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을 위한 축제는 없다

입력
2020.08.01 11:00

동물의 축제가 있어 퍼레이드를 벌인다면 물고기들은 어떻게 참여할 수 있을까? 작곡가 생상(Charles-Camille Saint-Saënsㆍ1835~1921)은 수족관에 넣어 이들을 행렬에 참여시켰다. 원래는 글라스 하모니카가 연주하도록 작곡되었다는 생상의 ‘동물 사육제(Le Carnaval des animaux)’ 제 7악장 수족관은 물의 흐름과 물고기의 움직임을 그려낸다. 사자와 닭, 당나귀, 거북이와 코끼리로 이어지는 이 사육제의 행렬에 참여하는 인간은 서툴게 피아노를 치는 초보 피아니스트 밖에 없다.

생상 동물의 사육제 중 제7장 아쿠아리움의 초고. 위키피디아

축제(festival)의 어원은 라틴어 festum(즐거움)이다. 축제는 사회구성원 사이의 유대가 돈독해지는 열광적인 행사로 인간과 자연의 법칙, 또는 신화와 믿음을 재현한다. 그래서 계절의 변화나 수확, 종교 행사 등이 축제의 주제가 되었다. 또한 축제 그 자체가 문화와 예술의 결정체이며 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준다. 그렇게 보면 축제란 스스로의 어원보다도 훨씬 오래된 행사인 셈이다. 현대의 축제에는 종교적인 색채가 강했던 예전의 축제와는 좀 다른 기능들이 부가되었다. 일상에서 벗어나 이색적인 경험을 하거나 전문적으로 구성된 문화 콘텐츠를 즐기거나 특정 지역의 정체성을 경험하는 시간과 공간을 제공한다. 이런 축제에 동물의 자리가 있을까? 원래 인간의 축제에서 동물이란 자발적인 참여자는 아니었다.

희생양: 종교적 의미의 대량 도살

농경사회에서 이루어지는 동물 희생 의례는 신에 대한 인간의 복종이자 인간과 신의 세계를 연결하는 행위이다. 동물을 희생 시키는 정형화된 종교적 행위가 있고, 이후 희생된 동물은 절차에 따라 분해되고 의식에 참여한 사람들이 함께 섭취할 음식이 되었다. 축제가 기리는 신의 특성에 따라 그 방식도 다르다. 네팔의 다샤인(Dashain) 축제에서는 두르가(Durga) 여신에게 동물을 바친다. 전쟁의 여신이며 악에 이기고 승리함을 상징하는 권력의 여신 두르가를 기리기 위해서 참가자들은 물소, 돼지, 염소, 닭 같은 가축을 무차별적으로 도살한다. 매년 10월 중순에 열리는 이 축제에서 100만 마리 이상의 동물이 죽임을 당한다. 인도와 네팔 국경 근처에서 5년마다 개최되는 가디마이(Gadhimai) 축제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 수십만 마리의 가축이 희생을 당해왔다. 종종 축제에서 죽일 동물의 수가 부족해서 축산농민들에게 가축을 팔도록 안내 방송을 내보내거나 인접국에서 동물을 수송해 오기도 한다. 이들 축제는 이런 대량 학살로 인해 악명이 높아서 동물보호단체나 언론에서 선정하는 ‘세계 최악의 축제’에 항상 1위에 선정되곤 한다.

가디마이 축제(네팔)의 동물 희생. 위키피디아


전통적인 야수나 악귀의 역할을 담당하는 동물

스페인의 황소 축제(Toro de la Vega)는 거리를 따라 한 마리의 황소를 쫓아 수백 명의 사람들이 창과 같은 무기로 찌르고 때리며 달리는 행사다. 정해진 공간을 벗어날 때까지 죽지 않으면 소는 풀려난다. 브라질의 황소 축제(Farra do Boi) 역시 유사한 과정으로 소를 쫓다가 결국 죽여서 그 고기를 나누어 먹는 것으로 끝이 난다. 소의 뿔에 타르를 발라 불을 붙여 날뛰는 소를 광장에 풀어 놓는 '불의 소 (Toro Jubilo)' 축제는 남미와 스페인의 여러 지역에서 열린다. 이에 비해 전문적인 투우사들이 소를 상대하는 스페인의 투우 경기는 야수와의 대결 형식을 따르고 있다. 한편, 남아프리카 줄루족의 맨손으로 소를 잡는 행사는 남성성에 대한 일종의 테스트 과정으로 전해져 온다. 미국 남부의 로데오나 마을 산자락에 살고 있는 반 야생 상태의 말을 잡아 갈기를 자르고 낙인을 찍는 스페인의 야수잡기(Rapa das Bestas)도 비슷한 맥락을 지닌다.

불의 소 축제 (스페인). 위키피디아


다행히도 지금은 없어졌지만 세례자 요한 축제일(6월 24일)에 고양이를 장대에 묶어 불을 붙여 산 채로 태워 죽이거나 불을 붙인 고양이를 쫓는 행사가 파리를 비롯해 프랑스와 벨기에의 여러 도시에서 유행하기도 했다. 마녀와 동일 시 되거나 마녀의 동물로 여겨진 고양이는 이런 학대를 오랫동안 받아야 했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법으로 금지돼 있는 동물 싸움 행사는 여기서는 언급하지 않기로 한다.

