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적 망신 산 외교관 성추행 의혹

입력
2020.07.30 04:30
27면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와 전화 통화하고 있다. 뉴시스(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와 전화 통화하고 있다. 뉴시스(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과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28일 전화 통화에서 뉴질랜드 한국대사관에 근무하던 고위 외교관의 성추행 사건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이번 통화는 아던 총리의 요청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수사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국가 정상 간 전화 통화에서 한국 외교관의 성추행 의혹이 거론됐다니 고개를 들 수가 없다.

남성 간 벌어진 이 성추행 의혹은 2017년 말 발생했다. 뉴질랜드 국적의 피해자가 현지 경찰에 고소했는데도 가해 혐의 외교관이 조사에 응하지 않으면서 불거졌다. 피해자는 2018년 말 우리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까지 냈다.

뉴질랜드 언론과 피해자의 진정에 따르면, 해당 외교관은 대사관 직원이었던 피해자의 여러 신체 부위를 만지는 성추행을 세 차례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 직원은 당시 대사관에 문제 제기를 했으나 조치가 없었고 또다시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한다. 사실이라면, 대사관의 방관으로 2차 가해까지 발생한 것이다.

문제는 가해 혐의 외교관을 비호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온 우리 정부다. 해당 외교관은 2018년 2월 뉴질랜드를 떠났고 현재 아시아 주요국의 총영사로 근무 중이다. 올해 2월엔 뉴질랜드 법원이 체포영장을 발부했지만, 외교부가 집행 협조를 거부했다.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외교부는 자체 감사로 감봉 1개월 징계를 내린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했다고 판단하는 듯하다.

이렇듯 상황을 방치하다 급기야 아던 총리가 문 대통령에게 직접 이 사건을 언급하기에 이른 것이다. 여당 소속 광역단체장들에 이어 외교 관료까지 성추행 혐의를 받아 정상 외교의 주제가 되다니 참담하다.

가장 시급한 건 해당 외교관이 현지 경찰 수사에 응하는 일이다. 외교부도 해당 외교관과 피해자의 주장 확인, CCTV 등 진상 파악의 과정과 징계의 근거를 밝혀야 한다. 사건 당시 대사관의 묵살 의혹도 조사가 필요하다. 한참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응당한 조치를 신속하게 이행하는 게 그나마 국가 위상을 덜 떨어뜨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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