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변해야 세상이 안전해진다"

입력
2020.07.28 18:00
수정
2020.07.29 09:46
26면

닉슨 글 인용, 폼페이오, 中 공산당 맹공
‘중국은 주인의 손을 문 배은망덕한 개’
한국, 핵심 가치와 핵심 이익 정립 절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2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리처드 닉슨 대통령 도서관에서 중국을 비판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2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리처드 닉슨 대통령 도서관에서 중국을 비판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만약 우리가 변하지 않는다면, 중국이 우리를 바꿀 것입니다. 중국 공산당으로부터 자유를 지키는 일이 이 시대의 미션이 되었습니다. 1967년 닉슨대통령이 쓴 글은 옳았습니다. ‘중국이 변해야 세상이 안전해진다.’ 이제 그의 말에 모두가 귀를 기울여야 할 때입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이달 23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요바린다에 위치한 닉슨 도서관 앞에서 행한 연설이 화제가 되고 있다. ‘공산주의 중국과 자유 세계의 미래’라는 주제 연설에서 그가 거친 언어로 중국 공산당에 맹공을 퍼부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중국을 개방시켜 프랑켄슈타인을 만들어 내는 게 아닌가 걱정이 된다’는 닉슨 전 대통령의 40년 전 어록까지 인용하면서 폼페이오는 시진핑을 ‘파산한 전체주의 신봉자’로, 중국 공산당을 ‘먹이를 주는 주인의 손을 문’ 배은망덕한 개로 표현하였다. 현직 국무장관이 지난 50년간의 대중(對中) 포용정책이 실패로 끝났음을 재확인시켜 준 자리였다. 그의 연설은 2017년 12월 미 국방부의 ‘국가안보전략’ 보고서와 2018년 10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허드슨 연구소 연설 그리고 올해 5월 트럼프 행정부가 의회에 제출한 ‘중국전략보고서’의 완결판이다. 핵심은 ‘독재 정권’에 ‘약탈 경제’를 추구하면서 ‘통제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억압 문화’를 확산시키는 비정상국가가 바로 중국이라는 진단으로 요약할 수 있다.

폼페이오는 연설을 통해 미국의 향후 액션플랜까지 제시하였다.

첫째, 중국 인민과 자유 세계가 힘을 합쳐 공산당 독재 정권의 체제 변화를 유도할 것임을 천명했다. 이날 연설 현장에는 다수의 중국 반체제인사들이 초청되었다. 폼페이오는 미국이 14억 중국인의 친구라는 사실을 여러번 강조하였다.

둘째, 약탈경제로부터 미국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고강도 조치들을 계속 취해 나갈 것임을 선언했다. 중국의 지재권 탈취와 스파이 활동의 본산으로 워싱턴은 인민해방군과 중국 국영기업을 주목하고 있다. FBI와 법무부는 이들의 간첩 활동과 관련된 기관을 폐쇄하거나 거래정지 시키는 작업에 이미 착수했다. 미국 내 중국 총영사관도 예외가 아니다. 백악관은 미국 내 중국 고정 간첩 수천 명을 반드시 색출해 내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셋째, 미국은 홍콩이나 신장, 위구르, 티베트, 대만 등의 인권 보호와 독립을 지지함으로써 '하나의 중국' 원칙을 사실상 폐기하였음을 명확히 하였다. 중국 공산당이 사회 통제 시스템을 작동하여 세상을 거대한 감옥으로 만들려는 제3의 길을 미국은 결코 용인하지 않겠다는 펜스 부통령의 발언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미ㆍ중 무역전쟁은 전선이 안보와 인권, 재산보호와 기술패권 영역으로 확대되면서 이제 본격적인 체제 경쟁에 돌입하는 양상이다. 따라서 올 1월에 맺었던 미ㆍ중 1단계 무역합의는 이행 경과에 관계없이 파기된 것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G2 갈등의 심화가 내셔널리즘과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지구촌 복병을 만나 반이민주의와 보호무역주의의 글로벌 확산을 가속화하는 안타까운 현실에 있다.

그동안 중국은 사드보복으로, 일본은 전략물자 수출통제로, 미국은 232조 안보조항과 한미 FTA 개정협상 요구 등으로 한국을 마구 때려 왔다. 일본엔 보복조치로 즉각 맞대응했지만 미ㆍ중의 공격에는 속수무책이었다. ‘전략적 모호성’의 비용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우리의 핵심 가치와 핵심 이익이 무엇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진영논리를 뛰어넘는 중ㆍ장기 국가 전략의 수립이 절실한 때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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