먹기 위해, 팔기 위해, 즐기기 위해

2009년부터 중국의 율린시는 개고기 축제를 개최하기 시작했다. 약 1만 마리 정도의 개를 도살하고 그 고기를 먹는다. 이 축제를 위해 개들은 열악한 농장에서 사육되고 열악한 방식으로 이 도시로 이동된다. 생긴 지 얼마 안 된 축제임에도 불구하고 이 축제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은 매우 높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개를 때려 잡는 것이라 문제가 없으며, 서구 사회의 비난은 동양과 서양의 동물에 대한 가치관의 차이라는 생산자와 축제 주최 측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적인 비난은 계속되고 있다. 게다가 2016년에는 동물보호단체와 시민단체에 의해 축제에서 1,000 마리 가량의 개가 구조되면서 축제에 대한 비난은 더욱 거세졌다.

율린 시 개고기 페스티벌. 위키피디아


북대서양 페로 제도(Faroe Islands)의 고래사냥 축제는 율린시의 축제보다는 좀 더 거슬러 올라간다. 13세기부터 이곳에서 고래잡이는 삶의 방식이고 생의 수단이었다. 여름이 되면 섬 주위의 참거두고래(참돌고래과의 검은 고래)를 만으로 몰아서 가두고 주민들 모두가 참여해서 도살한다. 고래를 잡는 일이 이 곳 주민들에게는 삶의 한 부분이고 전통이며 식량을 획득하는 자연스러운 방식이라는 의미가 부여돼 있다. 역시 전통적인 방식으로 고래의 목과 척수를 절단해서 도살한다. 여기서 얻어지는 고기와 지방은 참가자들이 나누어 갖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돌고래의 피로 붉게 물든 해변과 무차별적인 도살의 이미지는 충격적이어서 강한 비난과 반대에 힘을 실어준다. 더 이상은 이런 전통 방식의 고래 사냥이 이들 주민의 삶과 상관이 없다는 주장도 함께이다.

페로 제도의 고래 사냥. 위키피디아


축제의 동물을 대하는 우리들의 자세

동물을 이용하는 측면에서 축제에 대한 이슈가 제기될 때 논의는 보통 두 가지 정도로 전개된다. 이런 축제들이 전통을 지키고 지역 경제에 이바지하기 때문에 동물의 희생은 불가피 하거나 고려할 점이 아니라는 시각, 그리고 동물이 느끼는 고통과 공포, 비인도적인 살상 행위가 가진 비윤리성이 가장 우선적인 고려사항이라는 시각이다. 마치 두 가지 시각이 대립하는 듯 보이고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동물의 희생이 없이 전통을 지키고 지역 경제에 이바지하는 축제도 많이 있다. 어떤 전통 사회에서도 동물에 대한 학대를 옹호해 주는 윤리는 없다. 또한 모든 전통이 전통이라는 이유만으로 시대를 초월해 지켜져야 할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축제의 소비자는 굳이 동물을 비인도적으로 대하는 축제를 선택할 이유가 없다. 내가 하는 행위가 타자에게 고통이 될 수 있음을 자각하는 순간 우리는 그 행위를 지속하기가 불편해진다.

즐거운 경험과 인지도로 승패가 결정되는 축제 비즈니스에서 불편함은 무관심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각국의 지방 정부와 축제들은 장기적인 안목으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2016년 스페인의 한 지방정부는 황소축제에서 황소를 쫓는 행사에 대한 금지 명령을 내렸다. 500여년의 역사를 가진 이 행사를 그만 두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미 여러 해 전에 진행된 설문에서 스페인 국민의 70% 이상이 동물 학대를 이유로 이 축제를 반대하며 공공 예산이 지원돼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2016년 베트남에서는 코호족의 행사로 장대에 묶인 버팔로를 창으로 찔러 죽이는 버팔로 찌르기가 금지됐다. 베트남 랑동성의 인민위원회가 "폭력적이고 구시대적인 현행의 행사"를 근절하기로 한 것이다. 2011년 이탈리아 문화부는 동물을 학대하거나 동물을 죽이는 것을 즐기는 행사는 이탈리아 문화유산(Italian Heritage) 목록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여기에는 이탈리아 중부의 유서 깊은 경마 행사인 팔리오(Palio)도 포함된다. "대다수의 국민이 불편해 하는 동물을 착취하고 죽이는 행위를 막겠다"는 취지였다. 아마도 세계의 모든 축제에서 동물에 대한 비인도적인 행위를 덜어내는 흐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언급했듯, 축제는 인간과 자연의 법칙, 인간의 믿음과 문화를 재현한다. 동물을 주제로 하는 축제에서 재현하고 싶은 인간과 동물의 관계, 동물을 둘러싼 가치관은 무엇인가? 그리고 내 가족과 함께 간직하고 싶은 추억은 무엇인가? 생명경시와 비교육적인 환경, 생태계에 부담을 주는 프로그램이 혹시 내가 재현하고 싶은 가치를 담지 못한다면 그 축제를 선택하지 않을 정도의 배려는 어렵지 않다. 그렇게 학대를 좀 덜어낸다고 해도 여전히 우리가 축제에 마련해 준 동물의 자리는 턱없이 부족하다.

천명선 서울대 수의대 교수
천명선의 동물 그리고 사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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