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 정신 잇는다"...애국지사 지원 팔 걷어붙인 LG

입력
2020.08.17 04:30
구인회 창업회장의 독립자금 지원 뜻 이어받아
2015년부터 LG하우시스 통해 시설 개보수 지원
국가유공자 및 국내·외 참전용사 후손에도 도움

LG하우시스의 지원으로 7월 14일 개보수 공사를 마친 충북 청주 의암 손병희 기념관을 찾은 관람객들이 3·1운동 자료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LG 제공

"LG하우시스와 국가보훈처의 지원으로 새로 단장한 기념관을 통해 손병희 선생의 숭고한 독립정신이 후세에 계승되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손윤 의암손병희선생기념사업회 이사장은 지난달 14일 열린 충북 청주 의암 손병희 기념관 시설개선 완료식에서 무거운 마음의 짐을 덜어낸 듯 환하게 웃으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LG하우시스는 이번 개보수 공사에 기념관 출입구와 전시실 등의 창호·바닥재·인테리어필름 등을 지원했고, 전기배선과 노후 조명 교체 등 시설물 개선 작업도 함께 진행했다.

의암 손병희 선생은 민족대표 33인으로 독립선언식을 주도하며 3·1운동의 중심에 섰던 인물이다. 손 선생은 민족 역량을 키우는 것이 가장 급선무라는 취지에서 보성학교와 동덕학교를 인수, 교육 중심의 독립운동을 펼쳤다. 정부는 손 선생의 공훈을 기리기 위해 1962년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을 추서했고, 지난해에는 국가보훈처, 광복회 및 독립기념관이 공동으로 선정한 '2019년 3월의 독립운동가'로 선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손 선생의 생애 기록과 유물, 청주의 독립운동 및 한국 3·1운동 역사를 알수 있는 자료가 전시된 기념관은 2000년 개관 이래 20년간 개보수를 하지 못해 시설이 많이 낡아 있었다. 강계웅 LG하우시스 대표이사는 이날 "앞으로도 국내 건축자재 대표 기업으로서 사업 역량을 활용한 애국 사회공헌 활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독립운동가들과 국가유공자를 위해 쓸 수 있는 돈은 현실적으로 항상 빠듯하다. 어렵사리 기념관을 지었지만, 수시로 손보며 관리까지 하기란 아직 꿈 같은 일이다. 20년 이상 방치되는 기념관들이 허다한 게 독립운동가 기념관 관리의 현 주소다.

LG는 이렇게 노후한 독립운동가 기념관을 개보수하는 데 열정을 쏟고 있다. LG그룹의 건축자재 계열사인 LG하우시는 2015년부터 국가보훈처와 함께 국내외의 노후된 독립운동 관련 시설을 개보수해 나가고 있다. 이번 의암 손병희 기념관이 10번째다. 지금까지 개보수한 시설은 중국 충칭 임시정부 청사, 서재필 기념관, 매헌 윤봉길 기념관, 우당 이회영 기념관, 안중근 의사 기념관, 만해 한용운 기념관, 도산 안창호 기념관, 심산 김창숙 기념관, 단재 신채호 기념관 등이다.

LG가 이 같은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는 이유는 194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경남 진주에서 '구인상회'라는 포목점을 경영하고 있던 구인회 창업회장은 당시로선 거액인 1만원을 독립운동 자금으로 지원했다. 당시 80kg짜리 쌀 한 가마니가 약 20원이었으니, 쌀 500가마니에 해당하는 결코 적지 않은 돈이었다. 또 독립자금을 지원한 일을 일제가 알게 된다면, 사업 기반은 물론이고 집안까지 풍비박산 날 각오를 해야 했다.

