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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입자 동의 없으면 임대료 5% 인상도 못한다

입력
2020.08.24 04:30
수정
2020.08.24 10:5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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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입자가 전월세 인상 요구 거절 가능
증액과 무관하게 2년 계약갱신은 보장
"법원 판례 전까지 임대차 갈등 심화될 것"

21일 서울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모습. 연합뉴스

21일 서울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모습. 연합뉴스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으로 '계약갱신청구권'과 함께, 갱신 기간 중 임대료 인상폭을 최대 5%로 제한하는 '전월세상한제'가 도입됐지만 앞으로 집주인은 세입자 동의 없이는 임대료를 아예 올리기도 어려울 전망이다.

임차인을 보호하는 새 법의 취지상, 계약을 갱신한 임차인이 임대료 인상을 거절하면 임대인은 우선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는 사실상 4년간 임대료를 동결하라는 의미여서, 현실을 무시한 조치라는 논란과 함께 임대인과 임차인 간 구조적 갈등을 조장할 거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임대차법 해설서'를 오는 28일부터 온라인으로 배포한다고 23일 밝혔다.

국토부의 설명 자료에 따르면 앞으로 집주인이 임대료를 5% 한도 내에서 증액하고 싶다면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한 세입자에게 그 이유를 입증하는 '차임 증감청구권'을 행사해야 한다. 이 때 법에서 인정하는 증감청구권의 사유는 현재의 임대료가 △임차주택에 대한 조세, 공과금, 그밖의 부담 증감이나 △경제사정 변동으로 적절하지 않게 된 경우다. 증액을 청구한 집주인은 그 사유를 증명해야 한다. 법에 따르면 계약 당사자는 임대차계약 혹은 전월세를 증액한 지 1년 뒤부터 증액을 청구할 수 있다.

이 때 임대료 인상의 사실상 결정 권한은 세입자에게 있다. 임대인이 증감청구권 행사 사유를 설명하더라도, 임차인이 이를 거부할 수 있다는 뜻이다. 세입자는 설사 임대료 인상을 거절해도 계약갱신청구권에 따라 임대주택에서 최소 4년을 살 수 있다. 임대차법 해설서에는 "임대인이 임대료 증액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뿐이지, 임차인이 이에 반드시 응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돼 있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 관계자는 "계약갱신청구권은 임차인의 기본적인 권리이기 때문에, 임대료 증액 여부와 관계 없이 2년의 임대계약 연장은 가능하다"고 다시 한번 확인했다.

임대인의 '임대료 5% 인상 청구권' 행사 절차

임대인의 '임대료 5% 인상 청구권' 행사 절차

임대계약은 연장하면서 임대료 인상을 거절당한 집주인에게 선택지는 많지 않다. 우선은 대한법률구조공단 산하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할 수 있다. 그러나 세입자가 분쟁조정위 조정절차를 거부하거나, 일주일 내 아무런 의사를 통지하지 않으면 임대인의 신청은 자동 각하된다.

분쟁조정위 외에는 세입자와 민사소송을 진행하는 것뿐이다. 민사소송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며, 임대차법에 증감청구권에 대한 규정이 명확해 승소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임대차 관련 만성적인 갈등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4년의 계약 기간 중 전월세를 5%라도 올려 받으려는 집주인의 욕구와, 법이 보장한 방어 권리를 적극 행사하려는 세입자 간의 충돌이 빈발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대한부동산학회장인 서진형 경인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임차인과 임대인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결국 소송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특히 분쟁시 큰 기준을 제시하는 대법원 판례가 나오기 전까지는 임대 관련 갈등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주택임대차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10월부터 4%에서 2.5%로 전환되는 법정 전월세전환율에 대해 "개정 시행령 시행 당시 존속 중인 임대차 계약에 대해서도 적용된다. 시행 후 최초로 보증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월세로 전환하는 경우부터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임대차법을 둘러싼 갈등이 지속되자 서울 성동구와 강남구, 경기 의정부시와 성남시에 상담소를 개소하고 24일부터 방문접수를 받기로 했다.

강진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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