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시대에 시민으로 사는 법

입력
2020.08.21 16:44
수정
2020.08.21 17:56
22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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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을 느낀 적이 없다. 그동안 ‘한 사회에서 함께 살아간다’는 말은 내게 추상적인 개념이었을 뿐, 의미를 깊이 생각해보지는 않았다. 이제는 확실히 안다. 내가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다른 이들에게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고, 그 범위는 내가 상상하는 것 이상일 수 있다. 우리의 몸과 몸은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이어져 있으며 서로 큰 영향을 주고받는다. 나의 몸은 나만의 것이 아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일에 관해 생각도 많아지고 두려움도 커진다. 마스크도 하지 않은 채 집회에 참여해 광화문을 가득 채웠던 사람들, 어마어마한 확진자가 나왔고 계속 나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교회를 지키는 게 최우선이라고 말하는 사람들, 많은 이들이 오가는 곳에서도 코를 드러내고 마스크를 대충 쓰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과 여전히 학교도 제대로 가지 못하는 코로나19 시대의 어린이들을 동시에 떠올린다. 한 사회란 다양한 개인들로 복잡하게 구성되어 있지만, 내가 다른 이들과 연결되어 있고 그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야말로 시민의 기본이 아닐까 생각해보는 나날이다.

내가 일하는 커뮤니티는 전면 온라인으로 전환한 지 꽤 되었다. 얼마 전부터는 모든 팀원이 전일 재택근무 중이다. 한 공간에서 얼굴을 마주하는 대신 협업에 용이한 슬랙이나 노션, 구글 드라이브 같은 도구를 이용해 원격으로 일한다. 커뮤니티다 보니 외부 연사들을 초청해 프로그램도 많이 여는데, 참가자들은 물론 연사들과도 각자의 자리에서 원격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로 했다. 커뮤니티 멤버들에게도 온라인 모임을 권장하고, 화상 회의 도구인 줌(zoom) 사용법 등을 자세하게 공유한다.

그간 익숙했던 방법을 포기하는 건 쉽지 않다. 새로움에 적응하기란 누구에게나 두렵고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사람 중 한 명이자 대면 상황에서 일하는 데 익숙한 나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재택근무가 일상이 되니 모든 업무 기록을 팀원들과 투명하게 공유하는 방법이나 오해가 없도록 일의 맥락을 최대한 자세히 설명하는 방법을 배워야 했다. 오프라인으로 열었던 프로그램을 모두 온라인으로 변경하며 원활한 진행을 위해 모든 세팅을 처음부터 다시 고민해야 했다. 연사들과의 사전 미팅도 이전보다 훨씬 더 꼼꼼히 준비한다. 예상치 못한 문제는 언제나 발생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런 시대에 온라인을 포기할 수는 없다. 반복하며 고쳐 나갈 뿐이다.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이 무조건 더 좋다거나, 온라인이 오프라인만큼의 연결감을 줄 수 있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모든 게 기술로 해결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다만 이제는 비대면 상황으로 일하고 누군가를 만나는 과정에 익숙해져야 하며, ‘그래도 오프라인이 좋았지’라고 말하는 것보다는 지금 가능한 방법을 찾고 그 방법으로 다른 이들과 잘 연결될 수 있는 길을 고민하는 게 더 나은 선택이라고 믿는다. 코로나19 시대를 지나며 쌓은 나와 동료들의 노하우를 다른 이들에게 기꺼이 공유하고, 우리 역시 누군가로부터 새로운 시대의 적응 방식을 배우는 것. 그게 서로 연결되어 함께 살아가는 시민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일 것이다.



황효진 콘텐츠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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