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광고'는 억울하다

입력
2020.08.19 15:00
간접광고는 필연적, '내돈내산' 거짓이 문제

편집자주

국내외 주요 흐름과 이슈들을 해당 분야 전문가들이 깊이 있는(deep) 지식과 폭넓은(wide) 시각으로 분석하는 심층 리포트입니다


스타일리스트 한혜연씨가 지난달 17일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일부 영상에서 간접광고(PPL) 표기를 누락했다는 의혹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슈스스TV' 캡처

인터넷 개인방송은 동영상 공유를 중심으로 한 온라인 플랫폼의 등장, 쉽고 간단하게 영상을 촬영·편집할 수 있는 제작 환경, 그리고 언제 어디서나 영상을 시청할 수 있는 모바일 기기의 보급으로 인해 빠르게 성장했다. 아직 인터넷 문화에 익숙한 사람만 즐기는 미디어라는 시각도 있으나, 인터넷 개인방송을 이용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10명 중 9명에 가깝고, 10대부터 30대를 중심으로 높은 이용률을 보인다. 인터넷 개인방송은 새로운 미디어 이용방식을 만들어내고 미디어 산업의 지형을 바꾸어 놓고 있으며, 규모가 성장함에 따라 다양한 행위자들이 시장에 참가하고 있다. 창작자, 시청자, 플랫폼 사업자, 광고주, 다중채널 네트워크(MCNㆍmulti-channel network), 정부가 산업을 구성하는 주요 요소다. 여기에서 플랫폼 사업자는 창작자와 시청자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광고주는 제품 광고를 통해 창작자의 콘텐츠 제작 비용을 지원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MCN은 유튜브, 트위치, 아프리카TV와 같은 인터넷 개인방송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의 기획사를 말한다. 창작자를 관리하고 지원하는 이러한 중계 관리 업체의 등장은 산업이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표 중 하나다.

다비치 강민경이 유튜브 PPL(Product Placement·간접광고) 의혹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 강민경 SNS 캡처

오랜 시간 동안 시청자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아무런 대가 없이 보는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지상파 방송프로그램을 무료로 시청할 수 있는 것은 프로그램 제작에 필요한 비용을 광고주가 대신 지불하기 때문이다. 인터넷 개인방송 사업자도 개인이 제작한 콘텐츠를 인터넷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전송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러한 서비스에서 이용자가 영상을 무료로 시청할 수 있는 이유는 전통 미디어와 거의 같다. 다른 누군가가 프로그램 제작에 필요한 금액을 지불하기 때문이다. 물론 초기 인터넷 개인방송 시장은 자발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사람들과 공유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의 노력으로 만들어졌다. 이러한 창작자는 자신의 콘텐츠를 좋아하는 개인방송 시청자의 직접적인 후원으로 성장했고, 자신을 열렬히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인플루언서가 됐다.

그래픽=송정근기자


새로운 광고 시장의 탄생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광고를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기존 미디어 이용자는 광고를 피할 수 없었다.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시청하다 나오는 중간 광고는 어쩔 수 없이 지켜봐야 했으며, 신문에 나오는 광고도 눈길을 주지 않고 기사만 읽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인터넷은 종래에 불가능하던 일을 조금 더 쉽게 만들어 주었다. 웹 브라우저에 간단하게 설치할 수 있는 광고 차단 프로그램은 이용자가 광고를 보지 않고도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다. 광고 차단 프로그램에 관한 뉴스 통신사 AP의 실험은 사람들에게 광고 차단 프로그램을 끌 것인지 구독하고 직접 돈을 지불할 것인지 물었다. 결과는 흥미롭게도 모두가 직접 돈을 지불하는 것을 선택했다. 이는 많은 이용자가 광고가 콘텐츠 제작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알고 있지만 광고를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점을 말해 준다.

시청자가 광고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광고는 우리가 알고 있는 전통적인 형태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모습을 바꾸었다. 프로그램에 자연스럽게 제품을 노출하여 홍보 효과를 노리는 방식이 점차 자연스러운 광고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인터넷 개인방송은 이러한 형태의 홍보를 진행하기에 적합한 구조를 가진다. 자연스럽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구조와 오랜 시간 시청자와 상호작용을 통해 쌓아온 신뢰는 높은 광고 효과를 보였다. 실제로 2019년 모닝컨설팅의 설문조사는 밀레니얼 세대의 절반 가까운 응답자가 인플루언서가 제품에 대해 믿을만한 조언을 해줄 것으로 생각했다고 밝혔다. 인터넷 개인방송 진행자는 자신이 경험한 브랜드의 장점을 콘텐츠로 소화하여 만들었고, 브랜디드 콘텐츠(branded content)라고 부르는 광고 형태는 인터넷 개인방송이 가지는 주요 수익 모델 중 하나가 되었다.

