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A 투어 ‘차세대 황제’ 등장… 23세 승부사 모리카와

입력
2020.08.10 16:38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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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린 모리카와가 1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TPC 하딩파크에서 열린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있다. 샌프란시스코=AP 연합뉴스

콜린 모리카와가 1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TPC 하딩파크에서 열린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있다. 샌프란시스코=AP 연합뉴스


숨 막히는 우승 경쟁 구도에서 경쟁자들의 기를 꺾어버린 페이드 샷이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PGA 챔피언십(총상금 1,100만달러) 최종라운드 16번홀에서 나온 콜린 모리카와(23ㆍ미국)의 292야드 짜리 티샷 얘기다. 우승후보만 5명 안팎이던 승부에서 14번홀 버디로 우승에 한 발 가까워진 PGA 투어 2년차 모리카와는 294야드 거리 파4 홀에서 안정보다 도전을 택했고, 과감한 티샷은 한 번에 그린 위에 안착했다. 그가 2야드 남짓 거리의 이글 퍼트를 성공하는 순간, 사실상 우승상금 198만 달러(약23억5,000만원)의 주인공이 가려졌다.

모리카와는 10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TPC 하딩파크(파70ㆍ7,229야드)에서 열린 이 대회 4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4개를 묶어 6언더파 64타를 기록, 최종합계 13언더파 267타로 우승했다. 11언더파 269타를 기록한 공동 2위 폴 케이시(43ㆍ잉글랜드), 더스틴 존슨(36ㆍ미국)에 두 타 앞선 완승이다. 마지막 날 선두 경쟁은 중반까지 말 그대로 접전이었다. 9언더파 단독 선두로 출발한 존슨이 4번 홀까지 버디 2개와 보기 1개를 묶어 한 타를 줄이고선 잠잠한 이후 추격자들이 따라잡으며 혼전이 벌어졌다.

챔피언 조가 전반을 마쳤을 때쯤 케이시, 모리카와가 공동 선두에 합류했고, 매슈 울프(21ㆍ미국), 토니 피나우(31ㆍ미국)까지 공동 선두 그룹에 이름을 올려 대혼전이었지만, 모리카와는 14번홀에서 완벽한 칩 인 버디로 숨 막히는 10언더파 공동 선두 체제를 깼다. 11언더파로 치고 올라온 모리카와가 16번홀 이글을 성공하면서 다른 선수들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모리카와의 이번 우승은 꽤나 상징적이다. 지난 시즌 PGA 투어에 데뷔해 두 번째 시즌을 치르고 있는 모리카와는 지난해 배러쿠다 챔피언십에서 첫 승을 신고한 뒤 벌써 메이저대회를 포함해 3승을 올리면서 ‘차세대 황제’ 후보로 떠올랐다. 지난 시즌 임성재(22ㆍCJ대한통운)와 신인왕 경쟁에서 밀렸지만, 기복 없는 성적으로 2년차에 더 빛나고 있다. 지난해 6월 RBC 캐나다오픈 데뷔 후 올해 6월 RBC 해리티지까지 22개 대회 연속 컷 통과를 했던 그는, 23번째 대회인 트래블러스 챔피언십에서 컷 탈락했지만 다음 대회인 워크데이 채리티 오픈에서 연장 접전 끝에 저스틴 토마스(27ㆍ미국)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데뷔 2년차에, 그것도 두 번째 출전한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을 거머쥔 모리카와는 남자골프 세계랭킹 5위 자리를 꿰찼다. 1,039위에 머물던 지난해 6월 PGA 투어에 뛰어든 뒤 약 1년2개월 만에 1,000계단을 뛰어오른 셈이다. PGA 투어는 “23세 6개월 3일의 콜린 모리카와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로리 맥길로이, 잭 니클라우스에 이어 3번째로 어린 PGA 챔피언십 우승자가 됐다”고 설명하면서 “다가오는 페덱스컵 플레이오프와 앞으로 11개월 사이 열릴 6차례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할 준비가 돼 있다”고 전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일본인 아버지와 하와이 출신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모리카와는 이번 대회가 열린 샌프란시스코 인근 UC 버클리를 졸업했다. 그는 “샌프란시스코는 내가 4년을 보낸 ‘제2의 집’ 같은 곳이라 우승이 더욱 특별하다”고 전하면서 “이제 메이저대회가 어떤 것인지 맛을 봤으니 여기서 멈추지 않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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