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보다 땀 흘려 번 돈이 우대받아야 한다

입력
2020.08.08 06:00
19면


서울 강남 일대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서울 강남 일대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빅데이터 분석에서 뉴딜이란 단어가 불과 열흘 정도 히트를 치다가 사실상 실종되었다. 대신 요즘 뉴스의 대부분은 부동산 이슈다. 전국민의 이해관계가 달려 있는 삶의 현장이 주택이기 때문이다. 코로나 19 이후 일자리가 없어지고 일자리에서 얻는 소득이 급감해서 올해 상반기 내내 국가적 걱정거리가 되고 그래서 서둘러 도입하기로 한 전국민 고용보험제도나 뉴딜정책도 당연히 현재 국민 전체의 관심을 받아야 할 시대적 이슈이건만 부동산만큼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일자리가 없는 것도 문제이지만 일자리가 있더라도 근로소득을 올려 확대되는 소득양극화에 정면으로 맞서기는 불가항력이란 것을 안다. 전국민 고용보험이라고 하더라도 설령 6개월에서 1년간 고용보험이 주는 실업급여를 받은 이후에 안정된 일자리로 재진입하기 어렵다는 낌새를 알아챘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현대 자본주의 국가가 제시한 일자리를 통한 복지국가, 즉 완전고용 목표는 사실상 포기되었다. 정치지도자들이 이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해도 이제는 일자리가 아닌 자산소득 확보가 더 중요한 생존게임이 되었다. 부자는 건물이나 토지에 투자하고, 서민은 있는 돈을 털어서 사는 집을 통해서라도 자산을 늘리는 게 생존 투쟁 방식이자 재산 증식수단이다.

그러나 한정된 부동산 자산을 가지고 벌이는 생존게임은 결국 승자와 패자를 만들고 자칫 순식간에 거품이 꺼지면서 국가와 개인의 파국을 초래할 수도 있다. 만약 일자리에 이어 주거 불안까지 겹치면 민주주의의 합리적 지지 기반은 붕괴된다. 오늘날 포퓰리즘이 득세하는 세상이 된 것은 결국 중산층 붕괴에서 비롯된 것이다. 중산층의 기준은 안정된 일자리와 주택이다. 그러나 일자리가 더 중요하다. 주택가격 상승이 아니라 일자리를 통한 국가 생산성과 국민소득 증가가 동시에 일어나야 인플레나 버블을 촉발하지 않는 방식의 자본시장 발전과 건전한 민주시민으로서의 중산층 형성이 가능한 것이다.

그렇기에 땀흘려서 버는 돈, 노동의 대가가 중시되고, 반면에 불로소득인 부동산 자산소득은 최대한 억제되어야 한다. 지금 부동산 불로소득을 억제하는 갖가지 정책들이 나오고 있고 이를 둘러싼 쟁점들이 점점 확대되고 있다. 여기에는 전문성이 떨어지니 별도로 의견을 덧붙일 게 없다. 그러나 부동산 광풍을 누르는 노력 외에도 노동시장에 부는 삭풍을 이겨내고 일자리를 통한 소득 증가와 중산층 형성이 중요하다는 신호를 국민에게 계속 보내야 한다. 국가는 노동시장이 취약하니 공공 일자리를 튼튼하게 공급하는 역할을 중시해야 한다. 동시에 민간 시장에도 간접적으로 세제를 통해 개입해야 한다.

예컨대 부동산 이익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면서 근로소득과 영세자영업자 사업소득에 대해선 우대와 보호를 해준다는 정책방향을 보여 주어야 한다. 근로소득이나 부동산 수익이나 똑같은 고소득자 과세 강화가 필요하다는 원칙을 강조하면 결국 국민들은 일하는 것보다 부동산이 낫다는 선택을 하게 된다. 일자리를 많이 만들고 인건비를 많이 쓰는 기업들에 대해선 법인세나 여타 기업 대상 과세에서 우대의 폭을 훨씬 더 넓혀 주어야 한다. 일방적인 기업 봐주기 정책이란 오해를 예방하기 위해선 대신에 기업들이 소유한 부동산 관련 과세를 강화하면 된다.



이장원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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