포브스가 세계에서 가장 수익높은 모델이자 인플루언서라고 밝힌 켄달 제너가 자신의 SNS에서 화장품을 홍보하고 있다 켄달 제너 SNS 캡처


자율 규제의 한계와 무너진 신뢰

포브스는 인플루언서 마케팅 시장이 2022년까지 15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다. 실제로 많은 인플루언서가 대가를 받고 특정 제품을 홍보하는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콘텐츠 마케팅 에이전시 인플루언스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72%의 응답자가 후원을 받은 제품이라 하더라도 소셜 미디어에 제품을 공유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답변했다. 이러한 응답 결과는 인터넷 개인방송에서 창작자와 시청자가 가지는 독특한 신뢰 관계에서 발생한다. 실시간 방송 상황에서 제품에 대한 홍보가 이루어질 때, 채팅창에서 “우리 형 광고도 받았네” “언니 꼭 써볼게”와 같은 반응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서로 실시간으로 상호작용이 이루어지는 인터넷 개인방송에서 제품 홍보 콘텐츠는 이미 시청자에게 하나의 놀이로 받아들여지고, 그들은 오히려 내가 좋아하는 창작자가 광고도 받았다는 사실을 자랑스러워한다.

문제는 광고라는 사실을 전혀 인식할 수 없는 동영상 콘텐츠에서 발생한다. 유명 스타일리스트 한혜연은 ‘내 돈 주고 내가 산’ 제품을 소개한다며 영상을 올렸으나 수천만 원 광고비를 받고 진행한 간접광고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를 시작으로 암암리에 이루어지던 인플루언서의 간접광고가 ‘뒷광고’라는 내용으로 논란이 되었다. 하지만 전혀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이미 블로그를 중심으로 광고라는 내용을 밝히지 않은 글이 공정거래위원회의 단속 대상이었다. 블로그에 대한 광고 및 협찬 표시 기준은 마련되었지만, 인터넷 개인방송이나 유튜브에 대해서는 적절한 기준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튜브는 유료 광고에 대한 자율규제안으로 '동영상에 유료 프로모션 포함'이라는 내용을 콘텐츠 제작자가 밝히도록 하고 있다. 서비스 사업자의 자율규제가 마련되어 있었음에도 잘 지켜지지 않았던 이유는 광고주가 광고 효과를 위해 광고 사실을 비밀로 할 것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유튜브 내 뒷광고 실체를 폭로한다'는 영상을 게재하며 주목 받은 유튜버 홍사운드는 내부고발 논란 끝에 지난 9일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HONG SOUND' 영상 캡처


인터넷 개인방송 산업, 성장의 위기인가?

인플루언서를 통한 광고가 스타에 비해 높은 효과를 가지는 이유는 단순히 친밀감 때문만은 아니다. 자신이 경험한 이야기를 진솔하게 이야기할 것이라는 신뢰에서 온다. 인플루언스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2%는 인플루언서가 실제로 사용하지 않은 제품을 홍보하는 것이 비윤리적이라 답했다. 또한 82%는 인플루언서가 제품을 홍보할 때 사용 이력을 공개해야 한다고 했으며, 77%는 제품이 가질 수 있는 부작용도 공개해야 한다고 동의했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광고 논란은 신뢰를 져버렸다는 데서 온 실망감에서 시작됐다. 다수의 인플루언서가 사과 영상을 올렸지만, 그중에서 유독 비난을 받는 경우는 자신은 그런 적이 없다며 거짓말을 하다 발각된 유튜버들이다.

그래픽=송정근기자

유튜브 자율규제가 있었지만 적절히 지켜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공정거래위원회는 9월 1일부터 협찬광고를 의무적으로 표기하는 법안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변화는 인터넷 개인방송 산업이 성장하며 등장한 MCN 사업자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MCN의 주요 수익모델 중 하나는 브랜디드 콘텐츠라고 부르는 광고협찬 콘텐츠다. 유명 MCN 사업자들은 지난해 매출액은 성장했으나 영업손실은 증가했다. 시장은 커졌으나 수익은 악화된 것이다. 공시 대상인 주요 MCN 사업자의 2019년 실적을 살펴보면 트레저헌터 매출은 전년 대비 21% 성장했지만 영업손실 역시 35% 증가했다. 샌드박스 네트워크는 전년 대비 매출이 116%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영업손실 역시 242% 증가했다. 캐리소프트의 작년 연결 기준 매출액은 전년 대비 2%가량 줄었고 영업손실도 크게 증가했다.

이번 광고 논란은 인터넷 개인방송이 성장 과정에서 직면한 도전 중 하나다. 물론 기존 신문과 방송 사업자도 기사형 광고나 생활정보 프로그램 사례처럼 명시하지 않은 간접광고를 무차별적으로 소개하며 소비자를 기만한다는 지적도 있다. 오히려 이번 뒷광고 논란이 억울하다는 시각도 전통 미디어 사업자의 사례를 생각하면 이해가 가능한 부분도 있다. 인터넷 개인방송이 영향력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단순히 새로운 산업으로의 가능성을 넘어 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다.

송해엽 군산대 미디어문화학과 교수


기술이 미디어 소비와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다. 서강대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카이스트에서 IT경영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유튜브 알고리즘, 로봇 저널리즘, 포털 뉴스 유통, 인터넷 개인방송에 관한 연구를 진행해왔으며 지난해 '유튜브 추천 알고리즘과 저널리즘(공저)'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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