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정부가 들어서면 달라질 것들

입력
2020.08.18 18:00
수정
2020.08.18 18:26
26면

창조적 리더십 제시, 新 세계질서 기대
한반도 외교는 인내 아닌 행동 가능성
韓 대북정책 대미외교와 공동보조 필요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 연합뉴스



11월 3일로 예정된 미국의 대통령 선거를 코앞에 두고 민주당 전당대회가 개최되었다. 작년 말까지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이 확실시되었지만 코로나 사태는 트럼프 시대를 재평가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여론조사에서 꾸준히 앞서고 있는 조 바이든 후보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상승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가 들어선다면 어떤 변화가 있을까. 세 가지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오바마 시대 올드 노멀로의 복귀이다. 네오콘 일방주의를 오바마 대통령이 만회하고자 다자주의 리더십 회복을 주장했듯이,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자국우선주의의 폐해를 극복하고자 할 것이다. 리더십 회복을 주장하며 국제기구에 재가입하고, 동맹을 추스르고, 위기에 처한 오바마 케어를 되살리고 인종을 넘어 모든 생명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확립할 것이다. 중국과 경쟁을 피할 수 없겠지만 최소한 대화를 병행할 것이다.

둘째, 트럼프 없는 트럼프주의의 연장이다. 올드 노멀로는 약화된 미국의 위상과 격렬한 중국의 도전을 이겨 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바이든 후보 스스로 제시한 보건, 경제, 민주주의 3중 위기의 비정상 상황에서 미국 우선주의를 완전히 무시하기 어렵다. 트럼프 대통령의 표적이었던 기성정치인의 길을 걸어온 바이든 후보가 국민의 이익보다 기득권층의 이익을 수호하면 트럼프주의가 재등장할 수 있다. 극단적 정치 양극화 속에서 공화당은 바이든 정부의 실수를 파고들 것이다.

셋째, 명실공히 바이든 시대를 여는 것이다. 탈냉전기 미국의 패권은 진화하지 못했고 21세기형 국제문제에 실수를 거듭했다. 힘을 강화하고 국제질서를 수호하되 동맹 및 국제사회와 함께 새로운 방법으로 대처하는 것이다. 트럼프 시대를 비판하며 네오콘부터 샌더스나 워렌 등 민주당 진보세력까지 거의 모든 세력이 바이든 동맹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을 창조적으로 엮어 리더십을 제시한다면 새로운 세계질서의 실마리가 마련될 것이다.

바이든 시대의 한반도는 어떠할 것인가. 핵심 사안인 북핵에서 오마바 정부의 전략적 인내가 재현되기는 어렵다. 첫째, 북한의 핵, 미사일 능력이 급격히 제고되어 미국 본토 안보가 위협받고 있다. 협상을 개시하든지 더욱 강한 압박을 가하든지, 머지않아 인내가 아닌 행동이 필요할 것이다. 둘째, 트럼프 정부가 시도해 놓은 유산을 무시할 수 없다. 북미 간 정상급 합의로 새로운 관계 설정, 비핵화, 평화체제 등에 대한 국제적 기대가 존재한다. 트럼프 정부의 성과를 무시한 채 무위 전략으로 일관하기는 어렵다. 셋째, 미중 관계가 오바마 시대와는 다르다. 전략적 인내는 미중 간 신형대국관계를 배경으로 했다. 중국과 협력 속에 북한의 변화를 기다릴 수 있었다. 중국이 트럼프 정부의 대북 정책을 비판하는 현재, 북중동맹이 강화되면 미국이 손 놓고 있기는 어렵다.

미국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정책을 리얼리티 쇼로 보았다. 북한도 신뢰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를 신뢰하는지, 앞으로 대북 정책에서 보조를 맞출지도 미지수다. 북한의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내걸고 있는 바이든 측에 남북관계의 중요성을 설득하고 북미관계 개선을 이끌어 내려면 상당한 신뢰구축과 전략협의, 그리고 북한에 대한 비전을 공유할 준비와 논리가 필요하다. 빌 클린턴 정부 이래 민주당 정부는 한국의 보수정부만을 상대해 왔으므로 소통과 이해도 긴밀해야 한다. 중국을 압박할 민주당 정부가 동맹을 기반으로 한국에 공동 전선을 요구할 가능성도 높다. 미국 대선 결과야 알 수 없지만 한국의 대북 정책이 대미 외교와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은 누차 확인된 정책과제이며, 숙제는 새롭게 주어지고 있다.



전재성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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