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인트칠 대신할 로봇 만들 거예요" 네이버, 아이들의 '미래' 깨우다

입력
2020.08.03 04: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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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영리 '커넥트재단' 세워 초중등 소프트웨어 교육
실무형 개발자 양성 '부스트캠프' 운영해 취업 기여

올해 1월 네이버커넥트재단과 전북 군산시가 시 청년센터에서 개최한 '소프트웨어야 놀자' 행사에서 참가 학생들이 네이버의 코딩 플랫폼 '엔트리'로 소형 로봇을 작동시키는 프로그래밍 수업을 받으며 즐거워하고 있다. 네이버커넥트재단 제공

올해 1월 네이버커넥트재단과 전북 군산시가 시 청년센터에서 개최한 '소프트웨어야 놀자' 행사에서 참가 학생들이 네이버의 코딩 플랫폼 '엔트리'로 소형 로봇을 작동시키는 프로그래밍 수업을 받으며 즐거워하고 있다. 네이버커넥트재단 제공

올해 초 전북 군산시 청년센터에선 네이버커넥트재단 주최로 '소프트웨어야 놀자' 오프라인 행사가 열렸다. 시내 지역아동센터 학생들에게 소프트웨어 코딩을 가르치는 자리였다. 참가 학생들은 네이버가 개발한 블록형 코딩 플랫폼 '엔트리(Entry)'에 접속해 프로그래밍 방법을 익히고 나서 엔트리와 연동된 조그마한 '햄스터 로봇'을 작동하는 데 응용했다. 또 컬러 점토로 만든 캐릭터에 장래희망을 적은 종이를 붙인 뒤 각자의 로봇에 얹어 큼직한 원형 트랙을 달리게 하는 시간도 가졌다.

장혜림 양은 "사람 대신 페인트칠을 해줄 수 있는 로봇을 만들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재단 소속 강사로 행사에 참여한 초등학교 교사 백승인씨는 "어릴 때 소프트웨어를 배웠는지 여부가 나중에 큰 차이를 불러일으킬 것"이라며 "조금씩 난이도를 올려 흥미를 잃지 않도록 하는 방식으로 소프트웨어 지식을 다양한 교과에 녹여 교육해야 한다"며 이날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국내 대표 인터넷기업 네이버가 최근 역점을 두고 있는 사회공헌 활동은 소프트웨어 교육이다.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주축 산업의 판도가 바뀌고 그 변화 속도 또한 매우 빨라지고 있는 만큼 '끊임없는 학습'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에서다. 배움이 부단히 이뤄지려면 진입 장벽이 낮아야 하고 교육 내용이 현실 변화에 맞춰 늘 새로워야 한다. 네이버가 '초등학생부터 성인까지 누구나 소프트웨어 교육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기치로 2011년 비영리 교육기관 네이버커넥트재단을 세우고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는 이유다.

'소프트웨어야 놀자'는 초중등학생에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문제 해결 능력과 논리적 사고 능력을 길러주는 프로그램이다. 2013년부터 재단과 네이버가 함께 진행하고 있는 이 사업은 홈페이지(playsw.or.kr)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블록을 쌓으며 게임하듯이 코딩할 수 있도록 설계된 엔트리가 수준별 영상 튜토리얼(사용 지침)과 함께 제공돼 학생들이 스스로 프로그래밍의 원리와 기술을 익힐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교육을 강화했다. 엔트리에 적용된 AI 및 데이터 분석 기능을 활용하면 보다 고급한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 엔트리와 연계된 네이버 클라우드 인프라는 이에 필요한 양질의 데이터를 제공해준다. 나아가 네이버는 자사가 보유한 AI 기술 플랫폼 '클로바'를 통해 학생들이 안면 인식, 번역, 음성 합성 등 AI 기술을 코딩에 응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AI와 빅데이터의 개념과 중요성을 일깨우기 위한 영상 교육 콘텐츠도 이달 홈페이지 개편과 함께 대폭 늘렸다. 재단 관계자는 "아이들이 주요 개념을 익히고 나아가 인공지능 윤리까지 생각해볼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설계하고 그에 맞춘 눈높이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부터는 지역 학생과 부모를 초청한 오프라인 코딩 교육 행사를 시작했다. 지난해 7월 강원(춘천)을 시작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전인 올해 초까지 광주, 전북(군산), 서울(마포)에서 진행돼 좋은 호응을 얻었다. 재단은 또 일선 학교의 원활한 소프트웨어 교육을 지원하고자 민관 전문가들이 함께 개발한 교재를 제공하는 한편, 학생들이 AI 및 데이터 산업에서 진로를 탐색할 수 있도록 돕는 '모두의 기업가정신' 프로그램을 방과후 수업에서 진행해왔다. 이 프로그램은 홈페이지로 옮겨 온라인으로 제공된다.

네이버커넥트재단이 지난해 주관한 연례 소프트웨어 개발자 양성 프로그램 '부스트캠프 2019'에서 교육생과 선배 개발자가 교류하는 '네트워킹데이'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네이버커넥트재단 제공

네이버커넥트재단이 지난해 주관한 연례 소프트웨어 개발자 양성 프로그램 '부스트캠프 2019'에서 교육생과 선배 개발자가 교류하는 '네트워킹데이'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네이버커넥트재단 제공

성인을 위한 재단의 대표적 교육 사업은 '부스트캠프'다.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의 우수 인재를 양성하는 프로그램으로 2016년부터 매년 운영돼 230명가량의 수료생을 배출했다. 첫해부터 재작년까지는 4~8주 간의 단기 캠프였지만, 지난해부터 5개월 과정으로 교육 기간과 인원을 대폭 늘렸다. 올해 프로그램은 지난달 27일 시작됐으며 코로나19 방역 차원에서 전 과정이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부스트캠프 참가자는 수학능력을 검증하는 '코딩 테스트'를 거쳐 선발돼 기초교육인 '챌린지'(4주) 과정과 실전교육인 '멤버십'(14주) 과정을 밟게 된다. 참가비는 없다. 챌린지 과정에선 컴퓨터공학 및 프로그래밍 기초지식을 학습하면서 매일 부여된 과제를 해결하고 동료들과 토론하는 일정을 소화한다. 이어 멤버십 과정에선 일주일 단위로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젝트를 해결하는 훈련을 통해 실무 능력을 함양한다. 프로그램 수료 후 곧바로 기업 현장에서 실무를 담당할 수 있게끔 교과 과정은 소프트웨어 교육 및 개발 부문의 현업 전문가가 참여해 마련한다.

재단은 캠프 참가가 취업까지 연결될 수 있도록 교육 기간 동안 선배 개발자 초청 세미나, 기업 탐방 및 최고기술책임자(CTO) 특강, 데모데이 등 기업과 네트워킹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덕분에 지난해 캠프 수료생의 채용연계율은 83%에 달했다. 재단 관계자는 "동료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할 수 있는 개발자를 양성하는 것이 부스트캠프의 목표"라며 "많은 수료생들이 역량을 인정 받아 네이버를 비롯한 국내 최고 IT(정보기술) 기업에서 활약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훈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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