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이냐, 실패냐…스웨덴 '집단면역' 바라보는 두 시선

입력
2020.08.23 13:00
수정
2020.08.23 15:09
구독

자연감염 통한 집단면역 실험…넉달 만에 반전 하나
일일 확진자 2개월만에 1,800명대→ 200명대 급감
사망자 '0'…단 한국으로 치면 벌써 3만명 희생한 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유행하면서 한국에서도 최근 하루 신규 확진자가 수백명씩 발생하고 있는데요. 그러면서 또 다시 기존 방역 체계가 한계에 부닥친 것 아니냐는 주장과 함께 결국 집단면역 방식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얘기가 꿈틀대고 있습니다. 이에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집단 면역 실험에 나선 스웨덴 사례가 주목받고 있죠.

집단면역이란 무엇일까요, 그리고 앞서 도입한 스웨덴 사례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요. 오늘은 스웨덴 집단면역 실험의 시작부터 현재까지를 짚어보려 합니다.

집단면역이 뭔데? 왜 스웨덴에 주목할까?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에 있는 한 호숫가에서 10일(현지시간)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들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스톡홀름=신화 뉴시스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에 있는 한 호숫가에서 10일(현지시간)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들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스톡홀름=신화 뉴시스

'집단면역(Herd Immunity)'은 예방 백신을 맞거나 질병에 감염된 후 항체를 형성해 집단 구성원 상당수가 면역력을 갖게 된 상태를 의미합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바이러스 예방을 위해서는 적어도 인구의 70%가 항체를 보유해야 한다고 말하죠.

이렇듯 특정 병원체에 면역력을 갖고 있는 사람 수가 일정 수준 이상이 되면 전파가 차단되면서 면역력이 없는 사람에게도 더 이상 감염이 확산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달까지 전 세계 인구의 10~20%만이 코로나19 항체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고요.

그럼에도 스웨덴은 지난 4월 2일(현지시간) 세계 각국이 이동 제한과 사회적 거리두기, 국경차단 등 국민을 통제하는 강경한 방식을 선택할 때 "장기적 접근방식이 필요하다"며 사실상 집단면역 방식을 채택하겠다고 깃발을 들었는데요.

스웨덴인들이 공공 장소에서 밀접 접촉하거나 낯선 사람들과 대화를 잘 하지 않는 국민성을 갖고 있다는 점, 인구 밀도가 1㎢당 25명으로 다른 유럽국가의 10분의 1 수준인데다 절반 이상이 1인 가구에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가 따로 산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합니다. 기본적으로 라이프 스타일 자체가 어느 정도 사회적 거리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적극 활용해 보자는 뜻이죠.

한국은 마스크를 항상 착용하고 사람들과는 일정 거리를 유지, 여행이나 나들이는커녕 외식하거나 다중이용 시설을 방문하는 것을 자제하도록 하고 있는데요. 스웨덴에서는 아직까지도 요한 칼손 공중보건국장이 나서 "시민들의 마스크 착용은 지속가능한 조치가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50인 이상의 집회 금지, 가능한 경우 재택근무 등 최소한의 규제는 있지만 사람들은 평소처럼 자유롭게 외출하고 사람을 만나며 카페, 공연장 등 각종 공공장소에서 일상을 누리고 있죠.

그래서 결과는 성공? 실패?

스웨덴 스톡홀름의 한 상점 앞에서 6월 27일 한 여성이 판매 중인 마스크를 바라보고 있다. 스톡홀름=AP 뉴시스

스웨덴 스톡홀름의 한 상점 앞에서 6월 27일 한 여성이 판매 중인 마스크를 바라보고 있다. 스톡홀름=AP 뉴시스

초반에는 확진자와 사망자가 급증했습니다. 스웨덴 공중보건국 통계에 따르면 4월 하루 500명 수준으로 발생했던 신규 확진자는 6월 24일 무려 1,803명으로 최대치를 기록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 또한 하루 70~100여명 사이를 오가며 많은 국민들이 희생됐죠. 6월 초 이미 스웨덴의 확진자는 4만명, 사망자는 4,500명을 넘었는데요. 100만명 당 사망자는 450명으로, 이웃나라 노르웨이, 핀란드, 덴마크의 5~10배로 상당히 높게 나타났습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스웨덴의 집단면역 실험은 큰 실패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전체 사망자 가운데 90%가 70세 이상이었고, 이중 절반은 요양시설에서 숨을 거뒀는데요. 코로나19 의심 증상을 보여도 병원 이송을 거부하는 등 방역에 구멍이 뚫려 고령층 희생이 컸죠. 스테판 뢰벤 총리는 "우리는 가장 취약한 노인들을 보호하는데 실패했다"고 시인하면서도 "방역 정책 전체의 실패는 아니다"라고 입장을 밝혔는데요.

