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아프리카 말리 쿠데타... 대통령 "피 원하지 않는다" 즉각 하야

입력
2020.08.19 10:46
수정
2020.08.19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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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타 대통령ㆍ시세 총리 구금
유엔 등 규탄에도 사임, 의회 해산

부부 시세(왼쪽) 말리 총리와 이브라힘 부바카르 케이타 대통령. AFP 연합뉴스

부부 시세(왼쪽) 말리 총리와 이브라힘 부바카르 케이타 대통령. AFP 연합뉴스

서아프리카 말리에서 군사 반란(쿠데타)이 일어나 이브라힘 부바카르 케이타 대통령과 부부 시세 총리가 구금됐다. 케이타 대통령은 구금 몇 시간 만에 하야를 발표했다. 말리에서는 6월부터 대통령 사임을 요구하는 반(反)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으나 이번 쿠데타와의 연관성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말리 쿠데타군은 18일(현지시간) 수도 바마코 외곽 카티 기지에서 반란을 일으켰다. 반란군은 케이타 대통령의 사저를 포위하고 하늘로 총을 쏘아 올리며 무력 시위에 나섰고 결국 대통령과 총리를 구금하는 데 성공했다. 압둘라예 다페 재무장관 등 다수의 고위 공무원과 군부 관련자도 구금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세 총리는 앞서 성명을 발표해 반란 군인들이 진정하고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군부의 반란 이유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일부에서는 군인들이 급여에 불만을 품었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최근 케이타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급격히 악화된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그는 2012년 말리를 뒤흔든 쿠데타 후 합법 선거를 통해 집권했고 2018년 재선에도 성공했지만, 최근 야권은 이슬람 극단주의가 케이타 집권 기간 동안 세력을 확대해 정부의 무능과 부패가 드러났다며 지속적으로 사임을 요구했다. 쿠데타 소식이 알려지자 반정부 시위대는 군인들을 지지하면서 바마코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고 외신은 전했다.

그러나 유엔과 유럽연합(EU)은 물론 과거 말리를 식민지배 했던 프랑스 등 국제사회는 쿠데타를 강력하게 비판했다. 지역 협의체인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는 반란군에 즉각 원대 복귀를 촉구했고 프랑스 외무부는 “가장 강도 높은 용어로” 쿠데타를 비난한다고 밝혔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호세프 보렐 EU 외교ㆍ안보정책 고위대표 역시 쿠데타를 규탄한다고 말했다.

국제사회의 쿠데타 저지 움직임에도 케이타 대통령은 국영 ORTM방송 연설을 통해 하야를 선언한 뒤 사임은 즉각 유효하다고 밝혔다. 그는 마스크를 착용한 채 괴로운 표정으로 등장해 “내 권력을 유지할 목적으로 그 어떤 피도 흐르기를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의회 역시 해산됐다. 말리에서는 3,4월 총선 1ㆍ2차 투표가 실시됐지만 말리 헌법재판소가 선거 결과를 뒤집어 전국적으로 항의 시위가 촉발됐다.

김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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