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를 막는 두 눈, 방역당국과 의료진

입력
2020.08.25 18:10
25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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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느끼는 감각에는 일반감각과 특수감각이 있다. 일반감각은 온몸에 흩어져 있는 감각수용기를 통해 느끼는 감각으로 아픔(통각), 온도, 촉감과 압력, 몸의 움직임이나 위치에 관한 감각 등을 말한다.

그런데 보기(시각), 듣기(청각), 평형감(방향감 혹은 가속감), 냄새(후각), 맛(미각) 등은 우리 몸의 어디에서나 느낄 수 있는 감각이 아니다. 이런 감각들은 우리 몸에 이들 감각을 느끼기 위해 만들어진 특수한 기관에 적당한 자극이 주어졌을 때에만 느낄 수 있다. 이렇게 특수한 기관이 필요한 감각을 특수감각이라 한다.

눈이 아무리 밝아도 소리를 들을 수 없고, 귀의 기능이 아무리 뛰어나도 음식맛을 느낄 수 없다. 눈이 손상되었다고 귀가 눈의 역할을 대신할 수 없다. 그러니 이런 특수감각기관들은 한 분야에 능통한 전문적인 기관이고, 전문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보기는 눈이 담당하고 있다. 본다는 현상을 간단히 설명하면 빛이 주위의 물건 등에 반사되어 눈의 동공을 통해 눈알 속으로 들어가서 망막에 이르면 망막에 있는 시각세포들이 서로 다른 파장을 인식하여 그 정보를 뇌에 전달하고, 뇌는 이 정보를 이용하여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니까 보기에는 빛을 이용한 정보의 전달과 뇌에서 정보를 모아서 이미지로 재합성하는 두 단계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다.

우선 빛이 없으면 볼 수 없다. 그리고 흐려진 수정체가 빛이 지나가는 길을 막는 백내장과 같은 경우에는 빛이 있어도 제대로 볼 수 없다. 그런데 빛도 있고, 빛의 경로에도 이상이 없는데도 볼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이 부분을 생리적맹점이라 하는데 시각정보를 전달하는 신경이 눈알을 뚫고 나가는 부위를 말한다. 이곳에 빛이 도달해도 보지 못하는 이유는 시각을 감지하는 감각세포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보이지 않는 곳이 있다는 것을 느끼지 못한다. 그 이유는 뇌가 정보를 종합하여 이미지를 만들 때 주위의 이미지를 참고하여 보이지 않는 부분이 마치 있는 것처럼 거짓으로 이미지를 만들어서 우리를 속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실제 보지 못해도 보고 있는 것처럼 그 부위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있다.

눈 하나로도 잘 보이는데 눈은 왜 두 개가 있는 것일까? 먼저 눈 하나로 볼 때보다 두 개로 볼 때 더 넓은 범위를 볼 수 있다는 것이 이유일 것이다. 두 번째로 눈이 두 개가 있어야 이미지를 입체적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아닐까 한다. 복잡한 설명은 하지 않겠지만 확실한 것은 눈이 두 개가 있어야 물체나 공간을 입체적으로 인식할 수 있다. 수술을 할 때 사용하는 수술현미경은 수술부위를 확대할 뿐만 아니라 삼차원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내도록 디자인되어 있는데, 이는 수술 부위의 깊이와 거리 등을 인식하여 손이 정확히 필요한 부위에 닿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요약하면 우리 몸에는 적당한 간격을 두고 두 개의 눈을 서로 축이 비뚤어지게 배열되어 있기 때문에 한 눈으로는 볼 수 없는 부분도 넓게 볼 수 있고, 입체적으로 볼 수 있고, 심지어는 맹점 부위도 마치 있는 것처럼 보고 있다고 할 것이다.

코로나19가 다시 퍼지고 있어 걱정이다.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폭넓게 그리고 정확하게 사태를 파악해야 한다. 질병관리본부 등 정부의 방역당국과 병원 등 의료기관과 의료인이 두 개의 눈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두 집단은 모두 전문가들로 이루어져 있고, 나름대로 장점과 한계가 있다. 한 집단에서 보는 시야도 제한적일 수도 있다. 그러니 두 집단은 적극적으로 협조하여야 한다. 두 집단의 시야가 합쳐졌을 때보다 폭넓고 정확하게 상황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파악된 객관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전염병의 경로와 위험도 등을 다각도에서 분석하여 입체적인 해결책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야 깜깜이전파와 같이 혹시라도 놓쳤을 수도 있는 부분을 마치 맹점 부위의 이미지를 복원하듯 정확하게 추정해 낼 수 있을 것이고, 어떻게 그 부분을 보완하여야 정상으로 되돌릴 수 있을지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19 현장에서 수고하는 방역당국과 의료진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엄창섭 고려대 의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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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창섭고려대 의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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