심지어 스웨덴의 코로나19 방역정책의 책임자인 안데르스 텡넬 공공보건청장은 공영 라디오에 출연해 "사망자가 너무 많았다"고 인정하며 "지금 우리가 가진 지식을 그대로 갖고 코로나19와 다시 맞닥뜨린다면, 다른 국가들의 방식과 우리 방식의 중간을 선택할 것"이라고 후회하기도 했습니다. 이 같은 실험에도 불구하고 수도인 스톡홀름에서 코로나19 항체를 보유한 비율은 전체의 7.3%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죠.

그런데 왜 다시 주목받는 거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스웨덴 공중보건국 통계. 오른쪽 그래프는 2월부터 현재까지 위에서부터 일일 신규 확진자 수, 일일 집중 치료자 수, 일일 사망자 수. 7월 들어 확진자 및 사망자 수가 급감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스웨덴 공중보건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스웨덴 공중보건국 통계. 오른쪽 그래프는 2월부터 현재까지 위에서부터 일일 신규 확진자 수, 일일 집중 치료자 수, 일일 사망자 수. 7월 들어 확진자 및 사망자 수가 급감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스웨덴 공중보건국

4개월이 넘어가는 현재, 반전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중순부터 급격히 확진자 발생이 줄어들기 시작하면서 이달 중순부터는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200명 안팎으로 집계되고 있는데요. 6월 최대 1,803명까지 치솟았던 것을 떠올리면 꽤 나아진 수치죠. 더욱 놀라운 것은 사망자 수입니다. 6월까지만 해도 매일 최소 수 십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지만 7월 말부터는 10명 아래로 떨어졌고, 14일 1명 이후로 18일 다시 1명이 사망하기까지 사흘 동안 '0명'을 기록했습니다.

8월에 접어들고부터는 사망자가 제로(0)에 수렴하고 있는 셈인데요. 인구 수 비율을 고려했을 때도 강력한 방역 지침을 시행했던 영국, 독일과 확진자 수도 비슷한데다, 사망자는 방역 성공 국가로 꼽히던 벨기에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집단면역 정책을 유지하면서도요. 이에 국민의 자발적 통제와 스웨덴 의료체계가 감당 가능한 방역의 접점을 찾아 새로운 길을 연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겁니다.

그럼 스웨덴이 정답인 걸까?

7일 '집단면역으로 코로나19의 확산을 차단할 수 있을까'를 주제로 한 온라인 포럼에서 천병철 고려대 예방의학교실 교수가 자연감염이 아닌 백신접종을 통한 집단면역의 길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영상 캡처

7일 '집단면역으로 코로나19의 확산을 차단할 수 있을까'를 주제로 한 온라인 포럼에서 천병철 고려대 예방의학교실 교수가 자연감염이 아닌 백신접종을 통한 집단면역의 길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영상 캡처

꼭 그렇지만은 않은 듯 합니다. 유진홍 대한감염학회장은 15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원치 않아도 스웨덴의 길을 가게 될 것"이라고 의견을 내 주목받았는데요. 다만 그는 "사회적 거리두기는 방어책이 아니라 시간 벌기의 수단으로 잔인하지만 엄연한 사실"이라면서도 "(사회적 거리두기의 의미는) 어차피 감염되지만 그 속도를 최소화해 국내 의료진·의료기관이 최대 전력으로 하나하나 치료할 수 있도록 시간을 버는데 있다"며 아예 스웨덴처럼 거리두기를 중단하는 것을 권하지는 않았습니다.

또한 스웨덴에서는 현재까지 코로나19로 1,030만명 인구 중 5,800여명이 숨졌는데요. 이 수치는 성공이 아니라는 비판도 나옵니다. 최근 대한민국의학한림원과 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 '집단면역으로 코로나19의 확산을 차단할 수 있을까'를 주제로 연 온라인 공동포럼에서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대유행을 종식시킬 유일한 방법은 집단면역"이라고 입을 모으면서도 "스웨덴 사례는 실패"라고 규정했습니다.

여기서 이혁민 연세대 의대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스웨덴의 항체 양성률은 현재 10%를 넘을 것으로 추정되나 5,700여명이 코로나19로 사망한 것은 (인구 비례로 계산했을 때) 우리나라로 치면 3만명이 사망한 것과 같은 피해"라고 지적했는데요.

집단면역을 위해서는 전체 70% 이상이 항체를 갖고 있어야 하는데, 겨우 10%에 도달하는데 너무 많은 국민이 희생됐기에 이 방법을 정답이라고 볼 수는 없다는 겁니다. 특히 텡넬 청장이 3월 "건강한 사람들을 호텔에 집단수용해 자발적으로 감염되게 하자"고 제안했던 사실까지 밝혀지면서 스웨덴 정부는 도덕성에 대한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죠.

결국 국내 전문가들은 자연감염이 아닌 백신접종을 통해 집단면역을 형성하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강조합니다. 천병철 고려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이 포럼에서 "집단면역을 위해서는 항체가 10개월 이상 유지되고, 효과가 75% 이상인 백신이 나와야 한다"고 분석했죠. 현재까지는 백신이 하루빨리 만들어지기 만을 기원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보입니다.

스웨덴의 집단면역 실험 경과와 이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을 살펴봤는데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유지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