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절벽이 온다

입력
2020.08.10 01:00
26면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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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8월, 인터넷 포털에서 ‘인구절벽’을 검색하면 첫 화면부터 다양한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

먼저 부동산. 거래가 잦아야 유리한 부동산 업자들은 “인구절벽? 웃기지 마라. 될 지역은 계속 간다”는 식 주장을 많이 편다. △지방은 어렵지만 △서울 그중에서도 강남, 역세권은 계속 유망하고 △새 아파트에는 수요가 더 몰릴 것 등이 대개의 논거다. 다만 이런 업계에서조차 ‘역사적인 부동산 상승세가 벼랑을 향하고 있다’는 우려는 상당하다.

광주에선 내년 초등교사를 11명만 뽑을 예정이라는 뉴스가 보인다. 7,8년 전의 30분의 1 수준이라고 한다. 학생수 급감에 맞춘 교육부의 교사정원 배정 축소가 일차 원인이지만, 한편으론 기존 교사들이 예상만큼 퇴직하지 않아 신규 채용 문이 더 좁아졌다는 설명이 따른다.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7일 영내 거주 병사들이 주소지를 부대로 등록할 수 있게 하는 ‘주민등록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지방 인구 감소로 세금 수입이 줄면서 나온 고육책이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강원도는 연간 714억원 이상의 교부세를 추가 확보할 수 있다. 개정안은 강원 출신 등 동료의원 15인이 공동 발의했다.

너무 많이 들어서, 모두가 ‘그러려니’ 하고 살지만 대한민국은 인구절벽의 목전에 있다. 지금까지가 염려 단계였다면, 이제 곧 가파른 미끄럼틀이 시작된다.

생산연령인구(15~64세) 감소는 이미 시작됐다. 올해는 인구 자연감소(출생아<사망자)의 첫 해가 될 게 유력하다. 출생아 수도 올해부터 30만명 아래(작년 30만3,100명)로 떨어질 태세다. 고용정보원(윤정혜 고용동향분석팀 전임연구원)은 “베이비부머 취업자의 은퇴가 2021년부터 가속될 것”이라며 “특히 임금 노동자의 과반수는 2024년 내로 은퇴할 예정”이라고 전망했다. 절대 인구뿐 아니라, 구성도 급변하는 중이다.

조만간 충격이 닥칠 것이다. 예전엔 익숙했던 교복, 기저귀 광고를 더 이상 보기 어려운 건 기업이 경영을 못해서가 아니다. 사용자의 저변이 변하는 환경은 좀처럼 대처가 어렵다.

모두가 부동산을 이야기한다. 집값은 지금처럼 계속 오를까. 심리까지 뒤섞인 시장에선 당장 답하기 어려운 문제다. 당장 수요-공급 요인만 보면, 미래에도 인구가 몰릴 지역은 더 오를 수 있겠다 정도랄까.

우려되는 건 많은 사람들이 마치 오늘만 살 것처럼 생각하는 모습이다. 부동산 ‘패닉 바잉’은 지금 아니면 영영 집을 살 기회가 없을 거란 불안감에 기초한다. 심리가 이성을 압도한다. 반대로 인구절벽이 닥치면 ‘패닉 셀링’이 오지 말란 법 있을까.

수요가 높으니 서울, 강남에 공급을 더 늘려야 한다고 난리다. 그럼 이미 집값이 떨어지는 지방은 버리고 가야 할까. 인구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사니 괜찮은 걸까. 내 아이를 위해 대치동으로 전세는 가면서, 그 아이가 세금 내고 살아야 하는 이 땅의 불균형은 깊이 신경 쓰지 않는다.

한국에서 아직 깨지지 않은 건 부동산 신화, 교육 신화 정도가 아닐까 싶다. 한 때 견고했던 다른 신화처럼 이들도 결국 깨지지 않을까. 그 때는 어떤 변화가 생길까. 거대한 지각변동 앞에서 너무 눈앞의 현상에만 매몰돼 있는 게 아닐까 우리는.

김용식 경제부장 jawoh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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