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검찰, 이혁진 옵티머스 전 대표 범죄인 인도 청구 추진

입력
2020.08.1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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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지검, 업무상 횡령 사건으로 법무부에 요청 준비
서울중앙지검의 '옵티머스 사태' 수사 확대 포석인 듯?
국내 송환 시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 급물살 가능성

이혁진 전 옵티머스자산운용 대표가 2018년 3월 21일 대통령 베트남 순방 때 열린 동포간담회 행사에 참석한 모습. 이를 두고 '수사를 받던 중 여권 인맥을 이용해 해외로 도피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지만 이 전 대표는 "경영권 다툼 중 금융위원장 등에게 억울함을 호소하려고 개인적으로 방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 페이스북 캡처

이혁진 전 옵티머스자산운용 대표가 2018년 3월 21일 대통령 베트남 순방 때 열린 동포간담회 행사에 참석한 모습. 이를 두고 '수사를 받던 중 여권 인맥을 이용해 해외로 도피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지만 이 전 대표는 "경영권 다툼 중 금융위원장 등에게 억울함을 호소하려고 개인적으로 방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 페이스북 캡처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환매중단 사태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해외 체류 중인 옵티머스 설립자 이혁진(53) 전 대표에 대해 검찰이 범죄인 인도 청구 절차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전 대표는 옵티머스 사태와 관련해선 직접적인 연관성이 아직 드러나지 않아 수사선상에 오르지 않았지만, 이와 무관한 별도 사건으로 수사ㆍ재판을 받던 중 미국으로 출국해 현지 체류 중이다. 검찰은 그러나 이 전 대표의 신병을 넘겨받는 대로 옵티머스 설립 초기의 정ㆍ관계 로비 유무는 물론, 금융당국과의 유착을 통해 사업을 확장했는지도 들여다보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검은 업무상 횡령 등의 사건과 관련해 기소중지 상태인 이 전 대표를 미국에서 송환해 오기 위해 법무부에 범죄인 인도 청구를 요청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옵티머스 설립 초기 70억원대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입건됐으나, 수사 도중이던 2018년 3월 돌연 해외로 출국해 버렸고 검찰은 그에 대해 기소중지 처분을 내린 상황이다. 옵티머스의 현 경영진을 주요 타깃으로 하는 서울중앙지검의 대대적인 '펀드 환매 중단' 사태 수사와는 별개로, 수원지검에선 이 전 대표가 피의자인 횡령 사건 등을 수사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수원지검은 이 전 대표의 범죄인 인도 청구 요청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부터 옵티머스 사태 수사 기록은 물론, 그를 둘러싼 각종 의혹과 관련된 자료도 넘겨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원래의 수사 범위(이 전 대표의 횡령 사건)보다 더 폭넓은 취지로 관련 서류를 작성하려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두고 검찰이 이 전 대표의 단순 횡령 사건 조사를 위해 범죄인 인도 청구를 요청하는 게 아니라, 옵티머스 사태 전반으로 조사를 확대하기 위한 포석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옵티머스 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해선 검찰이 김재현(49) 옵티머스 대표와 윤석호(43) 사외이사 등을 재판에 넘기면서 1라운드 수사가 마무리된 상태다. 그러나 이 전 대표 연루설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한양대 동문인 임종석 대통령 외교안보특보와의 친분을 이용해 구축한 인맥으로 금융당국 규제를 회피했을 것이라는 특혜 의혹까지 불거졌다.

때문에 이 전 대표의 국내 송환이 현실화하면 옵티머스 펀드에 대한 금융당국의 부실 감독 책임은 물론, 정ㆍ관계 로비 의혹과 관련한 검찰 수사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금융당국 관계자들을 지속적으로 소환하면서 수사의 강도를 높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거액의 펀드 사기 범행이 가능했던 배경과 펀드 자금의 사용처 및 흐름 등에 대해선 계속 수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이날 화장품업체 ‘스킨앤스킨’ 총괄 고문 유모(39)씨를 옵티머스 펀드 사기에 연루된 혐의로 구속 기소하면서 이 전 대표에 대한 포위망도 점차 좁혀지는 형국이다. 유씨는 앞서 구속 기소된 김재현 대표 및 윤석호 이사와 함께 스킨앤스킨 자금 150억원을 마스크 구입에 사용하는 것처럼 가장한 뒤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ㆍ횡령 등)를 받는다. 유씨에겐 또, 이 전 대표로부터 옵티머스 경영권을 가져간 김 대표와 함께 수천억원의 펀드 사기 행각을 벌인 혐의도 적용됐다. 검찰은 경영권 인수 전후로 옵티머스가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으로부터 수백억원의 투자를 유치한 사실과 관련, 정ㆍ관계 로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안아람 기자
정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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