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임차인' 홈런치자 '나도 임차인' 사연 쏟아낸 의원들

입력
2020.08.08 11:0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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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숙 통합당 의원 5분 발언과 통합당의 대여투쟁 전략

윤희숙 미래통합당 의원이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희숙 미래통합당 의원이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희숙 미래통합당 의원이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 5분 자유발언으로 화제가 됐다. ‘저는 임차인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주택임대차보호법 등 문재인 정부의 각종 부동산정책을 조목조목 비판하면서 당 내부는 물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호평이 이어졌다. 이는 곧 통합당의 대여투쟁 전략 변경으로 이어지고 있다. 통합당 지지율도 상승 분위기다. 일약 주목 받는 야당 정치인이 된 윤희숙 의원과 통합당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한국일보 국회팀 기자들이 카톡방에 모였다.

나를 돌아봐(돌아봐)= 윤 의원의 국회 본회의 5분 자유발언이 화제가 됐습니다.

그것이 약속이니까(약속)= 윤 의원은 서울대와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정통 경제학자입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이기도 한 그는 국회 입성 전부터 합리적인 정책전문가로 정평이 나 있었어요. 그렇기에 7월 임시국회에서 민주당이 일사천리로 통과시킨 주택임대차보호법 등 부동산 관련 법안 처리 과정과 예상되는 후과에 대해 작심발언을 하기로 했던 것 같아요. 다만 3개월 차 초선 의원인지라 이날 본회의 발언이 정치적 효과까지 노린 것이 아니어서 의원실에서는 더 어리둥절한 반응인 듯해요. 이렇게까지 화제가 될 줄 몰랐는데 호응이 커 놀란 거죠.

야반도주= "부자정당 이미지인 통합당에 임차인 의원이 있다는 말이야?" 이런 관심을 불러일으켰죠. "KDI 연구위원 출신 윤 의원도 임차인이구나" 하는 여론의 지지가 생긴 거죠. 통합당이나 더불어민주당이나 그간 본회의 발언이 늘 비방, 욕설, 막무가내식 비판이었던 것과 대조된 대목도 긍정적으로 평가를 받았죠.

돌아봐= 윤 의원 발언을 비판한 박범계 윤준병 등 민주당 의원들은 역풍을 맞았는데요.

영등포 청정수(청정수)= 윤 의원 메시지가 아니라 메신저인 윤 의원을 공격하면서 되레 역풍을 맞았습니다. 박범계 의원은 1일 윤 의원을 겨냥해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윤 의원은) 임차인을 강조하셨는데 소위 오리지널은 아니다"라며 "국회 연설 전까지 2주택 소유자이고, 현재도 1주택을 소유하면서 임대인"이라고 했습니다. 박 의원이 지적한 사실 자체는 맞는 말이죠. 그러나 박 의원 자신도 대전 아파트 1채, 경남과 대구의 건물 상가를 보유한 사실이 드러나며 '내로남불'이라는 지적을 들었습니다.

연두 담쟁이(담쟁이)= 견제의 초점이 다소 빗나가면서 일이 커졌어요. 윤준병 의원은 페이스북에 "전세가 월세로 전환하는 것은 나쁜 현상이 아니다"라고 썼죠. 여기에 더해 "전세제도가 소멸하는 것을 아쉬워하는 분들의 의식 수준이 과거 개발시대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며 전세 생활을 희망하는 시민들의 '인식 수준'까지 꼬집고 나섰어요. 하지만 당 내부에서조차 부적절하다는 반응이 쏟아졌죠. 전세라는 개념 자체가 한국에서만 통용되는 다소 독특한 계약구조인 데다가, 정부 부동산정책과 별개로 점차 월세화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취지는 이해가 돼요. 그러나 월세라는 추가 지출을 최대한 피해서 어떻게든 목돈을 마련하고, 나아가 내 집 한 채를 마련하려고 애면글면하는 세입자들의 처지에 공감하기는 커녕, '인식이 뒤떨어졌다'는 식으로 비판까지 하고 나서니 '정무 감각'에 의구심이 들었던 것이죠.

돌아봐= 윤 의원 발언이 화제가 되자 4일 본회의에서도 통합당은 이런 기조를 이어 가려는 분위기였죠.

약속= 예상치 못한 윤희숙 의원이 자유발언으로 홈런을 치자 본회의를 준비하던 다음 타자들의 움직임도 분주해졌어요. 출입기자들의 시선도 '포스트 윤희숙'이 또 한 번 나올 수 있느냐에 쏠렸죠. 이러한 세간의 관심을 증명하듯 의원들의 발언 신청도 쏠렸습니다. 원내지도부에 따르면 15~20명 가량이 반대토론과 자유발언 등을 신청했다고 해요.

담쟁이= 통합당뿐만 아니라 민주당을 비롯한 범여권 의원들도 4일 본회의 발언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었어요. 특히 '임차인 고백'을 패러디라도 하듯 “저는 임차인입니다”(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저는 진짜 임차인입니다”(신동근 민주당 의원) 등의 '내 집 사연'도 쏟아졌어요. 용 의원은 신혼부부 전세자금 대출을 받아 서울 은평구 한 빌라에 살고 있는 사연을 털어 놓으며 부동산 세금 인상에 반대하는 통합당 의원들을 아프게 꼬집었어요. 이에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연설 이후 감사의 의미로 용 의원 방에 간식 선물을 전달하기도 했죠.

돌아봐=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증명할 수는 없지만 윤 의원 발언 이후 통합당 지지율도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죠.

약속= 여당이 '잘못해서'인지, 야당이 '잘해서'인지 인과관계가 명확히 드러나지는 않지만 일단 통합당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이 감지되고 있어요. 리얼미터가 6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35.6%)과 통합당(34.8%) 지지율이 오차범위 내인 1%포인트 안으로 좁혀졌어요. 이는 통합당 창당 이후 가장 근소한 격차입니다.

야반도주= 디테일한 수치보다는 상승세에 있다는 점에서 통합당 분위기는 고무적입니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윤희숙 의원 발언에 전국민이 감동했다기보다는 그 이후 민주당의 '똥볼 차기'가 여론에 악영향을 준 것이라는 관측이 조금 더 설득력이 있어요. 윤 의원이 월세 시대가 올 거라고 맹공했으면 민주당은 ‘아니다 임차인에게 꼭 필요한 것이었다’는 시그널을 계속해서 일관되게 설명하고 했어야죠. 하지만 윤 의원 발언 이후 ‘월세는 나쁜 게 아니다’라는 식의 대응을 하니까 통과시킨 부동산 관련 법이 정말 안좋은 법이구나라는 인식만 남겼죠.

돌아봐= 향후 통합당의 대여투쟁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까요.

약속= 통합당이 거대여당의 '입법독주'를 물리적으로 막을 방법이 없어 당분간은 합리적인 원내 투쟁 전략을 도모하고 국민 여론에 기대는 방향으로 나갈 것 같습니다.

야반도주= 원내사령탑인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의 원칙은 분명해보입니다. 원내를 포기하고 장외로만 나가는 일은 없을 거라는 거죠. 막무가내 비판보다는 논리와 설득, 치열함으로 여당을 공격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주 원내대표 눈에는 정권 임기 4년차에 드러나고 있는 여러 의혹들이 보였을 겁니다. 곧 국정감사도 있고요. 논리적 비판으로 정권의 비정상적인 부분을 부각시킨다면 민심이 점점 더 통합당쪽으로 올 거라고 보는 거죠.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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