다. 이후 1976년에야 80만명선(79만6,331명)이 아래로 내려간다. 1983년 2.1명의 인구대체선을 하향 돌파한 것에 맞춰 이후 몇 년을 빼고는 60만명대로 굳어진다.

따라서 1955~63년생보다 넓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뚜렷한 출산하락이 시작된 1975년까지를 포함, 1955년부터 20년을 실질적인 인구학적 돌출집단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는 얘기다. 베이비부머를 1955년~75년생으로 확장하면 인구가 1,700만명에 달한다.

초고령화 시대에 따른 상황 대응을 위한 시간을 벌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연간 출산이 40만명대로 내려앉은 원년인 2002년생(2020년 현재 18세)까지, 즉 1975~2002년 매년 60~70만명대의 상당한 인구를 감안하면 적어도 ±2040년까지 상당한 기울기의 초고령화가 예상된다. 출산아수 30만명의 하향 돌파가 예견된 2020년보다 그나마 2배 이상인데도 그렇다. 만약 9년 간에 걸친 협의의 베이비부머만 상정하면 상황 대응은 더 늦어질 수밖에 없다. ‘65세=고령인구’라면 초고령사회라는 정해진 미래에 대한 경고는 확정적이다.

'고령→중년사회' 재편과 기대효과

또 하나 수정이 시급한 것은 생애주기별 연령 기준의 교체다. 이미 환갑잔치가 사라졌듯 60대는 고령보다 중년으로 보는 게 옳다. 일본만 해도 75세 이후를 후기고령자라 부르며 이때부터 실질적인 고령대접을 해준다. 청년(10~39세), 중년(40~69세), 노년(70세 이상)의 구분법을 제안해 볼 수 있겠다. 유엔도 현역 인구를 확장시킬 수 있는 새로운 연령구분법을 내놓은 바 있다. 이미 시작된 선진국의 정년연장선을 봐도 ‘70세=노년’이 압도적이다.

늦어진 취업과 결혼적령기 탓에 자녀독립이 ±70세인 경우도 이를 뒷받침한다. '70세=노년'을 채택하면 숙련활용과 재정절약 등 현존하는 갈등은 일정부분 감쇄된다. 고령화를 중년화로 전환함으로써 현역연장을 통한 생산적인 활동시간을 최소 5년은 벌 수 있다. 영구적인 해법은 아니나, 5년은 다종다양한 개혁과제의 공감ㆍ완성도를 높일 소중한 시간이다.

이렇게 되면 '젊은' 1,700만 베이비부머가 한국 사회의 빚이 아닌 힘이 될 수 있다. 중년 30년(40~70세)은 청년ㆍ노년인구보다 숫자가 월등하다. 1990년 전체 인구의 23.9%(1,041만명)에 불과했는데, 2010년 39.1%(1,876만명), 2015년 42.7%(2,181만명), 2019년 44.6%(2,290만명)까지 불어난다. 이후에는 동일 수준을 유지한다.

2035년 중년 인구는 3대 연령집단 중 단연 1위다(중위추계). 반면 청년(35.4%)은 2,000만명을 밑돈다. 70세 이상도 1,000만명은 넘지만, 비중은 20.8%에 불과해진다. 왜 젊은 베이비부머에 주목할뿐더러, 40~70세를 중년으로 봐야할지 명확해진다. 특히 2019년 기준 60~64세(360만명)ㆍ55~59세(426만명)보다 50~54세(426만명)ㆍ45~49세(448만명)가 많다는 점에서 1955~75년생으로 넓힌 젊은 베이비부머의 설명력은 한층 높아진다.

젊은 베이비부머가 만들 미래 기회

그렇다면 '중년'의 재발견이 사회적 화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작게는 1,700만명, 크게는 2,200만명에 달할 젊은 베이비부머가 시대 변화를 주도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과거의 중년과도 구분된다. 58년 개띠로 상징되는 베이비부머는 인생경로에 따라 교육ㆍ주거ㆍ고용정책의 변화를 몰고 왔다. 후속까지 아우르는 젊은 베이비부머는 생애 전체에 체득한 변혁 경험으로 향후의 패러다임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들은 과거의 중년 이미지를 최초로 바꿔버린 세대다.

중년 인구의 재조명은 정부와 시장 모두에게 필수적인 과제다. 이들은 대부분 고학력에 인생 경험이 다양하며 가치관 또한 천차만별이다. 백세시대를 이끄는 세련된 엘리트집단에 가깝다. 사회 진화를 주도했듯 위기에 맞서 기회를 찾는 데도 익숙하다. 정책 분야에선 이들을 적극적인 생산주체로 품는 게 옳다. 소비시장도 머뭇댈 여유는 없다. 저성장 운운의 한계만 탓하기보단 유력한 소비주체인 중년고객을 위한 세심한 미시 욕구의 대응전략이 먼저다.

젊은 베이비부머 등 새로운 중년은 준비된 상태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늦지만, 오래 일한다. 55~59세 경제활동참가율은 한국도 70%대로 OECD와 비슷하다.

반면 중년의 최후 10년(60~69세)은 OECD 평균(26.8%)보다 더 높다(46.9%). 이것만 봐도 65세부터의 늙은 베이비부머는 현실과 괴리된다. 70세까지는 은퇴가 아닌 활동이 전제되는 게 바람직하다. 젊은 베이비부머가 맞닥뜨릴 2021년 이후를 준비해야 하는 이유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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