하지만 구 창업회장은 ‘당할 때 당하더라도, 나라를 되찾고 겨레를 살리자는 구국의 청에 힘을 보태는 것이야말로 나라를 돕는 일’이라고 생각해 위험을 무릅쓰고 1만원의 독립 자금을 희사했다. LG는 이런 구 창업회장의 뜻을 이어 받아 건축자재 계열사인 LG하우시스를 통해 노후한 독립운동 관련 시설을 개보수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LG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해가 돌아올 때마다 의미 있는 활동을 펼쳤다.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었던 지난해에는 독립운동의 거목인 심산 김창숙 선생 기념관 등 독립운동 관련 시설을 개보수했다. 경북 성주 출신의 유학자였던 김 선생은 일제강점기 유림을 이끌며 민족운동과 항일 독립운동에 헌신했던 대표적인 독립운동가다.

김 선생은 1919년 3·1운동 직후 전국의 유림을 규합해 조선의 독립을 호소하는 장문의 서한을 작성, 프랑스 파리 만국평화회의에 독립의 의지를 전한 ‘파리장서 운동’을 이끌었다. 일제에 체포돼 모진 고문을 받은 탓에 하반신을 쓰지 못하게 됐지만, 재판 중 변호사를 거절하고 옥중에서도 일제에 굴복하지 않으며 맞서 항거했다. 해방 이후에는 성균관대 설립을 주도하고 초대 총장을 맡는 등 민족을 위한 교육 사업에도 힘썼다.

2015년 ‘충칭 임시정부 청사 복원사업’은 당시 광복 70주년을 맞아 국가보훈처와 함께 독립운동의 역사를 재조명하고 역사의식을 고취하려는 목적으로 이뤄졌다. 충칭 임시정부 청사는 중국에서 27년 동안 독립운동을 펼쳤던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마지막 청사로, 해방되던 해인 1945년 1월부터 9월까지 사용 후 폐쇄됐으나, 1995년 일반인에게 공개됐다.

2018년 8월 13일 LG하우시스의 지원으로 개보수한 서울 강남구의 도산 안창호 기념관에서 새단장 개관식이 열리고 있다. LG 제공

LG하우시스가 지원한 개보수 공사 이후 쾌적해진 여건 덕분에 관람객이 크게 증가한 사례도 있다. 2018년 개보수 공사를 진행한 서울 강남구 도산 안창호 기념관과 우당 이회영 기념관이 대표적이다. 1998년 개관 이후 20년 만에 개보수 공사를 진행한 도산 안창호 기념관은 재개관 후 관람객이 기존 대비 60% 이상 증가했다. 기념관 관계자는 "체험학습 등을 위해 개보수 이후 기념관을 다시 찾은 관람객들이 환경이 좋아졌다며 매우 만족해한다"고 전했다. 독립운동 비밀결사인 신민회 창립을 주도하고, 신흥무관학교를 설립한 이회영 선생을 기리는 우당 이회영 기념관은 2017년 개보수한 이후 관람객 수가 30% 이상 늘었다.

역시 20년간 개보수 공사를 하지 못했던 만해 한용운 기념관은 1998년 만해 사상 전문가인 전보삼 관장이 사재로 설립해 운영하고 있던 터라 큰 비용이 드는 시설 개보수는 언감생심이었다. 특히 창호가 오래 돼 냉난방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으며, 전시장 내 바닥은 눈에 띌 정도로 낡아 있었다. LG하우시스는 낡은 창호와 출입문을 교체하고 바닥재도 새로 깔았다. 전 관장은 "개보수 이후 냉난방 효율이 좋아져 관람객들도 쾌적한 환경에서 전시물을 관람하고 있으며, 만족도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LG하우시스는 기념관 외에도 국가유공자 및 국내외 참전용사들의 자택을 개보수하는 활동도 진행하고 있다. 2016년부터 지금까지 독립유공자와 그 후손을 포함한 14명과 한국전쟁 국내 참전용사 11명, 해외 참전용사 3명 등 총 28명을 선정, 이들의 자택에서 창호, 바닥재, 엔지니어드스톤 등의 자재를 활용해 개보수 공사를 진행했다.

2016년에는 유관순 열사의 조카인 유장부씨 가족이 거주하는 서울 동대문구 소재 노후 아파트와 독립유공자 임우철 선생의 동작구 소재 노후 자택을 개보수하는 등 독립유공자 후손의 자택 개보수에도 힘쓰고 있다.


김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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